내리막길 위스키 ‘저도수’서 심봤다
내리막길 위스키 ‘저도수’서 심봤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8.12.2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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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미만 양주’ 젊은 층·여성 공략…40도 제품 추월
가격·도수↓…연산 표기 없앤 무연산-연산 경쟁

내리막길을 걷던 위스키 업계가 ‘저도수’에서 해법을 찾은 듯하다.

관련 업계는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 국내 위스키시장에서 알코올 도수가 40도 미만인 저도수 위스키의 점유율이 58%로, 기존 40도 위스키를 앞섰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위스키 시장이 저도수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후 위기 타파를 위한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86만1000상자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2년 213만3000상자, 2016년 167만9000상자로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출고량도 약 158만7000상자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 IWSR에 따르면 판매량도 2008년 158만6975상자에서 작년 12만4025상자로 44.5%나 줄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하락세에 국내 위스키업계는 시장 재부흥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젊은 소비자를 공략, 판매가를 내리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사용하는 한편 위스키의 특징인 높은 도수를 줄이고 연산 표기를 없앤 ‘무연산’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건강 트렌드와 여성 소비자의 증가로 폭음(暴飮), 독주를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 전체 위스키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업소용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수 위스키는 ‘부드럽고 순한 술’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정용 시장에서도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마트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 저도수 위스키 비중은 작년 동기 4.4%에서 6.1%로 소폭 증가했다.

대표적인 국내 저도수 위스키 상품은 △골든블루의 ‘골든블루 사피루스’ △디아지오코리아의 ‘시그니처 12·17년산’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더 스무스 바이 임페리얼 12·17년산’ 등이다. 시장점유율은 국내 제조사인 골든블루가 52.0%로 1위를 점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29.8%), 페르노리카코리아(11.7%)가 경쟁하는 구조다.

골든블루는 2012년 국내 최초 저도수 위스키인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내놓았다.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은 100%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어진 정통 위스키라는 콘셉트와 36.5도의 부드러운 목넘김이라는 장점으로 작년 출시 5년만에 단일 제품 기준으로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다.

골든블루는 연말 주류 성수기를 앞두고 가정용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가정에서 즐기거나 선물용으로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접근성이 용이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골든블루 마케팅본부장 박희준 전무는 “위스키의 가정용 소비 비중이 낮지만, 프리미엄 술을 집에서 즐기는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어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제 전국 어디서나 ‘골든블루’를 만날 수 있도록 가정용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소비자 접점에서 다양한 프로모션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부드럽고 순한 술’로 업소용 외 가정 시장 공략
골든블루 52%로 1위…디아지오·페르노리카 순

△대표적인 저도수 위스키는 (왼쪽부터)골든블루의 ‘골든블루 사피루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더 스무스 바이 임페리얼 12·17년산’, 디아지오코리아의 ‘시그니처 12·17년산’ 등이다.
△대표적인 저도수 위스키는 (왼쪽부터)골든블루의 ‘골든블루 사피루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더 스무스 바이 임페리얼 12·17년산’, 디아지오코리아의 ‘시그니처 12·17년산’ 등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하우 올드 아 유(HOW OLD ARE YOU)’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저도주도 ‘연산’을 따져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무연산’으로 시장을 선점한 골든블루를 겨냥한 것. 이 캠페인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 주요 상권 내에서 ‘W 시그니처 스트리트’를 운영했다. 주요 빌딩을 캠페인 광고로 랩핑하는 등 연산을 포함한 제품 정보를 올바르게 확인하는 방법과 함께 12·17년산 저도주 ‘W 시그니처 12 & 17’을 소개했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저도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저도주 카테고리에서도 프리미엄급 연산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연산에 맞는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위스키 문화를 정착시키고 연산 표시 저도주로서 ‘W 시그니처 12·17’의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 역시 연산을 표기한 순한 위스키를 출시하며 디아지오와 같은 편에 섰다. 페르노리카는 지난달 출시한 순한 위스키 ‘스무스 12’를 홍보하기 위해 호텔 ‘반얀트리 글럽 앤 스파 서울’에 전용 몰트 바를 오픈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꾸며진 이 공간에서는 출시 기념 이벤트, 다이닝, 골프 아카데미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위스키 업체들은 저도주를 통해 위스키 대중화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업소용 매출을 만회하려면 가정용 등 소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는데 저도주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몇 년간 부진에 빠진 위스키 업체들이 저도주를 내세워 위스키 대중화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이후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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