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계형 적합업종’ 식품 중소기업에 명약?
[기고]‘생계형 적합업종’ 식품 중소기업에 명약?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1.0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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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회장(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회장
△신동화 회장

제조업종 중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79년부터 시행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지정 관련법은 시행 이후 여러 불합리한 점이 발생하며 2006년 폐지됐는데, 이번 정권 들어 폐기된 이 법의 이름만 바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활했다. 이 법은 소상공인 단체가 지정을 요청하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심의·의결을 거쳐 대기업 진입을 막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제도 의도 자체는 이해되지만 실제 이 법이 기업운영과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관련 중소제조업에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현실적인 면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관련분야 학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나 협력이익공유 제도는 영업자유를 제한하고 재산권행사와 헌법에 나와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법적 사항을 떠나 현실적으로 시장이나 기업과 인간의 속성에서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생물체와 같이 기업도 생존하기위한 노력과 경쟁이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과보호는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퇴보의 첫 단계에 들어선다.

식품 제조업 자금 조달, 마케팅, 기술 문제에 애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해결될 부분 거의 없어

특히 식품 분야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을 보면 과연 이들 업종이 대기업 진입을 막는다고 중소기업이 얼마나 영업상 혜택을 볼 수 있느냐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는 김치, 단무지, 도시락, 두부, 순대,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 전통 떡 등과 함께 음식점이 포함돼있다.

우리나라 식품분야 제조업체 수는 2만9906개(2016), 70만7000명이 종사자로 있지만 매출액 규모는 연간 20억 원 미만 업체 수가 90.5%에 이르고 1억 미만도 57%에 달한다. 매출액 기준 1조 원 이상인 업체는 8개에 불과해 전체 점유율은 0.03%이다.

초 영세성 제조업분야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한 분야에 진입하기위한 제일 조건은 향후 매출액 규모가 50억 원에서 100억 원 정도가 예상될 때 사업을 검토한다. 과연 국내시장만으로 볼 때 이 조건에 맞는 품목이 어느 것이 있고 대기업이 눈독을 들일 분야가 얼마나 될까?

연매출 20억 미만 90%…대기업 50억 미만엔 불참
실질적 혜택 의문…경쟁 없는 온실 허약 체질 조장
김치는 대기업 참여로 시장 확대, 동반 수출, 세계화

식품제조업 분야에서 애로점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금 부족, 마케팅, 기술 등 순서다. 이 같은 어려움의 내용을 보면 과연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식품분야 중소기업들이 정부가 지정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보호함으로서 기대하는 혜택을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한다.

이렇게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문제, 마케팅, 기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글쎄다. 김치산업이 좋은 예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묶여 있던 김치 제조업이 규제가 해제되면서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영업력이 있는 관련기업이 진입해 첨단기술개발, 해외 판로개척, 제품 다양화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고 이 결과 전체 김치산업규모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우리 대표 전통발효식품인 김치를 세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장류와 다른 우리 전통식품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기업이 이 분야에 진입해 중소기업이 몰락했다는 통계자료는 없다. 오히려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산업이 안정되면서 외국 수출 길도 확대되며 동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여겨진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규모나 영업장 거리로 동일업소를 제한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지원의 확대, 마케팅 지원 그리고 기술 개발을 통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줘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경쟁 없이 온실을 만들어 주는 것 보다 경쟁을 통한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인위적으로 억제해 약자를 보호하면 허약 체질이 돼 자생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잡기 어렵다. 스스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국가의 배려는 제한돼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여건 마련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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