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신고·허가제 대립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신고·허가제 대립
  • 강민 기자
  • 승인 2019.01.14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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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3월 시행 임박
오는 3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기능성 표시 신고제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신고제 반대를 주장해 오던 식약처는 신고제 도입 시 안전 문제에 따른 국민 혼란을 우려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안전을 담보한 알려지지 않은 우리 농산물을 보다 다채롭게 활용해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을 늘리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건식업계는 소비자 안전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현행 제도(허가제)을 유지하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향을 주장하는 반면 식품업계는 기능성 식품 카테고리가 새롭게 창출돼 업계간 R&D 투자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결국 기능성 식품 표시 신고제 논란은 ‘안전’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식약처와 건식업계에서도 기능성 표시제도는 국가가 안전을 담보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국민들의 국가 정책 불신으로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모든 농산물을 마구잡이식으로 신고하는 것이 아닌 안전하면서도 효능이 알려진 원료가 사장되는 것을 막아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농산물 중에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섭취하며 좋은 효능을 지닌 원료가 많지만 그 효능을 알릴 방법이 없어 판로에 애를 먹고 있는 제품이 많다”며 “기능성 표시 신고제 도입은 이러한 원료들을 발굴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혀 건기식산업을 식품산업으로 확장해 전체 시장을 키워보자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중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하는 해커톤토론회가 예정돼 있는데, 토론회에서 식약처와 입장차가 좁혀지길 기대하지만 만에 하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업계 의견을 수렴한 의원 입법((가칭)기능성식품육성발전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에서 수집 중인 기능성표시 식품이 진열돼 있다.
△농식품부에서 수집 중인 기능성표시 식품이 진열돼 있다.

농식품부 “식품 산업 활성화 계기…신고제 관철” 의지
식약처, 기능성 원료 함유 땐 건기식 인정…허가제로

식품 업계도 반색…편의점 판매는 의약업계와 마찰 예상
건기식 업계 시장 확대 찬성…인증·정보 전달엔 기준을

이에 대해 식약처는 부처간 고유 업무영역이 있고 제정된 법률안에서 논의돼야할 부분을 새로운 법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농식품부의 발상 자체도 법 체계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부터 건강기능식품 인정 시 일반식품에 기능성 원료 함량과 기능이 제품제조 공정을 모두 거친 후에도 변화가 없고 건강을 도울 수 있는 기능을 담보할 수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라며 “특히 일반식품에 기능성원료가 함유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건강기능식품 판매처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유통상 한계성에 대해서도 통신판매망 등을 통해 극복하기 위한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도 300㎡ 이상 판매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신고를 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통채널 확대에 대해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농식품부가 고민하는 기능성 농산물 유통망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편의점 유통 등 판로가 확보되면 이러한 논쟁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기식 편의점 유통은 의약업계의 반발이 거세 상당부분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윤상직 의원이 의점에서도 건기식 판매를 허용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의사협회와 약사회 등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하지만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된 건강기능식품법 일부 개정안은 유통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정안에는 영업신고 등에 관해 정한 6조 2항의 단서가 신설 됐는데, 기존 약국만 건강기능식품 판매 영업신고 대상 예외에서 식품위생법 36조에 따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판매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의 영업자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영업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 14 업종별 시설기준에 따르면 마트나 백화점뿐 아니라 거주 지역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건기식 판매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농식품부 소비자 알권리·제품 선택권 확대 추진
식약처는 의약과 분리한 건기식 시장 육성 도모


한편 그동안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표시법에 위배돼 소비자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전달할 수 없어 속앓이를 해 왔던 식품업계는 이번 기능성 표시 신고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식품산업은 HMR시장 외에는 전체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고민이 한창인데, 기능성식품 카테고리가 생기면 식품업계도 그동안 인색했던 R&D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져 식품산업의 선순환 작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식품업계는 농식품부의 기능성표시 신고제 도입 취지인 국내 농산물 소비촉진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격 때문이다. 신고제가 도입되더라도 국산 원료 대비 3분의 1가량 저렴한 수입산 기능성 원료 중심의 제품 개발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국산 원료는 추후 프리미엄 시장의 형성을 내다봤다.

건식업계는 과학·객관화 문제를 우선시하며 현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원료 인증 등 부분에 일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신고제 도입 시 안전상 문제가 염려된다는 것이다.

건식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농산물 중 좋은 원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증명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더덕이 몸에 좋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정확한 섭취량 등에 대해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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