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건강효과 침소봉대 보도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3)
음식의 건강효과 침소봉대 보도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3)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1.1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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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성분 양면성…효능 과장은 본래 가치 벗어나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하는 보도가 참 많다. 최근 한우고기가 면역기능과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보도가 있었고, 항암김치, 천일염, 초유, 유정란 등 음식을 약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홍보성 보도가 너무나도 많다. 일반 소비자들은 TV나 언론 매체를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하자마자 마트가 동이 날 정도로 이들 식품을 사 먹고 그 효능을 맹신한다. 대개 이런 보도는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팔거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식품의 좋은 면만 보게 되고, 이를 강조하다 보면 결국은 약(藥)이 돼 버린다. 2019 기해년부턴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를 바란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우(韓牛) 고기의 인체 효능 연구’ 보도가 있었다. 한 연구결과가 보도된 것이다. 이는 한우고기의 부위와 조리유무에 따른 항산화 성분을 분석하고, 염증인자 억제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또 한우 고기가 실험동물의 아토피 피부염 유발로 증가한 경표피 수분 손실량과 표피두께, 피부조직의 비만세포 수를 유의적으로 감소시켰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보도된 연구의 결론은 “한우고기를 섭취하면 인체 면역기능을 개선하고 아토피 피부염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연구의 결과는 “이런 식품에 이런 효과를 주는 성분이 있다 또는 많다”인데, 보도된 연구의 결론은 항상 “이 식품을 먹으면 인체에 이런 효과를 낸다.”로 비약돼, 소비자를 자극하고 이런 식품들을 정신없이 찾게 만든다.

이런 식품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사실 그대로 발표해야 한다. 특정 성분의 유무, 존재하는 양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질병의 치료나 예방효과 등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해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이런 연구결과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사업자나 단체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그 동안 생산자를 도와준답시고 정부나 유관 식품연구기관들이 이런 연구들을 수행해 조금이라도 좋은 성분이 있고 다른 음식들보다 많다고 판명이 되면 이걸 먹으면 몸에 좋다고 과장해 광고와 홍보를 해 왔다.

이런 성분연구를 비약해 인체 영향으로 결론지어 보도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성분만 따지다보면 모든 식품이 약(藥)이 되기도 하고 독(毒)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우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한우고기의 면역개선, 아토피 연구의 보도가 있었으나, 지난 2015년 10월에는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 섭취의 암 유발 가능성을 발표했었다. 사실상 이 보고서는 가공육에 발암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지 이들의 섭취가 인체 내에서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때 우리나라 육류 관련 협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생산자, 식품 관련 과학자들은 WHO의 성급한 발표를 문제 삼고 신랄히 비판했었다.

물론 과도한 육류의 섭취를 줄이자는 일종의 경고라는 측면에서 WHO의 발표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식품은 미량이나마 발암성 등 독성성분을 갖고 있다. 당연히 고기의 섭취량에 비례해 발암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도 마찬가지로 1군 발암물질인 알코올이 주성분이라 술 마시면 암에 걸린다고도 하고 와인 등 과실주엔 항암성분이 있어 술 마시면 암이 예방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식품인 장류, 김치, 젓갈도 마찬가지다. 이는 항암성분도 있고 발효과정에서 미량이지만 발암물질도 발생해 양면을 모두 갖고 있어 보는 시각에 따라 항암식품도 발암식품도 되기 때문이다.

음식 중 유해물질이나 기능성 성분의 존재 여부만으로 건강효능이나 위해성을 추정, 비약해 ‘먹어라, 마라’, ‘좋다, 나쁘다’ 등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보도는 앞으로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육류 등 모든 음식은 양면성이 있어 안전성 문제 제기나 건강 영향에 대한 논란은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품의 진정한 가치(價値)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다.” 식품의 인체 효능은 부가적인 가치에 불과하며, 음식은 맛과 향, 영양가, 안전성, 희소성, 스토리텔링 소재가 될 문화 등 많은 요인들이 어우러져 진짜 가치를 낸다. 음식에 대한 인체 효능을 강조하다 보면 음식 본연의 가치를 잃게 되고 결국 실망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음식을 약으로 먹는 것은 효능을 떠나 가성비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겐 손해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목적성 식품성분 연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식품의 성분에 대한 인체영향 확대 해석은 제발 삼갔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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