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만두 성공사례로 본 K-food의 세계화 전략-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4)
비비고 만두 성공사례로 본 K-food의 세계화 전략-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1.2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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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모범 사례…대기업 참여해야 가능

최근 국내 만두시장을 넘어 세계를 누비는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가 매출 6,400억 원, 글로벌 매출 비중 50%를 돌파하며 ‘K-만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인데, 2020년까지 비비고 만두 매출 1조 원을 무난히 달성해 세계 시장 1위의 글로벌 비전이 성공할 것 같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네슬레,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탄생한 것 같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비비고 만두가 ‘K만두(K-Mandu)’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글로벌 한식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작년 비비고 만두는 총 6,400억원 매출 중 미국에서만 2,400억 원을 기록했고 만두 종주국 중국에서도 500억 원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우선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니즈, 식문화 트렌드의 분석, 현지 소비자의 취향 저격 등을 꼽을 수 있다. 얇은 만두피에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덧붙여 현지화에도 힘썼다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굳이 외국인들에게 먹여가며 애써 입맛을 바꾸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다고 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차별화된 R&D와 제조역량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고자 2014년부터 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왔다. 공장 증설은 물론 현지 유력 식품업체들을 인수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해왔고 CJ그룹의 문화·스포츠와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온 결과다.

즉, 투자 여력과 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반(反) 시장적 규제인 중소기업적합 품목 73개 중 40% 가량이 식품이다. 김치, 단무지, 도시락, 두부, 면류, 순대, 어묵, 원두커피, 장류, 전통떡, 햄버거빵, 떡국/떡볶이떡 등이 해당되는데, 공교롭게도 ‘만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이 아니다. 그래서 수출 역량을 갖춘 대기업이 내수와 수출 다방면으로 적극 나설 수 있어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순간 기존 해당 품목을 생산·판매하는 대기업은 생산시설 확장을 자제해야 하고 자회사, 계열사, 그 밖의 신규 대기업은 진입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중기 적합 업종 73개 중 절반 이상이 식품 대상
세계화에 족쇄…“제2의 K-만두?…언감생심”

한 쪽에선 ‘한식 세계화’, ‘수출 산업화’를 외치고 다른 쪽에선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규모화와 성장을 가로막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로 식품산업에서의 제2의 K만두는 앞으로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김치, 두부가 규제 이전부터 대기업의 전폭적 투자로 현재 K-food 붐에 근접했다고 본다. 대기업이 시장의 파이를 키워놓고 수출도 해야 틈새시장도 생기고 프리미엄 시장도 생긴다. 소상공인을 보호하자고 대기업을 무조건 배제하다가는 자칫 시장 축소로 모두가 죽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어 대기업의 규모화, 글로벌 성장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상생의 길일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지랖 넓게도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을 끌고 다니며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가 K-food의 성공적인 롤 모델인데 사실 정부의 역할보다는 기업 스스로가 해냈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한식은 “사람 몸에 좋은 우수한 건강식이다!”, “Made in Korea 국내산 원료 신토불이!”를 정부와 전문가들이 아무리 외쳐봤자 이 세상 어느 소비자도 감동 받지 않을 것이고 귀 기울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맛있는 음식이 최고 음식이기 때문이다. 간편하고 깨끗하고 가성비 좋으면 금상첨화다.

‘K-만두’로 살펴 본 글로벌 K-food의 No.1 성공요인은 “기업이 주연(主演)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시장에서 치고 나가고 정부는 규제나 자금 등 걸림돌을 제거해주며 티 안 나게 따라가는 조연 역할을 할 때 K-만두 같은 진정한 세계화, 글로벌 K-food 작품이 또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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