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Sugar tax) 등 세계적인 ‘설탕과의 전쟁’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5)
설탕세(Sugar tax) 등 세계적인 ‘설탕과의 전쟁’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1.28 01: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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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애꿎은 비만 누명…주범은 초과 칼로리
탄산음료·가공식품에만 세금 부과는 문제

2011년부터 프랑스는 탄산음료 한 캔에 1%의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용량을 줄여 설탕세 도입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4월부터 영국도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했다. 멕시코, 헝가리, 핀란드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설탕세를 부과해 오고 있다. 그러나 콜라 등 설탕 함유 청량음료의 가격이 인상되는 부작용도 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요 근래 설탕은 ‘21세기 마약, 담배’로 불릴 정도로 ‘공공의 적’이 되는 모양새다. 충치(蟲齒)와 비만(肥滿)은 물론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심장 질환, 심지어 암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쯤이면 거의 독(毒)에 버금가는 푸대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꾸준히 설탕을 먹고 있다. 영국의 경우 1인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34㎏으로 200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비만의 원인을 살펴보면 꼭 설탕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은 전 세계 비만 1위의 나라인데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은 2016년 기준 11 kg에 불과하다. 이는 브라질(61 kg)의 1/5, 미국(33 kg)과 영국(34 kg)의 1/3, 우리나라(25 kg)와 전 세계 평균(24 kg)에는 절반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작은 양이다. 즉, 중국의 높은 비만 문제는 설탕 때문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식사, 기름진 음식,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들 때문이라 생각된다.

비만은 “몸에서 에너지로 쓰고 남은 여분의 칼로리가 지방의 형태로 몸에 축적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이 여분의 칼로리는 설탕의 당 성분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 모든 영양분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만의 주범은 엄밀히 말해 설탕이 아니라 초과 섭취된 칼로리, 그리고 적은 칼로리 소비량 그 자체다. 즉, 높은 input, 낮은 output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비만의 원인이 당(糖)이라면 설탕 뿐 아니라 과일, 과채주스, 쌀밥, 면을 포함한 당류가 포함된 모든 식품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 섭취의 1/3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일평균 당 섭취의 33%는 과일이며, 우유 14.5%, 탄산음료 8.3%, 쿠키·크래커·케익 8%, 캔디·젤리·꿀·엿·초콜릿 7.7%, 채소 3.7%, 식빵·팬케익·토스트 2.9%, 과일주스 2.5%, 아이스크림 2.4%, 김치 2.2%를 통해 당을 섭취한다고 한다. 즉, 당 함량이 높은 대표식품으로 탄산음료, 과자, 케이크 등이 주로 꼽혀왔지만 사실 과일과 비타민음료, 수정과, 식혜, 과일잼, 스틱커피 등에 오히려 많이 들어 있는 셈이다.

비만 저감 취지 좋지만 유럽서 도입엔 찬반 대립
푸드패디즘 유발…인공 감미료 사용 조장할 수도
장기적으론 비만 원인 알고 당 섭취 줄이게 유도를

또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착한 당’과 ‘나쁜 당’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여기서 착한 당은 꿀이나 쌀, 감자와 같은 비가공식품의 천연당(天淵糖)을, 나쁜 당은 식품에 인위적으로 넣은 설탕 등 첨가당(添加糖)을 지칭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단순당, 탄수화물 식품, 당 함유 음료는 우리 몸에서 소화되어 당의 형태로 흡수된다. 착한 당은 없다! 나쁜 당도 없다! 다양한 종류의 당이 있을 뿐이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탄수화물 모두 당(糖)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을 피할 수 없다. 적게 먹어 총 당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이 당이 일으키는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유럽 각국의 설탕세 부과는 인류의 비만을 줄이자는 좋은 취지고 명분도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도입한 덴마크는 도입 1년 만에 일자리 감소와 산업 위축 등을 이유로 폐지했다. 핀란드도 식품업계의 반발로 설탕세 일부가 폐지되는 등 유럽 내에서도 찬반이 분분한 상태다.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현재까지 약 30개 도시 및 주 정부들이 설탕세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서민 증세라는 비난 속에 다수가 실패로 돌아갔고, 현재 운영 중인 지역은 버클리와 필라델피아, 시애틀, 볼더 등 소수에 불과하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태국, 필리핀 등이 지방세 및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탕에 대한 불평등한 세금 부과는 오히려 설탕에 대한 푸드패디즘을 유발하고,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감미료의 무분별한 사용을 조장할 수도 있다.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짓거나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공식품의 당 줄이기가 단기적으로는 비만 예방 정책의 성과를 가져다주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만의 모든 원인, 모든 식품의 당함량, 당의 주요 섭취원 등 팩트를 정확히 알리고 국민 스스로가 생활 속에서 당 섭취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나 계몽의 방향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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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2019-02-07 09:50:34
그렇군요 설탕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