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보는 우리의 자세와 바람직한 식문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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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2.2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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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의 양면성…과장해서 藥, 낙인 찍어 毒
지나친 이익·공포 조장 본래 가치와 동떨어져

우리나라는 항간에 떠도는 “무얼 먹으면 어디에 좋다. 많이 먹을수록 좋다. 무엇은 나쁘니 먹지 말라.” 등등 음식과 관련된 루머가 너무도 많다. 음식으로 이익을 보는 장사꾼은 물론이고 식품을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학자들까지도 가세해 음식을 약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거꾸로 음식이 갖고 있는 해로운 성분으로 공포를 조장해 독(毒)으로 쓰레기 정크푸드로 치부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식품(食品)의 ‘먹을 식(食)’자는 ‘사람 인(人) + 좋을 량(良)’이다. 즉, 사람에게 좋은 것을 말한다. 모든 음식은 사람에게 좋게 쓰이도록 태어났다. 음식 자체는 죄가 없는데, 먹는 사람이 과식, 폭식으로 탐닉해 나쁘게 만든 것이다. 오래 동안 인류가 먹어 오고 있고 상거래 되는 모든 식품(食品)은 대체적으로 좋은 먹거리라 생각한다. 독성이 커 안전하지 않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먹어오지 않았을 것이고 몸에 좋지 않다면 돈을 주고 사 먹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식품이 갖는 양면성은 인정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영양소나 건강기능 성분들도 적게 먹게 되면 영양 부족이나 효능을 주지 못해 먹어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반대로 독(毒)이 된다. 이 음식의 양면성을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숲 속의 나무를 보면서 음식 속의 특정한 성분을 부각시키며 “무엇은 좋다, 무엇은 나쁘다”하며 이익을 얻기도 하고 공포를 조장하기도 한다.

항간에 떠도는 그리 좋을 것이 없는데도 작은 장점을 침소봉대해 약처럼 과장한 먹을거리로는 천일염, 유기농, 항암김치, 초유, 유정란, 올리브오일, 발효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이 있다. 다른 음식보다 특정 영양소를 조금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슈퍼푸드(superfood)’라 불리는 것도 허황된 통념이다.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갈증이 나지도 않는데 일부러 마실 필요까지는 없다. 식이보충제 역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정상인은 현대의 식습관과 영양상태로 볼 때 그리 필요치 않다고 봐야 한다. 발효식품도 건강식이긴 하나 장기 보존 시 미생물 발효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 알러지 유발 물질은 어쩔 수 없는 허점이다. 유기농 식품 또한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나 제품의 영양, 기능,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보존하는 생산기법이라 일반식품과는 그 산물 즉, output에는 차이가 없다.

반대로 그리 나쁠 것이 없는데도 마치 나쁜 독처럼 알려진 먹을거리도 많다. 대표적으로 우유, 육류, 밀가루, 설탕,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식품첨가물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고기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고기 먹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고기가 주는 면역 증강효과가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 등 단점 보다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고기를 잘 먹지 못했던 과거 인류의 평균수명이 고기를 많이 먹는 현대에 비해 훨씬 더 짧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1945년 해방 전 45세 미만에서 2013년 82세로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해 구설수에 올랐던 보도들이 있었다. 한우고기가 면역기능과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의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라”는 보도도 구설수에 올랐다. 막걸리에 효모와 유산균이 있고 또한 유기산, 단쇄 지방산 등 좋은 효과를 내는 성분도 있어 없는 말한 건 아니지만 인체 유효성이 입증된 것이 아니고 막걸리를 과음하면 독이 된다. 막걸리가 제아무리 좋은 성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술은 술이다. 같은 양일 때 다른 술보단 덜 나쁘다는 건 말이 되지만 이걸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 생각된다. 아무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정책을 서포트 하는 연구이지만 이런 보도는 삼가야 한다고 본다. 음식은 약(藥)도 독(毒)도 아닌 음식 그 자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價値)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다. 음식에 대한 인체 효능을 강조하다 보면 음식 본연의 가치를 잃게 되고 결국 실망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음식을 약으로 먹는 것은 효능을 떠나 가성비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겐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보도는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한다. 특히 배운 전문가나 음식으로 먹고사는 식품산업 종사자들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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