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정간편식 세계적 열풍①:일본…‘간편한 한끼’ 식품 산업 미래 성장동력
[기획]가정간편식 세계적 열풍①:일본…‘간편한 한끼’ 식품 산업 미래 성장동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03.13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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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조리하는 내식과 외식의 중간 개념 ‘中食’으로 성장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더불어 가정간편식 시장은 계속 성장해 왔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가정간편식(HMR)은 ‘시간 절약’ ‘맛’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식품 소비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의 가정간편식은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한 끼를 완성하는 도구인 동시에 맛과 영양까지 갖춘 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합리적·경제적인 소비패턴에도 부합돼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미래세대의 식품으로까지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대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 향후 전 세계 가정간편식 시장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들이 각 식품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더욱 다채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시장의 몸집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통해 세계 각국의 가정간편식 산업의 성장 배경과 유통경로, 소비자들의 반응과 시장 현황, 관련 정부 정책 등을 살펴보고 세계 식품 시장 속의 가정간편식 열풍을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이를 통해 국내 식품업계에 줄 수 있는 시사점도 도출해 향후 국내 HMR 시장을 전망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여성의 사회진출, 1인 가구의 증가, 식사 준비에 대한 번거로움, 편리성 추구, 경제적 이익 추구, 바쁜 삶 등의 이유로 일본 소비자들은 간편식 소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황서영 기자)
△여성의 사회진출, 1인 가구의 증가, 식사 준비에 대한 번거로움, 편리성 추구, 경제적 이익 추구, 바쁜 삶 등의 이유로 일본 소비자들은 간편식 소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황서영 기자)

▨일본의 HMR 산업 현황

일본은 가정간편식 시장이 지속성장하는 국가들과 유사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1인 가구의 증가, 식사 준비에 대한 번거로움, 편리성 추구, 경제적 이익 추구, 바쁜 삶 등의 이유로 일본 소비자들 또한 꾸준히 간편식 소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시장에 처음으로 간편식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는 전반적으로 품질과 맛을 신뢰하기보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HMR 식품 공급업체나 유통업체의 노력으로 많이 불식돼졌고 간편식 시장이 확대됐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식문화는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분류됐다. 첫째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원재료를 구입해 가정 내에서 조리해 먹는 것을 ‘내식(內食)’, 둘째는 식재료 구매행위, 조리 행위 없이 아예 가정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외식(外食)’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식과 외식의 중간지대 개념으로 일본식 용어인 ‘중식(中食)’이라는 단어의 출현으로 HMR 시장도 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전체 식품시장 규모에서 HMR 식품시장의 점유율은 2007년 약 12.7%에서 2016년 약 13.8%로 1.1% 신장했다. 일본 외식시장이 1997년을 피크로 점차 감소하면서, 중식시장 규모는 2003년에 외식산업 시장의 25%였는데 2016년에는 38.7%로 급성장했다. 즉 외식산업 시장이 줄어들면서 HMR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중식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가정 내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내식이 시장 전반을 차지하고 있어 HMR 시장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일본 식품시장 추이(자료=중식협회)
△일본 식품시장 추이(자료=중식협회)

전통적으로 내식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식문화와 식품안전성에 대한 고려 때문에 HMR 시장이 조기에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최근 각종 식품 안전사고에 대한 업체들의 대응자세가 바뀌고 소비자들을 두려워하는 새로운 경영문화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집 밖의 식품에 대한 신뢰도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간편식은 쌀을 주식으로 한 도시락류와 집에서 밥만 지어 먹을 수 있는 반찬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간편식 식품의 종류를 보면 식재료로 쌀이 사용된 종류가 2015년에 5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쌀을 사용한 도시락 시장 규모는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반찬류를 통해 상당한 소비자들이 여전히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위기 때 가격 지향 소비 한몫…식품 시장 13.8% 차지
편의점 운영 유통업체가 시장 장악…제조업체 비중은 6.8%

▨HMR 산업 성장 배경

일본의 HMR 시장이 성장한 이유로 학자들은 다양한 요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일본 세대구조의 변화’다. 3대가 같이 살던 대가족문화에서 핵가족화 또는 1인 가구 수 증가로 간편식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러한 세대 구성원 변화가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식품시장에서 외식산업의 성장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위기는 외식산업에 집중됐던 수요들을 가격에 민감하게 만들었고 결국 가격지향형 소비패턴을 보이는 소비자는 간편식 구매를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맥락에서 인구의 고령화는 또 다른 HMR 시장의 성장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 전체 세대 수에서 고령화 세대수의 점유율이 1989년 7.8%에서 2016년 26.6%로 급증했다. 고령화에 따라 소비자들이 직접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를 하는 행위가 번거로운 행위로 인식돼 고령의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추구하는 쇼핑패턴을 보이며 편의점, 도시락 전문점, 반찬 전문점에서 간편식을 쉽게 구매하고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도 성장 요인이다. 2018년 일본의 HMR 식품에 대한 소비자 설문 조사결과에 의하면 간편식을 구매하는 이유 중 집에 늦게 귀가하면 요리할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26.9%를 차지했다. 일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여성이 집안에서 요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식 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도 중식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예전에는 간편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HMR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건강지향형 간편식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더불어 HMR 공급업체들의 노력으로 미개척 식품분야는 간편식으로 개발·판매되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종류의 식재료가 사용되는지 섭취열량은 얼마나 되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쇼핑패턴의 변화는 새로운 HMR 시장의 성장을 불러왔다.

▨HMR 유통경로

일본의 간편식 시장은 1980년대 대형유통업체의 편의점업태 성장과 괘를 같이 한다. 2010년 야노경제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HMR 식품의 유통경로는 2016년 기준 반찬전문점이 33.1%, 편의점이 28.8%, 양판점 및 슈퍼마켓이 15.7%를 나타냈다.

△일본 HMR 업태별 시장점유 현황(자료=중식협회)
△일본 HMR 업태별 시장점유 현황(자료=중식협회)

대형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편의점 업태가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간편식 시장공략이 HMR 시장규모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Top 3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의 적극적인 HMR 시장 참여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고령층을 상대로 표적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어 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간편식 상품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편의점은 다른 업태보다도 점포 수 측면에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8년 11월 기준 상위 6ro 편의점 업체가 5712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상위 3사가 점포수의 약 89%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HMR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무엇보다도 고객정보 공유와 1일 3회 배송이라는 물류시스템 구축은 편의점 업태가 HMR 시장을 주도하는 기반이 됐다. 이중 세븐일레븐은 유통정보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간편식 제조업체와 협력해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고객 니즈를 파악해 HMR 식품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POS 시스템을 활용한 고객의 수요 예측과 구매성향 파악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각종 식품포장 기술이나 생산기술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가정집 배달을 통해 HMR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세븐일레븐은 2011년부터 쇼핑 약자를 위한 안심배달서비스 제도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간편식 온라인 예약 판매제도도 실시했다.

반찬 전문점은 상점가 또는 주거단지 인근에 위치해 소비자들에게 양호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밥을 짓고 필요로 하는 반찬세트가 주를 이룬 상품 구색을 가지고 있으며, 슈퍼마켓이나 양판점은 편의점과 달리 반찬류를 주로 다루면서 프리미엄 도시락 완제품을 판매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본 시장 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유통되는 간편식은 대부분 유통업체 브랜드다. HMR 식품 제조업체인 NB 상위 5개 업체의 2017년 시장점유율은 6.8%로 아주 미미하다. 1위 업체인 Kewpie Corp가 1.8%를 점유하고 2위 업체인 Nisshin Seifun가 1.7%, 3위 업체인 House Food Corp가 1.4%, 아지노모토가 1.0%, 메이지 홀딩스가 0.9%를 차지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HMR 식품 시장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영향력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 신뢰 위해 표시 기준 등 자체 제정…HMR 정책 주도
도시락·삼각김밥 등 쌀류 절반-반찬 40%…샐러드 급성장

▨HMR 식품 소비 현황

일본 소비자들은 냉동식품에 대해 신선도와 맛에 있어 열악하다고 믿고 있는 인식이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래 HMR 제조업체들이 정교화된 식품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냉동 HMR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냉장식품이 84%(2005년 기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냉동 HMR의 수요도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2015년 간편식 종류별 시장점유율(자료=중식협회)
△일본 2015년 간편식 종류별 시장점유율(자료=중식협회)

2018년 일본 중식협회에 따르면 간편식 시장에서 판매되는 HMR 식품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점유율 49.6%의 ‘쌀류 간편식’이다. 쌀류에 이어 반찬류가 40.7%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쌀류가 주 원재료가 되는 도시락이 1위를 차지하고 삼각김밥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샌드위치, 고로케, 야채샐러드 등이 이었다.

특히 야채샐러드는 웰빙을 지향하는 고객 증가와 건강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일본 간편식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층 증가로 HMR 공급업체들은 건강 지향형 간편식 개발차원에서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한 신개념의 HMR 식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주별 간편식 구매횟수를 조사한 일본 정책금융공고에 의하면 작년 주별 2회 정도 구매한 소비자가 전체 조사자의 37.5%에 달하고 있다. 그 중 남성의 비율은 40.6%를 기록했으며, 여성의 경우는 34.4%를 차지했다. 또 간편식 구매에 있어 객단가는 구매고객의 반 이상이 2000엔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조사결과에 의하면 ‘집에서 요리하는 것보다 HMR 식품 구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간편식이 집에서 조리하여 먹는 것보다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고객층이 감소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남성보다 여성 소비자들이 HMR 식품을 구매 할 때 가격보다 맛에 더 민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소비자의 HMR 이용빈도(자료=일본정책금융공고)
△일본 소비자의 HMR 이용빈도(자료=일본정책금융공고)

냉장 84% 우위 속 냉동 제품 증가…고령자엔 가정 배달도
3명 중 1명 주 2회 구입…객단가 2000엔 미만이 다수

▨일본의 HMR 관련 정책

HMR 식품 제조와 관련하여 일본 중식협회는 표시기준 가이드라인을 2011년 발표했다. 이 법률을 바탕으로 중식협회는 간편식 제공업체들이 패키징에 원재료명, 원재료 생산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 등을 표시하도록 자체적으로 표시기준을 강화했다.

수많은 식품사고를 바탕으로 동일한 식품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는 법률을 보완하고,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은 고객 신뢰를 쌓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법률적 제재보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HMR 제조업체의 노력과 유통업체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간편식에 대하여 우호적 이미지를 갖도록 연출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가동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HMR 시장에서 하나의 식품정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사회적 윤리적 책임경영으로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시사점

가정 밖에서 식재료를 구매하고 가정 내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증가는 일본의 내식(內食) 선호도를 약화 시키는 주요소로 작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변화가 계속해서 HMR 식품산업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세대구조 변화에서 1인가구의 증가, 아이 없는 부부의 증가, 맞벌이 부부의 증가,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은 식사준비의 번거로움과 더불어 식사준비 시간 부족으로 직결되어 편리성 추구차원에서 간편식 구매를 촉진 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구감소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로 외식산업의 성장은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의 주별 간편식 구매회수 증가가 지속적인 HMR 시장규모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유통업체들에 대하여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과거에는 유통업체들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수준이 열악하였지만 수많은 식품 사고를 거치면서 유통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 기업들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정부의 식품안전성 확보 노력보다도 유통업체가 안전한 식품을 유통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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