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유래와 효능·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1)
막걸리의 유래와 효능·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1)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3.1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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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민족酒의 하나…고려시대 도은집에 기록
유산균 등 도움…쌀 제조·자연 발효로 고급화

최근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해 구설수에 올랐던 보도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최근 한 연구원의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라”는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막걸리에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고 또한 유기산, 단쇄 지방산 등 좋은 효과를 주는 성분도 있어 없는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인체 유효성이 입증된 것도 아니고 막걸리를 과음하면 독(毒)이 되기 때문에 사람의 장 건강을 막걸리로 챙기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막걸리는 쌀이나 밀과 같은 탄수화물에 누룩(효모+곰팡이/효소)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것인데, 알코올 도수 6~13%의 탁한 색깔을 띠는 탁주(濁酒)의 한 종류다. 막걸리는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의미인 ‘막’과 ‘거르다’는 뜻의 ‘걸리’가 합쳐진 말로 ‘아무렇게나 걸러낸 술’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금 바로(막) 걸러낸 술’이라는 설도 있다. 2010년부터 농식품부 《전통식품규격집》 개정판을 통해 막걸리와 탁주는 같은 용어로 개정됐다.

막걸리라는 이름이 정확히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민족이 주로 마셔왔던 3대 주종인 청주, 탁주 소주가 완성된 시기인 고려시대의 《도은집(陶隱集)》에 탁주(濁酒)가 언급돼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로 넘어 와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탁주와 관련된 기록이 있으며, 1837년경 술 제조법에 관한 <양주방>이라는 책에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후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주세법(1909년)⌟과 주세령(1916년)으로 주종별 알코올 도수를 정하면서부터 물을 타지 않고 걸러낸 ‘탁주’와 물을 타서 희석시킨 탁주인 ‘막걸리’를 공식적으로 구별해 기록했다고 한다. 이후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1924》에도 등장했고 조선시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170 종의 우리 술을 11가지로 분류할 때 막걸리 등 탁주를 앙료류(醠醪類)로 분류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전통주의 암흑기라 불린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세수를 목적으로 ⌜주세법⌟을 만들어 허가 받은 사람만 술을 빚을 수 있게 돼 술의 품질이 규격화되면서 조선시대부터 이어오던 우리 술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졌다. 특히, 625한국 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하자 ⌜양곡관리법(1965년)⌟에 따른 ‘순곡주 제조 금지령’으로 쌀 대신 수입 밀가루를 막걸리 원료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이 밀 막걸리의 시대는 1980년대에 막을 내리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쌀 막걸리가 제조·판매되기 시작했다.

막걸리는 예로부터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 ‘곡주(穀酒)’, 우유처럼 흰 술이라 ‘백주(白酒)’, 흐리고 탁한 술이라 ‘탁주(濁酒)’, 찌꺼기가 남는 술이라 ‘재주(滓酒)’, 알코올 도수가 낮아 ‘박주(薄酒)’, 집집마다 담가먹는 술이라 ‘가주(佳酒)’, 제사상에 올리는 술이라 ‘제주(祭酒)’, 농사지을 때에 먹는 술이라 ‘농주(農酒)’, 시골에서 마시는 술이라 ‘촌주(村酒)’, 백성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국주(國酒)’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막걸리를 ‘웰빙주’라고도 부르는데, 아마 다른 술에 비해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살아 있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 함량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막걸리 성분은 약 80%가 물이고 식이섬유가 10% 내외를 차지하기 때문에 효모, 유산균과 함께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필수아미노산 10여 종과 단백질이 약 1.5~1.9% 포함돼 있고 0.8%의 젖산, 구연산, 사과산 등 유기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막걸리를 마시면 뒤끝이 안 좋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1965년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면서부터 잡곡이나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탁주업자들은 발효기간을 앞당겨 생산원가를 줄이려고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calcium carbide)’를 넣어 막걸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막걸리를 마신 다음 날엔 어김없이 숙취와 두통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요즘 막걸리는 이 카바이드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8~10일의 숙성기간을 거치는 자연발효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

이렇게 막걸리가 제아무리 좋은 성분을 많이 갖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술은 술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알코올은 발암성이 명확하다. 막걸리라 같은 양 마실 때 다른 술보단 덜 나쁠 수는 있겠지만 이걸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음식은 약(藥)도 독(毒)도 아닌 음식 그 자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자라면 술과 같은 기호식품은 기분과 분위기를 위해 최소량 섭취토록 소비자를 설득해야지 건강에 유익한 걸로 착각시켜 과음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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