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수 제품의 허상과 허위·과대 건강 마케팅의 최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4)
수소수 제품의 허상과 허위·과대 건강 마케팅의 최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4.0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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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1%가 수소…극미량 첨가 건강 효과 미미

지난달 28일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수소수’ 제품의 광고 내용을 검증한 결과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수소수를 마시고 활성산소 제거 항산화 효과, 아토피나 천식 등 질병치료, 미세먼지 축적 억제효과, 노폐물 배출 등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 내용을 검증한 결과 현재까지 임상적 근거나 학술적 근거가 부족해 ‘허위·과대광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부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인데, 질병 치료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허위·과대광고 13개 제품과 판매업체 24곳을 적발, 행정 처분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수소수’는 먹는 물에 허용된 식품첨가물인 수소(水素, H)를 첨가해 제조한 음료를 말한다. 기존 미네랄워터에 이산화탄소(CO2)를 넣은 탄산수처럼 수소를 넣어 만든 것이다. 수소수 제품은 먹는 물 99.99%에 평균적으로 수소 0.00015%를 첨가해 만드는데, 모든 시중 유통제품은 표시된 양보다 적은 수소를 함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약 3년 전부터 수소샘(SUSOSEM, 水素之泉)이라는 미네랄워터를 필두로 국내 수소수 제품 시장이 열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미네랄워터 시장에 편승한 건강 컨셉의 마케팅이었는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수소수가 건강음료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었다.

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수소는 원래부터 물에 포함돼 있는 물질이다. 물(H2O)의 분자량이 18이고, 산소(Oxygen)의 원자량이 16, 수소(Hydrogen)는 1, 수소가 2개 들어 있으니 2/18, 즉 물의 약 11%가 수소인 셈이다. 이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그 원소명 ‘hydrogen’은 그리스어인 물을 뜻하는 ‘히드로(hydro)’와 생성한다는 뜻의 ‘제나오(gennao)’를 합친 합성어다. 1766년 영국의 캐번디시가 묽은 산과 금속의 반응에서 생성되는 수소를 처음 확인했다. 1783년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는 뜨겁게 달궈진 철관 속에 수증기를 통과시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데 성공했고, 반대로 수소를 연소시키면 물이 생긴다는 사실도 밝혔다.

수소는 원자 두 개의 분자(H2) 상태로 존재하며, 순수한 수소 기체상태가 아닌 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 수소는 물이나 가솔린, 천연가스, 프로판, 메탄올과 같은 유기화합물로 존재하며, 탄화수소를 열분해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수소 기체는 연소 후 물이 생성될 뿐 다른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아 석탄, 석유를 대체할 무공해 에너지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산업에서 수소는 주로 불포화지방을 포화지방으로 경화시켜 기름으로 마가린이나 트랜스지방을 제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수소는 산소와 접촉하면 쉽게 불이 붙는 특징이 있어 저장이 어렵고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또한 수소폭탄 제조에 사용돼 캔이 폭발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물론 물에 0.00015% 정도의 수소를 함유하는 수소수는 폭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말이다.

이번에 허위·과대광고로 철퇴를 맞은 수소수 제품들은 ‘유해 활성산소 제거, 미세먼지와 노폐물 제거 등 검증되지 않은 효능·효과 표방’이 291건(84%)으로 가장 많았고, ‘항산화 효과, 다이어트 등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이 38건(11%), ‘알레르기, 아토피 개선 등 질병예방 및 치료 효능·효과’가 18건(5%)을 차지했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몸에 좋은 효능과 독성 모두를 갖고 있다. 수소도 마찬가지인데, 결국 양(量)이 좌우한다. 수소수에 포함된 수소는 원래부터 물에 포함된 양 이외에 극미량 첨가한 것인데, 이 정도 양으로는 인체에 부가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맛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수소는 원래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이기 때문이다. 즉, 과학적 인체 영향평가로는 수소수가 기존 미네랄워터와 비교해 그리 좋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음식이 주는 심리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호식품인 수소가 주는 청량감에 대한 기대로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약(藥)으로 오해해 수소수를 마셨을 때 몸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마신다면 실망감을 줄 뿐이다. 처음부터 판매업체가 건강효능이 아닌 탄산음료 같은 기호식품으로 청량감과 심리적 행복감으로 수소수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더라면 이런 비극적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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