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방사능 수산물 분쟁 승소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6)
WTO 방사능 수산물 분쟁 승소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4.2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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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성 평가 넘어 심리적 불안도 고려한 듯
WTO 판정상 전례없는 쾌거…국력도 뒷받침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福島)와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무역분쟁에서 역전 승소하자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4월 11일 WTO 상소기구는 일본이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이라며 제소한 건에 대해 ‘WTO 협정에 합치하는 규제’라는 상소 판정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2월 일본 손을 들어줬던 1심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2심제인 ‘WTO 위생·식물위생협정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2011년 3월 11일 쓰나미의 여파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 다음 날 3월 12일 폭발했다. 사고 직후 인공방사능 물질인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플루토늄, 제논 등 총 31개 핵종의 유출이 시작됐다. 사고 5일 후 일본 후생성은 반감기 1년 이상인 세슘(Cs), 스트론튬, 플로토늄, 루테늄을 규제 대상 핵종으로 정했다.

이번 WTO의 결정에 따라 2013년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등 23개국·지역의 후쿠시마현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는 계속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시적으로 54개국·지역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했었으나, 수입규제 폐지가 차츰 진행돼 현재는 23개국·지역에서만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해외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무역 질서를 재편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1947년 체결했다. 그러나 GATT는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s)’를 두어 잠정적으로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 규정을 각 나라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굴 수입금지조치가 그 예이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WTO/SPS 협정문 제5.7조’에 근거해 2013년 9월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의 전면수입금지 임시특별조치”를 취했다. 그 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이 조치를 연장하고자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 근거와 논리를 마련해 왔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기준을 국제기준인 세슘 1,000 Bq/kg보다 10배 엄격한 수준(100 ㏃/kg 이하)으로 관리하고 있고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라도 검출되면 추가 검사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본은 우리를 WTO 중재위원회에 제소했던 것이다.

앞서 1심은 일반적 위해성평가에 기반한 과학적 식품안전의 원칙에 따라 “수산물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면 수출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해 일본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2심은 소비자의 우려, 비정상적인 사고 등에 의한 심리적 요인 등도 동시에 고려해 이전 과학에만 의존하던 위해성평가 보다 폭넓은 요인들을 고려한 통합 식품안전 위해성평가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은 역대 다른 사고들과 비교해 우리가 체감하는 것에 비해 실제 그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1986년 구 소련연방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보다 4배 작은 규모이고, 1950-1993 동안 전 세계 핵무기실험으로 방출된 방사능세슘(137)보다 15배, 1950-1997 동안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배출량보다 2.5배 작은 규모다. 그리고 식품 중 설정된 ‘세슘 검출상한치 100 Bq/kg’은 병원에서 인체촬영용 CT를 한번 쬘 때 노출되는 선량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즉, CT 한 번 촬영으로 노출되는 세슘량은 기준치인 100 Bq 수준으로 오염된 식품 10 kg을 100년간 매일 먹을 때 노출되는 량과 같기 때문이다.

이번 WTO 승소는 EU, 중국 등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원인이겠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국력 향상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를 후쿠시마현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23개국·지역 중 가장 만만하게 보고 우리를 이긴 후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려던 일본의 기고만장한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우리나라 방사능 수산물 안전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소비자, 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국익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일본산 수입수산물 수입 통관 시 안전성 검사와 원산지 등의 ‘표시(food label) 관리‘를 철저히 해 줘야 한다. 둘째, 위해정보전달 전략의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 지난 7년 반 동안 줄기차게 해 오던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식품 방사능에 대한 인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의 신뢰 회복이다. 물론 이번 WTO 승소로 국민들의 안심과 식품안전 정부당국에 대한 믿음이 더욱 견고해진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소비자가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르도록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WTO 수산물분쟁 승소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식약처, 해수부 등 정부 안전당국을 위시한 전문가, 소비자단체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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