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곡서 밀려 난 ‘보리’…기능성 식품원료로 가치 재조명 필요
주곡서 밀려 난 ‘보리’…기능성 식품원료로 가치 재조명 필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4.2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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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수퍼 곡물 불구 1인당 1.3kg 그쳐…플레이크·면류 등 제조 기업과 연계해야
본지 주최 ‘보리 이용 및 소비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한 때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을 대체하고 우리 식량자원으로 각광받던 보리가 정부, 업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주곡으로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책에서는 밀에게 밀려 주곡 범위에서 퇴출됐으며, 기업의 이용 범위는 보리차 등에 한정돼 있고 밥상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귀리, 퀴노아, 오트밀 등 소위 슈퍼푸드로 불리는 수입 곡물의 역습으로 국내 1인당 연간 보리 소비량은 1.3kg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점점 사라져가는 보리의 영양학적 가치를 알리고, 식품가공을 위한 품종개발 및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식품 원료로서의 보리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 주최로 17일 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보리 이용 및 소비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부, 연구기관, 학계, 기업, 언론 등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기능성분을 함유해 유용한 곡물임에도 그 진가에 대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보리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보리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재주 청맥 대표는 “현 정책에서는 보리에 대한 홍보가 전혀 없다. 10~20대 젊은 층은 우리 곡물 중 보리가 있는 줄도 모른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보리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슈퍼푸드’로 불리는 다양한 곡물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우리 보리는 외국의 수퍼푸드들과 비교해 기능성 측면에서 월등하지만 국내는 ‘슈퍼푸드’라는 명칭조차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해외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보리가 지닌 우수한 영양소를 식품화하지 못하는 가공기술 부족으로, 보리 가공식품은 미숫가루, 엿기름, 보리차 등 상당부분 제한돼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 원료소재로 이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본지 주최로 17일 열린 ‘보리 이용 및 소비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다양한 기능 성분을 함유해 유용한 곡물임에도 그 진가에 대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보리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식품음료신문
△본지 주최로 17일 열린 ‘보리 이용 및 소비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다양한 기능 성분을 함유해 유용한 곡물임에도 그 진가에 대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보리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식품음료신문

전통방식으로 식혜를 생산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순항 중인 문완기 세준푸드 대표는 “식혜 맛의 원천은 엿기름이라고 해도 무관할 만큼 식혜 제조 시 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도 “단 국내 엿기름 가공품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에서 생산하다보니 시설 환경 자체가 굉장히 열악한 만큼 안전한 식품 생산을 위한 HACCP 기준에 따른 설비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표는 “우리 전통음료인 식혜가 해외에서 비상하려면 상표 등록이 필요하다. 전통식품인 김치가 해외에서 기무치로 불리는 황당한 일이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 한국 고유 전통음료의 명맥이 유지되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도 업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준푸드는 올해 중으로 HACCP 기준에 부합하는 엿기름 공장을 베트남에 완공할 계획이다.

석호문 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최근 보리는 보리어린잎 등이 건강식품으로 조명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는 만큼 보다 다양한 식품소재 가공기술이 요구되며, 특히 수요가 가장 높은 보리차에 적합한 품종 개발을 통해 향후 보리차의 세계화를 추진한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우리 보리가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 박사는 “쌀밥의 소비량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리밥을 통한 소비 촉진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모든 연령층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곡물의 영양소를 최대한 살린 후레이크 타입과 라면 등 면류의 개발·보급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문석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관은 “보리는 용도별 다양한 품종 개발에도 불구하고 생산 및 수확 후 품질 관리 체계 미흡으로 산업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생산된 대부분 보리가 주정용 외에는 이용되지 못하며 산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면 외국에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보리를 함유한 시리얼의 소비가 점차 늘고 식품소재뿐 아니라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에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관은 “이에 식량과학원에서는 보리 가공용도별(겉보리, 쌀보리, 맥주보리) 품질 특성, 평가 기준 설정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수량, 재배 편의성 등 생산성 중심 품종개발에서 산업체 등 수요자가 요구하는 용도별 품질기준에 적합한 품종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만, 골다공증, 항당뇨, 면역력 증강 등에 대한 활성검정을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내 품종의 기능성 소재화와 수입 원료와의 차별화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좌장을 맡은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은 “보리 소비 확대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공산업과의 확대가 중요한데, 국내 정책은 증산, 소득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소홀한 부분이 있다”며 “제분기술을 도입해 라면 등 면류에 10%만 보릿가루를 섞는다면 보리 사용량은 지금보다 3만톤이 늘어난다. 실제 실험한 결과 라면에 보릿가루를 첨가한 경우 식감, 풍미, 맛 등에서 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또한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허용되는 만큼 우리 보리의 영양학적 측면을 강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보리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소비 촉진도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정부도 예산 확보 시 연구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는 업계와 연계해 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보리를 쌀에 이은 제2의 식량자원으로 밀보다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앞으로 닥칠 국제 식량파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이군호 대표는 “보리는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곡물이지만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정책에서는 주곡에서 퇴출됐으며, 밥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선은 보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리를 통한 건강 생활 유지를 위해 적정 섭취량을 전달하고, 영양과 기능성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전파된다면 보리 소비 촉진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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