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술 놀이터 된 국내 맥주 시장
외국 술 놀이터 된 국내 맥주 시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05.0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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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점유율 하락 속 수입산 공세…중국산, 일본 제치고 수위

‘대륙의 술’들이 한국 주류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 17일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중국 맥주기업 ‘화윤설화’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 맥주 ‘슈퍼엑스’의 국내 시장 진출을 알리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판매 시작을 발표했다. 더불어 중국 8대 명주 중 4개 브랜드를 가진 중국 국영 주류기업 ‘노주노교’도 18일 첫 해외 진출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고급 백주 ‘명냥’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수입맥주 인기에 중국 주류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을 알렸다. 올해는 맥주, 백주 등 다양한 중국 주류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DB)
△수입맥주 인기에 중국 주류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을 알렸다. 올해는 맥주, 백주 등 다양한 중국 주류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DB)

그 동안 국내 공식 수입돼 유통된 중국 술은 이과두주, 칭다오 맥주, 공부가주, 연태고량주 등 5종 안팎에 불과했으나 덕분에 올해는 더 다양한 중국 술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중국 주류업체들은 성장 정체에 빠진 자국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 한국 시장에의 공격적인 진출을 발표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또한 비어케이에서 수입하는 칭다오맥주의 국내 시장 진출 성공기도 중국 주류기업들의 진출에 한몫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칭다오맥주는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제품이다. 국내 시장에선 양꼬치 열풍과 함께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칭다오를 앞세운 중국 맥주 수입량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836톤에 불과했던 중국 맥주 수입량은 작년 3만7000여 톤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2639만4000달러(약 305억 원)에 이른다. 국가별 국내 맥주 수입액 기준 2015년까지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과 미주 지역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중국이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증가세도 가장 가파르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1위인 일본 맥주 수입액이 52.9% 증가한 반면 중국 맥주는 55.0%로 2.1%p 높았다.

반면 중국 자국 내 주류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때 5000억 위안(한화 약 83조5000억 원)의 맥주 소비 규모로 중국은 맥주 소비량이 가장 큰 국가로 꼽혔지만 수제맥주의 인기 등에 밀려 3년 연속 판매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량도 매년 감소 중이다. 이에 중국 맥주 업계는 해외 시장 진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시를 발표한 화윤설화의 맥주 ‘슈퍼엑스’(사진=식품음료신문DB)
△국내 출시를 발표한 화윤설화의 맥주 ‘슈퍼엑스’(사진=식품음료신문DB)

이번에 국내 출시를 발표한 화윤설화도 중국 대표 맥주 기업이다. 화윤설화의 중국 내 점유율은 약 26%로, 작년 매출은 318억 위안으로 칭다오맥주보다 많다. 중국에서 가성비가 높은 맥주이자 전 세계 점유율 1위 맥주로 알려져 있는 ‘설화’가 있지만 이미 고급화된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슈퍼엑스’를 우선 선보이기로 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 1위 화윤설화 ‘슈퍼엑스’ 등 내달 진출
칭다오 제품군 확대…수제맥주·캔 제품 추가
하이트진로 신제품 ‘테라’로 시장 탈환 나서

노주노교도 프리미엄 백주 ‘명냥’으로 승부한다.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불구하고 목넘김이 좋고 맛과 향이 부드러운데다 숙취감까지 없애 건강까지 생각해 개발됐다는 점을 강조한 ‘명냥’은 2017년 출시돼 중국 각 지역에서 판매되며 올해 매출액을 1분기에 1개 성(省)에서만 모두 달성했을 만큼 급성장한 제품이다. 국내에는 현재 시내 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판매 중이며, 향후 주류 판매 전문점 등 판매처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칭다오는 이에 질세라 최근 들어 국내 유통하는 제품군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작년 위트비어와 스타우트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퓨어 드래프트 생맥주 제품까지 선보였다. 또 리뉴얼과 함께 기존 640㎖ 병뿐 아니라 500㎖ 캔 제품을 추가했다. 제품 모델로는 기존 모델인 정상훈과 함께 방송인 천명훈을 기용해 코믹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등 수입주류의 진출 확대에 매출 규모가 늘자 국내 주류 업계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잇따른 진출은 보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기인한다”며 “해가 갈수록 맥주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국내 업체에는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맥주 대표기업들도 해외맥주 수입에 발을 들이며 매출 반등을 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수입맥주 부문 매출이 2016년 470억 원에서 작년 1000억 원으로 늘어 올해는 1400억 원을 내다보고 있으며, 롯데칠성은 몰슨 쿠어스의 맥주 브랜드 ‘밀러’ ‘쿠어스 라이트’ ‘블루문’ 등을 수입한 데 이어 수입맥주 OEM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6년 만에 신제품 ‘테라’를 선보이고 맥주시장 탈환에 나섰다. 국내 맥주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수입맥주의 파상 공세 속에 점유율 하락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신제품을 통해 성장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정, 자연,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청정 원료, 자연주의적 공법을 내세웠다. 테라는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과 음식점, 유흥업소 등 유흥 채널에서 동시 판매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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