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맥주,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검출사태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8)
농약맥주,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검출사태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5.0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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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논란…수입 맥주 함유설로 소비자 불안
불검출 불구 기준치 재검토·저감 기술 도입 필요  

최근 미국 발 맥주와 와인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돼 소비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미국 공익연구단체(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 PIRG)가 발표한 20개 주류 제품(맥주 15종, 와인 5종) 중 국내 수입되는 맥주 10종, 와인 1종과 국내 유통 중인 수입맥주 30개 제품 등 총 41개 제품에 대해 즉각 글리포세이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실시했던 국내 제조·유통 중인 맥주 10개 제품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모니터링에서도 불검출 됐었다. 이번 글리포세이트 검사는 국제 공인시험법인 질량분석법을 사용했으며, EU·일본 등의 관리기준인 10 ppb(0.01㎎/㎏)를 불검출 수준으로 적용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금번 미국에서 이슈화된 ‘농약맥주’ 사태는 2016년 독일 맥주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된 미국산 시리얼 ‘퀘이커 퀵 오츠’에서 기준치 이상의 글리포세이트가 나와 전량 회수된 일이 있었다.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는 1974년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의 주요 살충성분인데, 2000년에 몬산토사의 독점권이 해제돼 다른 기업들도 글리포세이트 계열의 제초제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인데, 매년 5억 톤 정도가 사용된다. 글리포세이트는 식물체의 뿌리를 통해 흡수돼 영양성분과 생합성 작용을 하는 특정 효소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잡초의 영양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말라죽게 한다.

그 동안 수많은 안전성 연구결과, 글리포세이트는 다른 농약과 마찬가지로 “지침대로만 사용한다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럽 식품안전청(EU/EFSA), 미국 환경보호청(EPA), 일본 식품안전위원회, 호주/뉴질랜드, 우리나라 등 세계 전역에서는 글리포세이트를 식이 섭취로 인한 발암성이 없는 물질로 평가해 제초제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리포세이트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여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제초제 성분이 됐다. 2015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글리포세이트를 2군 발암물질(Group 2A) 즉, 인체발암추정물질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8월엔 美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라운드업을 사용하다가 암에 걸린 소비자에게 몬산토 측은 2억 8,900만 달러(약 3,355억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글리포세이트 논란이 증폭됐다. 프랑스 리옹지방법원도 프랑스 환경청이(ANSEE)이 2017년 승인한 글리포세이트를 주원료로 하는 제초제 ‘라운드업 프로 360’의 판매승인을 잠재적 건강위험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한 바 있다.

이렇듯 글리포세이트는 안전성 우려가 워낙 큰 물질이라 해외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까지 공포의 이슈로 부상했다. 식약처의 신속한 대처로 국내 유통되는 맥주가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맥주를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요즘 수입맥주가 가성비가 높아 인기가 높은데, 국산 맥주로 바꿔야 하나? 다른 술을 선택하면 괜찮은가? 소비자들의 생각이 깊어진다.

맥주의 맥아, 호프 재배 뿐 아니라 밀, 옥수수, 콩 등 현재 재배되는 전 세계 작물의 거의 절반이 바로 이 글리포세이트를 제초제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빵, 시리얼, 과자에서도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돼 소비자들의 우려와 걱정이 매우 큰 상황이다. 글리포세이트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은 0.8 ㎎/㎏이다. EU, 일본 등의 불검출 관리기준이 0.01 mg/kg이므로 이 기준치에 해당하는 맥주를 마신다고 가정할 때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매일 48 mg까지 글리포세이트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말이다. 매일 48 mg의 글리포세이트를 맥주를 통해 섭취하려면 맥주 관리기준치에 해당하는 0.01 mg/kg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맥주 4.8톤을 마셔야 한다. 미국서 가장 많이 검출된 칭따오 맥주의 글리포세이트 수치가 50 ppb(0.05 mg/kg)이니 매일 1톤을 마셔야 ADI를 초과해 위험을 주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시판중인 맥주의 글리포세이트 검출 수치는 관리기준치 이내의 너무나 미미한 양이라 사람에게 해(害)를 끼치지는 않는다. 사 놓은 맥주를 버려야 할지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셔야 할지 걱정할 필요까지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검출된 글리포세이트 양이 인체에 무해하긴 하나 사람이 농약을 먹어서 좋을 건 없다. 이것이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안전 당국은 앞으로도 글리포세이트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며, 맥주 제조업체들은 기준치 이내라 하더라도 가능한 검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저감화기술을 도입하거나 원료 선별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리포세이트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가장 큰 농약성분이고 수입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맥주 소비량도 늘어남에 따라 이참에 법적 기준치의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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