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발생에 따른 식품산업의 대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9)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발생에 따른 식품산업의 대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5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5.13 0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 돼지고기 파동 올 수도…국내 예방에 만전 기해야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중국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작년 대비 삼겹살 가격이 24%가 올랐고 국제 돼지고기 가격 상승 탓에 3-4월 수입량도 17% 줄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바로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전 세계 49.3%)이자 생산국(47.8%)이기 때문이다. 우리 양돈업계는 바이러스 국내 상륙을 우려하며 초긴장 상태다. ASF는 예전엔 주로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등지에서 발생했는데, 이번에 중국을 강타했다. 중국발 ASF는 작년 8월 20일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생했고 8개월 후인 지난 4월 21일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성에서 146마리가 감염된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중국 전역 26개 성, 5개 자치구로 번졌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ASF는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돼지콜레라 바이러스(cholera virus)에 감염돼 발생하는 ‘출혈성 급성 열성 돼지전염병’이다. 중국을 위시해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매우위험(high risk) 국가로 분류돼 우리도 불안 불안하다. 지난 8개월 간 중국에서 살 처분된 돼지는 공식적으로 100만 마리를 넘었는데, 이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살 처분된 73만 마리를 넘는 수치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된 돼지가 중국 내 총 사육 돼지 수의 1/3에 해당하는 1억 5천만 마리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 영향으로 미국 농무성(USDA)은 올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네덜란드의 한 전문가는 최대 50%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1957년 오염된 기내식이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을 통해 유럽에 상륙, 농장의 돼지 먹이로 제공되면서부터 발생했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과 프랑스로까지 확산되며 30년 간 유럽 각 나라를 괴롭혔다. 이후 ASF는 유럽에서 사라졌다가 2007년에 재발하면서 현재 동유럽과 러시아 등지에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그러다 2018년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아시아 최초로 ASF가 발생했고, 이후 중국 전 지역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의 ASF 발생 기록은 1996년 39건에 4,498마리, 1997년 20건에 1,912마리, 1998년 6건에 985마리 등이었다. 1999년 8월 경기 용인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아 2001년 9월 국제수역사무국(OIE)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인증을 받았고, 우리 정부는 일본 돼지고기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2001년 12월부터 예방접종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2년 봄 ASF가 다시 발생했고, 2003년에 이어 2007년, 2008년, 2009년도에 재발한 상황이다.

예전 식품안전 문제는 농약, 중금속, 환경호르몬, 잔류수의약품 등 주로 화학적 위해였다. 이후 이물 등 물리적 위해로 떠들썩하더니 최근에는 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 생물학적 위해가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초코케익 살모넬라사건, 유럽발 병원성 대장균, 수산물 콜레라, 통조림 런천미트 등 세균 문제가 급증하고 있고, 구제역, AI(조류독감), 메르스,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위해도 예방이 어려워 당분간 생물학적 위해가 문제시 될 것이다. 식약처의 2018년 우리나라 식중독 원인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1위가 노로바이러스, 2위는 병원성대장균, 3위는 살모넬라였다고 한다. 원인식품으로는 생선회, 굴 등 어패류가 1위, 돼지고기 등 육류가 2위, 김치 등 채소류가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사태가 위협적인 이유는 ASF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어 치사율이 10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가축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ASF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한 리스트 A급 질병이며, 우리나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으로도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눈물, 침, 분변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는데, 잠복기간은 약 4∼19일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ASF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ASF 발생 국가들과 교류가 빈번해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서 한국으로 반입되던 돼지고기와 부속물로 만든 음식물, 소시지, 순대, 만두 등에서 ASF 바이러스가 수 차례 검출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달 전 중국 상하이에서 입국한 한 여행객의 물품에서 발견된 소시지가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로 만든 제품인 것으로 최근 확인된 바도 있다.

이 ASF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아 국민의 질병이나 건강에 대한 우려는 없어 안심해도 된다. 그러나 ASF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양돈산업에 큰 피해를 주게 되며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되므로 정부 당국과 농장에서는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