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 ‘딜레마’에 빠진 주세법 종량세…연기만 3번째
[빅데이터 분석] ‘딜레마’에 빠진 주세법 종량세…연기만 3번째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05.20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주·소주·약주 등 업종별 이익 상충 접점 찾기 어려워

기획재정부의 주세법 개정 약속이 또 연기됐다. 이러한 기재부의 결정에 일부 맥주업체들은 허탈감과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 7일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주류세 개편안 제출 시기 지연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기재부는 작년 7월 종량세 개편안 발표 전 ‘전 주종 형평성 고려 필요’를 이유로 이를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이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내년 3월까지 제출할 것을 발표,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주세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뒤 또 다시 연기된 것. 6개월 사이 3번의 연기와 더불어 변경된 일정에 대해 이번에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기재부 측 반응으로 업계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주세법 개정 약속이 또 연기되면서 수입맥주의 높아지는 점유율에 부진을 겪고 있는 맥주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사진=수제맥주협회)
△기획재정부의 주세법 개정 약속이 또 연기되면서 수입맥주의 높아지는 점유율에 부진을 겪고 있는 맥주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사진=수제맥주협회)

실제로 수입맥주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시장 점유율이 4%대에서 17.9%까지 약 4배나 급증했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종량세가 추진되지 않을 시 올해 연말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을 30%로 계산할 때 6549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시장 규모의 40%까지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더욱이 2017년을 기점으로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50%대를 넘어섰으며, 작년 7월 이후 맥주 수입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EU(43.9%)·미국(14.1%)산(産) 맥주의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서 할인 매출에 더욱 날개를 달아주고 있어 경제적 손실이나 일자리 창출 기회의 상실이 매우 크다는 예측을 주세법 찬성 측의 억측으로 넘길 수는 없게 됐다.

반면 국산맥주 출고량은 2014년 205만5761㎘에서 2017년 182만3899㎘으로 급감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맥주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3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맥주로 역차별 받아왔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4캔에 만원’으로 마케팅 중인 수입맥주 인기에 대응할 돌파구로 생각해왔다. 과연 소비자들은 국산맥주와 비교해 수입맥주를 얼마나 선호하고 있을까?

수입맥주 언급량 30% 급증…맛·가격서 우위
‘4캔=1만 원’ 인기 상품…5년 내 점유율 40%
국내 업체 가동률 30%로 뚝…생산·일자리 손실

△맥주&수입맥주 언급량 추이(자료=인사이트코리아)
△맥주&수입맥주 언급량 추이(자료=인사이트코리아)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년간 ‘맥주’가 언급된 SNS 버즈량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월평균 12만4724건이던 언급량이 작년에는 14만9574건으로 20% 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수입맥주’의 언급량은 2017년 월평균 2756건에서 작년 3672건으로 약 30% 증가해 맥주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이를 미루어볼 때 맥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고, 수입맥주에 대한 관심은 그것보다 더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맥주에 대한 SNS 언급 중 수입맥주 브랜드의 언급량이 국산맥주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다. 지난 3월 15일에서 4월 15일까지 한달간 언급된 수입맥주 상위 10위권 제품 및 브랜드를 살펴보면 일본의 ‘아사히’ 맥주가 454건으로 가장 높은 버즈량을 보였고, 그 뒤를 ‘칭따오(357건)’ ‘블랑(334건)’ ‘하이네켄(232건)’ ‘기네스(183건)’ ‘호가든(102건)’ ‘코로나(58건)’ ‘파울라너(52건)’ ‘칼스버그(40건)’ ‘밀러(39건)’ 순으로 높게 언급됐다.

국산 맥주 부진에 주류업체들은 자사의 수입맥주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판매량 부진의 틈을 메꾸고 있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수입맥주 상위 10위 내 속하는 브랜드 중 국내 3대 주류기업이 수입 중인 제품은 블랑(하이트진로), 호가든·코로나(오비맥주), 밀러(롯데주류) 등으로 SNS 언급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실제로 글로벌 1위 맥주기업 AB인베브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오비맥주는 타 주류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성장률을 고가하고 있으며 국내 맥주시장 내 점유율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수입맥주, 국산맥주 브랜드별 언급량(자료=인사이트코리아)
△수입맥주, 국산맥주 브랜드별 언급량(자료=인사이트코리아)

세금 불균형 조정 땐 국산 맥주 경쟁력 향상
소주 겸영 하이트 진로 - 롯데주류 의견 안 내놔
소비자도 찬반 논쟁…균형 잡힌 묘수 절실

오비맥주는 국산맥주 브랜드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맥주 브랜드에 대한 SNS 언급량에서도 오비맥주의 ‘카스’가 520건으로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이며, ‘클라우드(373건)’ ‘하이트(235건)’ ‘맥스(172건)’ ‘스타우트·오비(115건)’ ‘피츠(53건)’ ‘카프리(47건)’이 그 뒤를 이었다.

‘맥주’에 대한 SNS 언급량 중 연관 키워드를 살펴보면 맛(2만4999건), 연관재·상황(2만1827건), 가격(9102건), 광고/홍보(8315건), 원산지(3022건) 순으로 관련된 키워드가 언급됐다. 맥주의 맛에는 ‘맛있다(2만2047건)’가 가장 많은 언급량을 보였으며 괜찮다, 깔끔하다, 담백하다, 청량하다, 산뜻하다라는 표현이 많이 보였다. 맥주 음용 상황으로는 ‘여행(1만470건)’이 가장 많았으며, 식사, 데이트, 모임, 퇴근이라는 연관어가 나타났다. 맥주를 마실 때 같이 마시는 ‘연관재’에 대한 언급은 ‘치즈(612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소주, 치킨, 피자, 라면, 과자 등 순이었다.

가격에 대한 연관어는 ‘비싸다(5108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언급 연관어도 ‘인상’이 711건 언급돼 맥주의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의 가격적인 측면에는 광고·홍보에 대한 연관어에서도 많이 나타났는데, 특히 ‘세일(3425건)’이라는 연관어에서 맥주 가격 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로 미루어볼 때 소비자의 관심은 맥주 맛은 물론 가격에 매우 치우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맥주는 국산맥주와 비교해서 맛 차이는 물론 저렴한 가격이 구매요인으로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세법 개정으로 조세불균형이 해결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경쟁상황이 공평해진다면 국산맥주의 경쟁력을 살릴 기회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입맥주 만큼 높은 품질과 특이한 풍미에 대한 니즈를 국산맥주 업계에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SNS 언급 내 '맥주' 연관어(자료=인사이트코리아)
△SNS 언급 내 '맥주' 연관어(자료=인사이트코리아)

주류업계는 국산-수입맥주의 조세 불균형을 해결하고 국산맥주의 판매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는 주류 가격 동결 및 인하를 위해 주세법 개정 찬반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바 기재부의 균형잡힌 정책결정이 기대되는 사안이다.

국산 맥주업체가 모두 종량세 전환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맥주만 생산, 1위 맥주 브랜드 ‘카스’를 가진 오비맥주와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은 수입맥주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며 종량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종량세 시행 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소주 제조사 ‘하이트진로’ ‘롯데주류’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약주·청주·증류주·과실주 등 주류업계는 개정 시 제조·유통·판매구조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 기사는 ㈜인사이트코리아의 빅데이터 서비스인 Deep MininG과 식품음료신문이 공동으로 기획·제작했습니다. 앞으로 인사이트코리아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푸드 트렌드 보고서를 시리즈로 선보일 계획이며 식품음료신문을 통해서 트렌드 분석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사이트 코리아 Deep MininG팀(02-3483-0586, 담당: 안수현 이사)으로 연락바랍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