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문화와 슬로우앤스테디 문화-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13)
빨리빨리 문화와 슬로우앤스테디 문화-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13)
  • Jay Lee
  • 승인 2019.06.03 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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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 수출 단기간 큰 성과 어려워
슬로 앤 스테디 문화…참고 기다려야 결실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한국인들은 성격이 다른 민족에 비해 급한 편이다. 나도 성격이 급한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처음에 미국 이민가서 느낀 거는 모든게 느리다는 점이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기업들 서비스, 모든 일의 진행이 더디게 진행된다. 심지어 내가 처음에 이민온 2005년에 하던 한 고속도로 확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이면 일년이면 할 것을 십년이상 시간을 들여서 한다. 이런 점이 힘들어서 미국에 적응못하시는 한국분들이 많다.

그러나 해외진출하려면 시간개념에 대한 다른 국가와 민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빨리빨리 문화와 슬로우앤스테디 문화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빨리빨리문화의 장점은 일을 단시간에 많이 성취한다는 점이다. 남을 쫓아서 벤치마킹 할때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빨리 번아웃 될 수 있고 기초가 약할 경우가 많다. 빨리 따라는 하지만 외형적인 요소말고 내형적인 정신은 몸에 배지않은 경우가 많다. 경제는 잘 살지만 시민의식이 선진국처럼 못 쫓아갈수도 있다.

빨리빨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나 외국의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고 배우는 말이다. 미국의 한국가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직원들도 ‘빨리빨리’라는 단어는 알아듣늗다. 히스패닉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상당수의 인종을 차지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마냐나 라 마냐나 (내일일은 내일로)’ 정신을 한국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요즘 한국에 기업들을 컨설팅하는 나로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적응이 안될때가 있다. FDA관련 등록이든, 청원서든, 미국 기업들과의 업무진행이든 빨리빨리 진행이 안되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쩌랴 해당국가의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나 외국의 경우엔 한국처럼 일이 빨리 진행되는 게 없다. 미국에 식품수출해서 대박났다는 장미빛 아메리칸 드림은 이런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이룰수 없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인내심이 바닥나 지치고 당장 결과가 안나오니 얼마 있지 않아 철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에선 법제정과 시행에 한참이 걸린다. FSMA라는 미국 식품안전화법도 그렇다. 그러나 새로 제정된 법에는 세심한 업계의 소리도 반영되며 한번 시행되면 엄격하게 시행하고 형식적인 시행보다는 월마트나 코스코등의 인더스트리 리더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법시행에 대한 엄격한 준수를 위해 하청업체들에게 FSMA법을 요구하는 등의 법준수의 ‘내재화 (imbedded)’ 하려고 한다. 한국에 식품위생법이나 HACCP등은 해외 여러기관들의 좋은 점들은 빨리, 그리고 잘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몸속까지 퍼져서 ‘내재화’되어 있는 거 같지는 않다. 겉 흉내는 내지만 실제 민간업계의 자발적 자기통제 기능은 아직 더 개선되지 않아야 할까 생각된다.

한국은 6.25전쟁으로부터 빨리빨리 정신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게되었다. 전세계에 유례없을 정도로 성실한 민족이다. 그러나 이젠 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쉬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는 남의 것은 빨리 잘 베끼지만 First Mover의 창의성은 부족하다. 요즘의 경영학 화두 중에 ‘Agility’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번역하면 ‘민첩성’ 또는 ‘순발력’ 정도될까? 순발력도 필요하지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한국엔 정치적 이슈가 연예계 가십뉴스가 생기면 거품처럼 확 일다가 또 금방 사라지고 잊혀진다. 그러나 미국에 뉴스보면 좀처럼 그러한 한가지 이슈로 온 국민이 거품처럼 확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거의 없다.

기회가 왔을때 포착하고 실행하는 순발력(Agility)와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인내와 여유로움은 양쪽의 수레바퀴인거 같다. 필자가 최근에 식품대전에 강의한 ‘미주시장진출과 대응전략’에 주제발표하면서 많은 수출관심 업체들이 왔는데, 너무 당장 미국서 물건이 대박나고 성공사례만 보다보면 실제 진출시에 현실은 틀릴수도 있다라는 경각심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는 빨리 포착해서 실행하되 낚시하는 강태공의 인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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