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일본 이어 국내 상륙 ‘성공 비결은?’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일본 이어 국내 상륙 ‘성공 비결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19.06.04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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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바리스타로 고품질 승부

차고에서 탄생한 애플의 로고를 연상케 하는 하늘색 병 모양 로고와 비슷한 탄생 배경을 가져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이 최근 한국에서도 문을 열었다. 미국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블루보틀은 고급화 전략으로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구가하면서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에 2015년 일본에 진출했다. 이번 한국 진출은 일본에 이은 두 번째 해외진출로,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영업 첫 날 오픈 전부터 수백 명이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에 궁금해하던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은 최근 ‘블루보틀의 성공과 전략’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이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창업 철학을 유지하며 Slowly & Steadily : 3rd Wave 커피 시장 선두주자로

 

블루보틀은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커피광이었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작은 창고에서 직접 원두를 볶으면서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즐기고 싶었던 창업자는 한 번에 5파운드씩만 로스팅해 최상의 한 잔 커피를 만들어 냈고, 현재까지도 매장에서는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고집한다.

이처럼 블루보틀은 갑자기 어디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반짝 브랜드가 아니고 창업한 지 17년 동안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고 있다.

또 최근에는 Specialty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장인정신’으로 요약되는 커피산업 3rd wave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즉 1st wave는 믹서커피로 대변되는 커피의 대중화, 2nd wave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한 동질적인 맛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커피 체인점, 3rd wave는 원두부터 로스팅 및 추출 전 과정에 차별성과 혁신을 가미한 전문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블로보틀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블로보틀은 또한 커피 업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몇 차례에 걸쳐 벤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구글 벤처, 우버 등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는 매장은 미국(57개)과 일본(11개)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 한국에 1호 매장을 열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커피광 프리먼,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 사용
타협없는 완벽주의·디테일…시장 확보·벤처투자 유치

맛과 제품의 질이 항상 먼저다

커피맛에 대한 창업자의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투자자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으로, 이들은 성공한 실리콘벨리 IT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줬던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와 디테일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블루보틀에서도 보았고 여기에서 미래에 대한 성장과 혁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블루보틀은 먼저 커피를 추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메뉴를 단순화해 초기에는 6가지 메뉴로 시작했고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또 최고의 커피맛을 실현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일본의 커피기구와 추출 기법을 도입하고, MIT와 협업해 드리퍼와 필터 등을 자체 개발하는 등 실험적인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매장에서는 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원두만을 사용해 최상의 커피맛을 제공하는데, 주메뉴인 드립커피는 한 잔 만드데 오랜시간이 소요되나 회전율을 포기하고 수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고의 바리스타를 위한 채용과 전문화된 교육과정을 유지하며, 품질관리자가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통해 품질을 가장 우선 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에 전파되고 품질에 관해선 절대 타협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게 됐다. 또한 ‘cupping’이라 일컬어지는 소싱-구매-로스팅-바리스타오퍼링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통해 엄격한 품질관리가 당연하게 정착됐다.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블루보틀 매장은 애플 매장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인테리어와 로고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구성되어 있는데, 창업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선을 거스르는 오브제가 없고, 미니멀한 가구를 사용해 고객이 제품 자체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했다.

블르보틀 매장은 기본적으로 No WiFi, No PC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놓고 온전히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라는 의도와 동시에 바리스타와 더욱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또 전체적으로 테이블 높이는 낮고, 바리스타가 고객을 보면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동안 커피의 맛과 제조방법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했다.

또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와 제품 패키지에서도 고급스럽지만 미니멀한 브랜드 아이덴터티가 그대로 적용돼 일관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웹사이트는 이커머스 기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서 브랜드를 해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유저저니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대중 감정의 시대’라 불리는 트렌드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Prosumer 현상과 함께 집단지성에 근거한 소비대중의 권력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블루보틀은 소비자들이 직접 Specialty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우 디테일한 How-to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블로보틀은 소비자들이 직접 Specialty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우 디테일한 How-to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블로보틀은 소비자들이 직접 Specialty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매우 디테일한 How-to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이러한 콘텐츠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어서 organic 키워드 서치를 장악하고 있고,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콘텐츠가 구매 사이트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상당한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 매체 Jilt의 e커머스 전문기자는 "통상 검색 키워드 상단에 노출되려면 검색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 등을 통한 미디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나, 브랜드 버즈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검색(organic 서치)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구매까지 이어지게 되면 노출뿐 아니라 판매에 이르는 광고 효과를 공짜로 누릴수 있기에 (Earned Media)‘ 사람들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돈 한푼 안 들이고 전국민이 다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장에 와이파이·PC 없애고 고객과 대화…맛에만 집중
단순한 브랜드에 효율적 콘텐츠…구독모델·RTD로 확장

예측가능하고, 브랜드와 일치시킨 비즈니스 모델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블루보틀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했다. 즉 △리테일 매장 △ 온라인 Subscription 모델인 ‘Blue bottle at Home’ △캔포장 판매되는 콜드브루 커피와 같은 Ready-to-drink offering 등 세가지다.

매장의 경우, 48시간 이내 로스팅된 원두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매장과 로스터리가 인접해 있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관리를 위해 향후에도 공격적인 글로벌 매장 확장보다는 컨트롤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확장과 함께 권역별 현지화와 브랜드 협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매장은 브랜드 경험과 철학을 전파하는 쇼케이스, 그 자체가 하나의 광고 미디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Subscription 모델(정기배송)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고객 테이터 확보와 혁신이 가능한 온라인의 이커머스 영역으로 옮겨 왔다는 점과 예측 가능하고 정기적인 매출원과 공급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성장을 위한 안정적 동력을 확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온라인 사이트와 이커머스 기능은 투자자 중 하나인 구글 벤처스의 프로젝트팀과 협업해 탄생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향후 다방면으로 활용성이 큰 혁신 플랫폼으로 평가할 수 있다.

*Subscription 모델 ‘Blue bottle at Home’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정기적인 매출원과 공급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성장을 위한 안정적 동력을 확보했다.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Subscription 모델 ‘Blue bottle at Home’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정기적인 매출원과 공급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성장을 위한 안정적 동력을 확보했다. (출처 : 블루보틀 홈페이지)

지속 성장 중인 Specialty 커피 수요를 맞추고 더 많은 고객에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또 하나의 전략은 RTD다. 커피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로스터리와 가까운 지역의 유기농 제품제조업체, 맥주 제조사 등의 파트너와 협업해 대량 생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으며 별도의 자체 생산라인 투자 없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블루보틀의 CEO 인터뷰에 따르면, 온라인 Subscription 모델과 RTD의 매출 비중은 현재 25% 수준으로 아직까지 사업 초기 단계로 보여진다. 또 네슬레가 5억 달러를 들여 지분을 인수한 진짜 이유는 매장의 매출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가진 하이엔드 제품군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보완, 그리고 그 브랜드 후광효과를 활용해 전 제품군에 걸친 소비자군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공략이라고 보인다.

이미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 제품군을 보유한 네슬레는 현재는 니치이지만 향후 메인스트림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Specialty커피 제품군과 브랜드를 미리 확보하고, 스케일 업을 위해 이커머스와 RTD 사업을 점차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블로보틀이 현재의 철학과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어떤 성장 모델을 보여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워싱턴 무역관은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많은 혁신들이 일어나고 있고, 미코노미 트렌드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어 한국의 중소업체들도 블루보틀의 사례를 통해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먼저 "시장에서 최고의 전문가, 제품으로 포지셔닝하라".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 철학,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기존 시장을 재해석하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비즈니스 규모에 상관없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라". 명확한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필요로 하며 온오프라인에 걸친 일관성과 고객 경험 제공은 필수다.

셋째,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마케팅 구전 효과를 극대화하라". 전통적인 산업도 소셜미디어와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스마트한 파트너십을 통하여 혁신과 효율을 아웃소싱하라". 특히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고객들에게 만족스런 경험을 지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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