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2004년 식음료업 경기전망
[전문가 분석]2004년 식음료업 경기전망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1.05 0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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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료업종 내수 회복세로 전환"
"프리미엄 제품 생산업체 실적 상승"

새해 벽두부터 식품 업계가 조류 독감이니 광우병이니 자연 재해에 가까운 사건들에 휩싸여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돼 가뜩이나 얼어붙은 영업 환경을 신제품 개발이나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벤트 등을 통해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는 노력마저 무기력하게 하는 사건들을 접한 업계는 아연실색한 표정들이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일랑 지는 해 저편 너머로 던져버리고 새해에는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가자고 다짐했건만 주변의 여건들은 이를 무참히 짓밟는 형상마저 보이고 있다. ´먹는 장사는 불황에도 끄떡 없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음식료업 부문의 내수 경기는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올해에는 다소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악재들이 잇따라 발생, 오리무중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개척할 수밖에 없는 것. 우리의 현실을 바로 보고 문제점을 발견, 타개책을 강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푸념을 해소할 대안을 찾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실정이다.시장경제에 민감한 증권업계 기업 분석팀 전문가들은 2004년 식음료 시장을 어떻게 조망하는지 의견을 들어보았다.<편집자>

■ 백운목 애널리스트<대우증권>는 2004년 상반기 음식료품의 내수 경기는 회복세로 돌아서고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경기 호조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돼 기업 심리 개선, 설비 투자 증가, 내수 소비 심리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음식료품 출하량, 환율, 국제 곡물 가격, 판매 단가 등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수 경기의 반등으로 음식료업종의 매출액은 7.2% 증가해 2003년의 6.5%보다 높아지고 영업이익증가율도 지난해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점쳤다.

내수 소비 경기만큼이나 음식료업체의 경영 전략과 이익 등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옥수수 밀 대두 원당 팜유 맥아 등 곡물의 국제가격인데 2004년 국제 곡물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되 하락보다는 강보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0, 2001년부터 수요량이 생산량을 초과해 수급 불균형 상태였던 국제 곡물 수급은 2003~2004년에 생산량과 수요량이 각각 0.4%, 0.3%씩 증가, 다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재고율이 낮은 상태인 데다 세계 경기가 2003년보다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국제 곡물 가격의 하락은 어렵거니와 그렇다고 연평균 10%이상의 급등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국제 곡물 가격과 함께 음식료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환율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지역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강화되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로화에 대한 엔화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엔/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보여 엔/달러의 추가 하락 시 원/달러 환율의 동조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업체가 통제할 수 있는 제품 판매 단가는 기존 제품 가격의 인상, 리뉴얼 및 신제품 출시 등으로 계속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향후 음식료업체 성장의 열쇠는 유통망과 브랜드라고 단정 지었다.

인구 증가 둔화로 물량 증가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가치 위주의 고가 품목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는 데다 최근 소득 수준 상승과 건강 중시 경향으로 가공식품보다는 안전, 신선, 깨끗함을 강조한 자연식품 쪽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업 가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유통 채널의 현대화에 달려 있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음식료 업체들의 생산과 관련된 설비 투자는 크게 둔화되는 반면 브랜드와 관련된 기업 이미지 광고와 유통망 확보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유통 채널의 변화도 음식료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단계를 대폭 축소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할인점의 경우 음식료품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2002년 230개에서 2005년 369개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신유통 할인점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대신 대리점 비중은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

이 같은 신유통 비중 확대는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가진 회사에게는 물류비가 축소되고 계획 생산이 가능하며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는 장점 등으로 유리하지만 3~4위 업체들은 가격 할인 요구 등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신업태인 유통 업체는 제품의 회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는 신규 시장 개척과 신제품 출시를 용이하게 해 불황기에 소비자 이탈을 막는 역할뿐 아니라 경쟁사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 박재홍 애널리스트<대신경제연구소>는 내수 소비 관련 지표들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2004년 음식료 산업의 내수 경기는 2003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던 음식료품 출하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며 주요 음식료 업체의 외형 증가율도 5.6%로서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16개 주요 음식료 업체의 2004년 매출액 증가율은 5.6%로서 예년 수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3년 동안 대부분의 고물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있을 경우 외형 증가폭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2004년 판매관리 비용은 외형 증가폭을 상회할 전망이나 다른 비용들의 하향 안정으로 영업이익 증가율은 외형 증가폭을 앞지르는 10.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 홍보영 애널리스트<세종증권>는 올해 음식료 업종을 이끌 테마는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전환에 따른 외형 및 이익 개선이라고 단언했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음식료 제품의 프리미엄화는 건강과 편의를 고려한 음식료품 소비 경향과 내수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심리 호전으로 2004년 본격화될 전망이며 고가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판매 기반이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실적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것.

과거 ´배불리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잘 먹고 먹고 잘 사는 문제(Well Being)´로의 소비자 관심 이동은 음식료 업체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에 의한 또 한 번의 성장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프리미엄급 제품이란 건강을 고려한 제품 카테고리와 편의성을 고려한 제품 카테고리로 나뉘어지는데 향후 두 개념의 시장이 동반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건강식품 등 건강 보조제에 대한 수요 증가는 물론 식생활 전반에 걸친 건강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기농 제품을 이용한 먹거리 등 프리미엄 또는 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최근의 식품 유통이 할인점과 편의점 등으로 대형화 체계화되는 데 따라 식품회사들의 유통 기반 구축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은 물론 제품 관리에도 도움을 줘 프리미엄급 제품 출현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 제품에 대한 수요 기반은 맞벌이 가정 및 독신 인구, 편의점 증가에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음식료 업종의 주요 5가지 환경 요소는 지난해에 이어 환율과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소비 심리 회복에 따라 정체됐던 출하량이 5.5% 증가하며 고가 제품 비중 증가로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세로 전환해 호의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출하량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농산물 통조림 등을 포함한 가공식품 부문. 특히 지난해 25% 이상의 출하량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유 등 건강음료 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2004년의 기후 전망이 어렵지만 평년 수준을 기록한다면 아이스크림류와 맥주 생수류 등의 출하량 증가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 지난해 1.3%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 맥주 출하량은 5.1%가 증가하고 생수류는 9.7%, 아이스크림류는 5.0%가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8개 식음료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2003년의 6.4%보다 높은 7.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11개 업체의 원가율은 지난해 61.2%에서 60.8%로 하락하는 반면 경기 회복에 따른 광고판촉비 사용 증가세가 둔화돼 이를 포함한 판매관리 비율은 지난해와 같은 23.5%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따라서 원가율 하락은 그대로 영업이익에 반영되며 영업이익률은 15.8%로 개선되고 순이익은 2003년보다 14.8%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음식료 업체들의 외형 및 이익개선은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라는 트렌드에 기인하는 것으로 2003년의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요인과는 비교되며 특히 농심 CJ 빙그레 하이트맥주 오리온 등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 김지현 애널리스트<동원증권>는 2004년 음식료 업종의 시장 성장률은 GDP 성장률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품 고급화 및 고가 비중 확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점인 하반기 이후엔 더욱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농심 CJ 하이트맥주 오리온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주요 상위 기업의 평균 외형 성장률은 7.4%로 2003년의 6.2%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곡물 가격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재고 감소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두 가격은 작황 부진과 수요 증가로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소맥 및 옥수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지만 환율 하향 안정 및 원재료 가격 상승의 제품 가격 전가로 원가율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음식료품 수요의 다양화 고급화 △여성 경제 활동 증가에 따른 편의 식품 수요 증가 △주 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 등을 향후 음식료 산업의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소득 수준 향상, 노령화 지속 및 식생활 변화로 인한 성인병 증가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주시했다. 또한 최근 ´웰빙족´이 신조어로 떠오르면서 고가의 국산 유기농 식품 붐이 일고 있으며 다이어트 식품 소비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CJ에서는 ´CJ뉴트라´, 롯데제과는 ´헬스원´, 대상은 ´웰라이프´ 등의 건강식품 사업을 시작했으며 아직 초기 단계로 유통망 구축 및 제품화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성 경제 활동 인구의 비중은 98년 40.9%에서 2002년 41.4%로 높아졌고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편의 식품 중에서도 생면 햇반 죽 포장김치 등 신선도를 유지하는 냉장 식품과 레토르트 식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도시 근로자의 가계 소비 지출 중 음식료 소비 지출 비중은 27.8%에서 2002년 26.2%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외식 비중은 같은 기간에 9.3%에서 11.0%로 높아지고 있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 송계선 애널리스트<대우증권>는 2004년 유통업의 경우 그 속도는 둔화되지만 할인점 및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에 힘입어 소매 시장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50조7000억원(GDP 성장률 4.6% 가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은 2002년 대비 5.9% 성장한 141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중 할인점 시장은 국내 진출 10년 만에 백화점 시장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백화점 시장이 경기 침체의 영향권 한가운데에 있었던 반면 할인점 시장은 매장확대가 활발히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와 지방 상권의 붕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태로 백화점과 시장을 꼽았다. 빅3 백화점의 월별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1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11월까지 역신장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극심한 소비 침체로 역신장을 보이던 명품과 경기 민감 품목인 남성복의 매출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백화점 시장은 고가 전략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형 백화점이 안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수입 브랜드 유치 노하우 및 매장 운영, 관리 면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백화점이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의 경우 본점 개발 완료 및 죽전점 개점이 예정돼 있는 2005~2006년경 백화점 역량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할인점 시장의 경우 올해 점포 포화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지방이나 재래 상권에 추가 출점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투자 규모 및 입지 선정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투자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동일 상권 내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장 성숙기로 예상되는 2005~2006년을 앞두고 올해에는 원가 경쟁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업체간에 구조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옥 기자(hykim996@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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