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당(糖), 나쁜 당(糖)이 따로 없다는 연구결과와 허황된 음식에 대한 기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2)
착한 당(糖), 나쁜 당(糖)이 따로 없다는 연구결과와 허황된 음식에 대한 기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6.0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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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당-첨가당 모두 과량은 악영향…구입 때 함량 확인을

최근 “과일 주스가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발표됐다. 미국 에모리,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100% 과즙으로 만든 주스와 콜라 레모네이드 등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과일 주스에는 비타민 등 유익한 성분이 포함돼 있지만, 높은 당분이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콜라 등 가당 음료든 100% 과즙으로 만든 주스든 과량의 당분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발표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가당 음료를 만들 때 첨가하는 설탕이나, 천연적으로 생성된 과일 속 당분이나 영양학적으로, 그리고 몸에 미치는 생화학적 효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즉, 착한 당(糖), 나쁜 당(糖)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과일 주스를 착한 당, 건강식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과일주스나 과즙음료는 가당 음료보다 더 많은 당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이 걱정인 사람들은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음료들에 포함된 단당류를 과량 섭취하면 혈액의 지질 농도가 변해 염증이 쉽게 생기거나 혈압이 높아지며, 인슐린 내성을 키워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양(量)이 독(毒)을 만드는 법이다. 연구진들은 “과일주스를 하루 1잔(150 mL) 정도 마시는 것은 전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덧붙였고 “더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적당량의 당(糖)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근래 설탕은 ‘21세기 담배’로 불릴 정도로 문제 시 되고 있다. 충치와 비만은 물론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심장 질환, 심지어 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거의 독(毒) 중에 상독(上毒)으로 취급받는다. 설탕이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설탕에 대한 몇 가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된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착한 당’과 ‘나쁜 당’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착한 당은 꿀이나 쌀, 감자와 같은 비가공식품의 천연당을, 나쁜 당은 식품에 인위적으로 넣은 첨가당을 지칭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과일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순수 프리미엄 착즙 주스에도 탄산음료에 버금가는 양의 당이 함유돼 있다. 과일에 들어 있는 당과 탄산음료에 함유된 당은 영양학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의 33%는 과일을 통해 이루어질 정도로 과일이 당 섭취에 큰 영향을 준다.

대사 통해 단당으로 바뀌면 효과는 비슷해져
설탕 외 꿀·쌀·과일주스 당분도 지나치면 독
“주스 한 잔 정도 적당량이 건강에 유익” 결론
 

또 단당, 이당, 올리고당, 탄수화물 등 여러 종류의 당을 섭취할 경우 이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고 대사가 일어나 모두 단당으로 전환된다면 결국 비슷해진다. 그리고 고기가 발암물질이니 비만의 원인이니 해도 결국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고기가 주는 면역 증강효과가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 등 단점 보다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과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1945년 해방 전 45세 미만에서 2013년 82세로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보면 의료기술 등 다른 영향도 있겠지만 단연 고기, 쌀, 과일 등 식량이 풍부해지고 잘 먹고 면역이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식품이 갖는 양면성을 인정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영양소나 기능 성분들도 적게 먹으면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반대로 독(毒)이 된다. 그리고 성분 연구를 비약해 인체 영향으로 결론지어 보도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성분만 따지다보면 모든 식품이 약(藥)이 되기도 하고 독(毒)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일 중 당이 많으니 ‘먹지 마라’, ‘나쁘다’ 등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보도도 앞으로 하지 말았으면 한다. 과일, 고기 등 모든 음식은 양면성이 있어 안전성이나 건강 영향에 대한 논란 역시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음식은 없다. 당(糖)도 마찬가지다. 모든 음식은 양(量)에 따라 독(毒)이 될 수가 있다. 당 섭취를 줄이고 싶은 이라면 착한 당과 나쁜 당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만 하고, 식품을 구매할 때는 항상 당 함량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기를 권하고 싶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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