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량안보법 제정이 시급하다
[기고] 식량안보법 제정이 시급하다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19.06.1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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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이사장(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세계 식량사정은 점점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30년 후에는 97억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금보다 1.7배의 식량을 생산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식량자급을 하는 나라들이며 미래 식량 확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의 식량자급률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식량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국가적 노력이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6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시대 “식량안보법” 제정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국가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식량안보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식량안보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나 세부적 측면에선 이견이 표출되었다.

두드러진 것이 기존 ‘농업·농촌및식품산업기본법’과의 차별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식량정책관은 "기존 농업·농촌및식품산업기본법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5년마다 설정하고 점검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식량안보법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은 유사한 법을 자꾸 만들면 여기에 들어가는 국가예산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만 가중된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식량안보법’ 제정 국가적 어젠다로 부상
범부처 참여 통일 등 미래지향 내용 담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안보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은 식량문제를 농업의 문제로 보는 기존 시각에서 탈피해 국가적인 아젠다로 다루어야 하는 시대적 변화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곡물기준으로 24%, 전체 식량에너지 기준으로 50%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식량문제가 이제 농업만의 사안이 아닌 국제통상과 가공,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다루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남북분단의 현실 속에서 북한주민을 위한 식량지원과 통일 후 식량안보를 준비해야 하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우리의 식량안보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수한 미래지향적 법안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식량안보법에는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한 농지전용 제한조치, 통일 후 식량공급을 위한 남한의 쌀 생산 능력 확보 방안, 통일미 비축방안, 저소득 영세민 식량지원 방안, 공급물량의 30%를 쓰레기로 버리는 식량낭비 감축방안, 비상시 식량위기 대응 매뉴얼, 식량공급의 주체로 부상한 식품산업 육성방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식량안보법 제정은 통일부, 복지부, 산업통상부, 농식품부, 환경부, 식약처, 교육부, 행안부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입법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일차적인 책무를 가지고 있다. 식량전쟁의 시대가 도래하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식량안보법 제정이 시급하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제18회 과총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으로 국회 이상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는 지난해 3차에 걸친 식량안보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을 개최해 우리나라 농업과 식량안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 선진국의 조건인 식량자급, 한중일 식량정책 비교, 세계 곡물시장과 한국의 식량안보, 요셉의 지혜-한반도 식량비축계획 등을 출판해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범국가적인 식량안보법이 조속히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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