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편집 기술 등 세계적 식품 신기술 시대의 대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5)
유전자가위편집 기술 등 세계적 식품 신기술 시대의 대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6.2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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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유전자 삽입 없는 품종’ 규제 대상 제외
세계 시장 선점 노려…국내도 전략적 허용 필요

무한경쟁의 시대에 미국, 일본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식품산업 규제가 정말 파격적이다. 일본은 이미 농산물이나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허용했고, 유전자를 만지는 신(新)기술 관련 규제도 파격적이다. 지난 3월 18일 개최된 日 후생노동성의 전문가회의에서 빠르면 올 여름부터 새로운 유전자 삽입 없이 ‘유전자편집 (genome-editing)’기술로 개발된 식품에 대해서는 안전성 심사 없이, 정부에 사전 신고만으로 판매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유전자 변이는 자연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종전의 품종 개량기술로 만들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간주하고 안전성 심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최근 신(新)기술인 ‘유전자가위기술’로 알려진 ‘게놈편집기술’로 품종을 개량해 생산한 작물로 만든 식품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를 정비중이며, 실용화를 유도하는 중이다. 이 기술로 유전자를 절단한 생물은 유전자변형작물(GMO)과는 달리 안전성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나, 어떠한 유전자를 조작했는지 등의 정보는 국가에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으로 새로운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생기는 등 미지의 위험이 발생할 우려 때문에 일본의 ‘전국소비자단체연합회’에서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일본의 이러한 신기술에 대한 포용적 규제는 매우 전략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 글로벌 식품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신기술 확보를 위한 규제를 국제적 흐름에 맞게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반대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으나 현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트랜드에 따라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 우선 시판을 허용하고 사후관리를 하면서 보완하면 된다고 본다. 이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임시로 허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신산업 분야의 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세계적 무역 강국들의 트랜드다.

2016년 4월 세상에서 가장 먼저 美 농무부(USDA)가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든 ‘변색예방 버섯’에 대해 GMO 안전성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고 올해부턴 일본까지 가세해 이 것은 GMO와는 다른 안전한 기술이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유전자가위기술의 실용화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식약처에서도 검토중이다. 조만간 정부의 규제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까지는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요구, 비의도적 혼입허용치의 재조정, GM감자 승인 문제 등 GMO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라 서로 다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작물의 유전자에 손을 댄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국내에서는 정부가 개발한 기술도 허가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형국이다. 최근 국내에서 ‘유전자가위편집기술’로 곰팡이 병에 강한 포도와 사과를 만들었고 근육 량을 늘린 돼지, 상추나 벼의 품종 개발도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시판 허가가 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은 시민단체, 농민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시판 허가를 내 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허가돼 시판되더라도 표시제도만 잘 운영하면 소비자들이 보고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왜 허가 여부로 이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소비자 외면으로 판매가 안 되면 수출하면 그만인데 좋은 신기술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당분간 ‘유전자가위기술’과 ‘GMO’식품의 차별성이 한 동안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유전자가위기술은 GMO와 같은 험난한 길을 걷지는 않을 것 같고, 소비자가 알고 사먹도록 ‘완전표시제’ 조건 하에 전략적으로 수용되기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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