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 TRQ 물량‘ 줄여? 늘려?…정부-업계 몇 년째 평행선
‘대두 TRQ 물량‘ 줄여? 늘려?…정부-업계 몇 년째 평행선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7.0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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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증량 요청에 국산 콩 장려 목적 반입량 줄여…갈등의 골 심화

대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두고 정부와 업계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두유, 두부, 장류 등 대두를 사용하는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부족한 대두 물량 부분을 지적하고 증량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국산 콩 장려를 목적으로 오히려 매년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국산 콩 장려 및 농가 소득 안정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5배나 비싼 국산 콩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특히 수출 시 가격 경쟁에서 선점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농식품부의 ‘밭 식량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살펴보면 WTO-TRQ 증랑분 감축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계획안에는 의무수입량 18만5787톤에서 증량분을 2016년 5만9000톤, 2017년 4만4000톤, 2018년 3만 톤, 2019년 1만5000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 상황을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증량분 감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매년 4000~5000톤가량은 줄고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특히 농식품부는 장기적으로 증량분을 없애고 수입산 콩의 값을 국내산 콩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업계의 물량대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대책방안으로 국내 콩 재배면적을 늘리고 농가에서 논 등에 콩을 심도록 독려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인데, 오히려 연간 생산량은 2017년 8만5644톤에서 2018년 8만804톤으로 5.7% 감소했다. 반면 수확기 콩 가격은 2017년 kg당 4722원에서 2018년 kg당 5389원으로 14.1% 증가했다.

△최근 국내 두유시장 성장세와 수출이 증가하여 대두 원료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두유업계는 정부의 대두 TRQ 물량 감축 정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국내 두유시장 성장세와 수출이 증가하여 대두 원료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두유업계는 정부의 대두 TRQ 물량 감축 정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기상악화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국내 대두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은 계획으로만 그칠 수 있다”며 “업계에서도 최근 프리미엄 식품이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국산 콩을 사용하려는 곳도 있지만 물량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논에서 재배하는 콩은 수분이 많아 두부용으로는 적합하지도 않은데, 무조건 국산 콩을 사용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aT로부터 대두 TRQ(WTO 포함)를 배정받는 곳은 식품산업협회, 장류조합, 대두가공협회, 연식품조합 등 10여 곳이다. 이중 전량 두유로 이용되는 식품산업협회의 경우 2017년 2만4951톤에서 작년 2만4541톤, 올해는 2만1878톤이다. 작년과 비교해 3000톤가량이 줄었다.

한 두유업계 관계자는 “연간 두유업계에서 필요한 대두물량은 약 3만~3만5000톤이다. 협회에서 FTA 물량(무관세) 등을 끌어 모아 3만3000톤 정도를 배정하는데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 두유시장은 지속적인 정체를 보이다 최근 몇 년간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증가하고 추세인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두유산업의 활성화를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17년부터 국내산 두유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주원료인 대두 부족으로 현지 수요를 충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TRQ물량을 줄이고 가격마저 올리겠다는 것은 정부가 기업의 수출을 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현재 두유업계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3만3000톤가량의 대두 중 약 2500톤을 수출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2~3년 내 수출용으로 3500톤 이상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족한 원료를 충당하기 위해 공매와 생산 설비 효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 물량이 더욱 줄어들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두유-장류 연간 수천 톤 부족…비싼 국산 콩도 충당 안 돼
“국산 생산량 기복에 수분 많은 논콩은 두부 제조 부적합
TRQ 물량 줄이고 가격 올리면 산업 활성화·수출 역행

VS

정부 “일부 물량 공매는 업계 수요별 공급 요청에 의한 것
무관세 FTA 물량 늘고 할인 가격에 제공…수급 해소 예상“ 

장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류조합에 따르면 대두 TRQ(WTO 포함) 물량은 작년 3만3000톤(공매 포함)에서 올해 2만9000톤으로 4000톤이 감소했다. 연간 4만2000톤가량이 필요한 장류의 경우 FTA 물량에 공매까지 포함해도 올해 3만7000톤에 불과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서 대두 TRQ 물량 증량을 요청하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현재 aT 직배를 통한 대두 값은 kg당 1095원이지만 국산 콩(백태)는 kg당 5422원(도매가격 기준)으로 약 5배 차이가 난다. 업계가 직접 수입산 콩을 구매하려고 해도 487%에 달하는 관세 부담으로 국산 콩과 별반 차이가 없어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수입산 콩을 기업들이 임의적으로 구입해 증빙서류를 제출할 경우 관세 환급을 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5배 이상 비싼 값을 들여 구입한 원료 값을 몇 개월 후에나 돌려받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유보물량(전체 물량 중 10%)을 비축해 이를 공매로 풀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단체들간 가격 경쟁을 하라는 것인데, 정부가 수입산 콩의 가격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공매를 하는 이유는 각 단체를 통해 경쟁없이 업계에서도 수요에 따라 공급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관계자는 “공매 특성상 최저입찰제여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영세한 단체는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업계에서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TRQ 감축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업계 우려와 달리 무관세로 들어오는 FTA 물량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국산 콩 이용 독려를 위해 시중 가격의 20% 할인된 물량을 매년 공급하고 있어 업계에서 생각하는 원료 수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WTO 대두량은 2018년 23만4000톤에서 올해 22만9000톤으로 줄었고, FTA 대두량은 작년 5만1000톤에서 올해 5만5000톤으로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TRQ 물량은 내수용으로만 사용하고 추후 이를 반복적으로 어길 경우 TRQ 배정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인데, 국산 콩의 원활한 수급도 안 되는 상황에서 업계의 수출 길까지 막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국산 두유 등의 수출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농가 입장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확보된 물량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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