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포위된 한국…정부 미온적 대처에 업계 ‘노심초사’
ASF 포위된 한국…정부 미온적 대처에 업계 ‘노심초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7.0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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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육가공 시장 ‘복병’…미국처럼 사전 예방 통관 체계 바라

치료법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중국, 몽골, 베트남, 북한 등 아시아 전역을 휩쓸며 국내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업계가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자칫 국내 돼지고기 관련 시장이 초토화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가공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의 일종인 ASF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람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는 있다. 발병국인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의해 충분히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ASF가 국내 발병되면 종돈 확보 없이 무조건 살처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원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은 돼지의 거부감을 보이게 될 것이며, 결국 양돈농가는 물론 육가공업계도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주변국 ASF 발생 후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하며 강력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다녀온 여행객이 들여온 축산물에서 10여 건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철저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 시장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우려하는 단순 돼지고기 값 상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거부감이 확산되며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현재 정부의 대응 체계는 사후 예방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과 사전 예방을 위한 통관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정부의 캠페인 영상.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정부의 캠페인 영상.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식품, 첨가물, 사료 첨가제 등에 대해 78일간 보관 후 문제가 없을 시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료협회(Swinehealth.org)에서 연구한 ASF 등과 같은 손실이 큰 바이러스의 확산을 완화하는 데 있어 유용한 방안을 반영한 조치인데, 연구에 따르면 일정 기간의 보유 시간을 가질수록 바이러스 오염 물질이 최대 99% 자연적으로 저하되는 효과에 기반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통관 체계는 인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국가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ASF 발병 국가의 돼지고기 관련 모든 식품이나 부산물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멸균된 가공식품만 허용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국제협력국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ASF 발병국의 모든 돼지 관련 식품은 수입 금지 조치 중이다. 일부 건초, 곡물류는 수입되고 있지만 ASF에 대한 정밀검사를 하고 있으며, 공항만 검역 조치를 강화해 국내 시장 유입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수입검사관리과 관계자는 “돼지와 관련해서도 멸균된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만약을 위해 세균수 검사 등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 특성상 교차오염이 가능해 발병 국가 모든 식품은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해 우리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간 무역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만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최근 국내 육가공시장이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육가공시장은 식품 첨가물 유해 문제 및 유럽서 발생한 E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등 이슈로 침체기를 겪던 것에서 최근 1인 가구 증가, 야외활동 활성화, 혼술·홈술 문화 확산 등에 따른 간편식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4년간 연평균 2.8%의 증가세(캔햄 제외)를 띠고 있는데, ASF가 육가공시장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ASF 발생 국가들과 교류가 빈번해 안심할 수가 없다. 이미 중국에서 한국으로 반입되던 돼지고기와 부속물로 만든 음식물, 소시지, 순대, 만두 등에서 ASF 바이러스가 수차례 검출된 바 있기 때문”이라며 “ASF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엔 양돈산업은 물론 육가공산업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만큼 정부 당국의 철저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SF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가축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ASF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한 리스트 A급 질병이며, 우리나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으로도 제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눈물, 침, 분변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는데, 잠복기간은 약 4∼19일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보통 10일 이내 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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