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도 먹는다”…일본 ‘친환경 포장’ 뒤늦은 동참에 아이디어·소재 속출
“접시도 먹는다”…일본 ‘친환경 포장’ 뒤늦은 동참에 아이디어·소재 속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19.07.0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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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2위 속 소비자 5명 중 3명 자원 낭비 지적

환경과 윤리, 지속가능성 등을 이유로 친환경포장에 대한 수요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했던 일본에서도 최근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함에도 지난해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해양 플라스틱 헌장’에 미국과 함께 일본은 시민 생활과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끝내 서명을 거부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대책’이 선정되면서 일본 정부의 자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헌장 서명을 거부하면서 쏟아진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 해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본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와 궤를 같이해 일본 환경성도 내년 4월부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비닐봉지 유료 판매를 의무화할 계획이며 일본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 행사에서도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거나 재활용한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정책적으로도 탈플라스틱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소비자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지 리서치 회사인 마크로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포장 및 일회용 용기는 필요 없다”라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54%를 차지했다. 또한 이 조사에서 65%의 응답자는 일본의 플라스틱 포장 및 일회용품은 “불필요하다/과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 환경성의 2018년 설문에서도 응답자 4,000명 중 60% 이상이 소비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제공하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포크, 숟가락 등이 낭비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일회용 제품 사용을 자제하거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새로 도입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20 정상회의서 ‘해양 플라스틱’ 의제로 선정
환경성, 비닐봉지 유료 판매 내년부터 의무화

◇먹을 수 있는 접시

쓰레기 자체를 배출하지 않도록 한 ‘먹을 수 있는 접시’가 최근 크게 히트를 치고 있다.

페스티벌에서 먹고 난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가 마구 버려지는 것을 보고 마루시게제과가 2011년 개발한 이 접시는, 평소 연 3,000개 정도 판매되던 것이 2019년 들어 1분기에만 6,000개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약 5㎜ 두께의 이 접시는 전분, 흰살 생선 등의 가루를 기계에 넣고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군옥수수맛, 자색고구마맛, 새우전병맛, 양파맛 등 4가지가 출시되고 있다. 또액체를 담아둔 채로 1시간 이상 형태를 완벽하게 유지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엔 하와이의 유명 빙수 가게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에 의하면 이 제품 콘셉트는 ‘맛있게 먹고 쓰레기는 제로’라며, 최근에는 막대과자처럼 먹을 수 있고 건강에도 좋은 ‘먹을 수 있는 젓가락’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젓가락은 1개 당 77mg 이상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

△쓰레기를 아예 배출하지 않도록 한 마루시게제과의 ‘먹을 수 있는 접시’는 액체를 담은 상태에서도 1시간간 이상 형태를 유지해 인기를 끌면서 일본 국내는 물론 하와이까지 납품되고 있다. 또 최근엔 개당 77mg 이상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는 ‘먹을 수 있는 젓가락’(사진 우측 상단)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마루시게제과 페이스북)
△쓰레기를 아예 배출하지 않도록 한 마루시게제과의 ‘먹을 수 있는 접시’는 액체를 담은 상태에서도 1시간간 이상 형태를 유지해 인기를 끌면서 일본 국내는 물론 하와이까지 납품되고 있다. 또 최근엔 개당 77mg 이상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는 ‘먹을 수 있는 젓가락’(사진 우측 상단)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마루시게제과 페이스북)

세븐일레븐, 주먹밥 포장 바이오 소재로 교체
먹을 수 있는 접시 ·젓가락도 개발

◇썩는 플라스틱

일본종이펄프상사는 기존 플라스틱 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하 PBS) 필름을 안쪽에 부착한 종이컵을 지난해 출시했다. 해당 종이컵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컵과는 달리 매립했을 때 땅에서 쉽게 분해되며, PBS 필름으로 인해 액체를 담아도 새거나 눅눅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내 프랜차이즈 카페와 영화관 등에 납품되고 있는 이 종이컵은, 가격대가 일반 종이컵에 비해 3~4배 높게 책정되고 있다.

PBS 필름을 공급하는 미쓰비시케미컬의 관계자는 “PBS 필름은 사탕 껍질처럼 크기가 작거나 음식물이 묻어나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적합하다”며 “최근 많은 식품 가공업체나 유통 대기업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편의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재팬은 2019년 7월 중으로 주먹밥 포장을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전국에 2만1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연 22억7000만 개의 주먹밥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 소재 변경으로 연간 403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26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교체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주먹밥 판매 가격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스카이락 홀딩스는 지난해 12월 1,367개 가스토 전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하고 종이 빨대로 대체했다. 이에 대해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의 관계자는 2018년 하반기부터 외식과 음식료, 호텔 업계 등에서 종이펄프 주문이 급증했다고 밝히며 “종이 빨대의 경우 2018년 수요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수백 %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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