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유통기한 표기법 표준화로 바라본 우리나라 유통기한 표시제도의 방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8)
美 FDA 유통기한 표기법 표준화로 바라본 우리나라 유통기한 표시제도의 방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6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7.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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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 폐기물 줄이려 ‘Best If Used By’로 통일 추진

美 FDA(식약청)가 식품 섭취 기한에 대한 소비자 혼란 방지와 멀쩡한 식품의 폐기를 줄이고자 유통기한 표기 방식을 표준화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식품 섭취기한 관련 표기법은 식품의 수명과 판매기한이 공존해 ‘Use before’, ‘Sell by’, ‘Expires on’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Best If Used By’ 즉, ‘품질유지기한’을 표준으로 통일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美 FDA는 더 소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이번 표준화를 추진하게 됐는데, ‘Best If Used By’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미국 내 버려지는 식품은 매년 1,610억 달러 규모인데, 이 중 20%가 유통기한 표기의 오해에서 비롯돼 아깝게 버려진 것이라 한다. 올바르게 보관된 식품이라면 표기 날짜가 지났더라도 섭취에 지장이 없어 폐기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이 조치에 대해 미국 식품업계는 반기고 있다. 한편, 일본은 오래 전부터 유통기한이 아닌 상미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라면, 레토르트식품, 발효식품, 과채류 등 건강상 문제없는 상미기한 임박 식품 전문점이 60~70%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며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에 ‘섭취기한(소비기한)’, ‘판매기한’, ‘포장일자’, ‘제조일자’, ‘최상품질유지기한(상미기한)’, ‘최상섭취기한’ 등 다양한 유통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유통기한 제도는 ⌜식품위생법⌟에서 품목별로 일괄적으로 정해져 운영됐다가 2002년 7월부터 제조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허용됐다. HACCP 등 위생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같은 품목이라도 개별 회사별로 시설, 인력, 위생수준이 달라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가격’과 ‘유통기한’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식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고, 판매업자는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잘 팔리지 않고 혹 지나기라도 한다면 처벌받을까 봐 미리 폐기 또는 반품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식약처에서 정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설정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안전마진까지 고려해 식품 수명의 약 70% 정도 수준에서 유통기한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판매하는 기한이지 더 두고 먹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확히 유통기한에서 얼마만큼 기간이 지난 것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 보관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대부분 가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면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 일부 유통기한이 지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들은 버리지 않고 먹을 때가 있긴 하나 늘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통조림·김치·잼류 등에 사용 중
식품 수명 알려주는 ‘소비기한’ 병행 운영을
가격 인하로 소비자 혜택…의식 전환 필요

이에 2007년 1월부터 시간이 경과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통조림, 김치, 잼류, 가루제품 등은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품질유지기한이 바로 금 번 미국이 표준화하고자 하는 ‘Best If Used By’이다. 그러나 이 표시도 한계는 있다. 장기간 보관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수분활성도가 낮은 식품이나, 산성식품, 레토르트식품 등에는 적용이 가능하지만 육류, 유제품 등 쉽게 상하는 신선식품은 순식간에 수명이 다해 위험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부처 주도로 식품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가 반대했고 이를 안전당국이 받아들여 현재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현행 ‘유통기한’ 제도는 판매자와 안전관리 당국에겐 편리해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겐 손해다. 일정 기간 더 먹을 수 있는 것을 폐기 또는 반품해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고스라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식품의 수명을 알려주는 ‘소비기한’제도가 소비자를 위한 제도다. 가정에서 언제까지 먹을 수 있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효과도 있다고 본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품질유지기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소비기한’도 병행 운영해야 현실적이다. 우리나라 또한 현행 ‘품질유지기한’ 제도는 유지하되 이와 함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해 그 간의 관리자·공급자 중심에서 탈피한 진정한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은 물론이고 품질유지기한 임박 식품도 마트에서 반품, 폐기대상이고 푸드뱅크, 복지시설에서 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상미기한 임박 식품 전문매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량 자급율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우리 국민들의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관련 대대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단체와 산업계,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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