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식품공급사슬(Food chain) 전반의 생산 및 유통 이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화한 관리체계는 2010년을 기점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으로 기반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나 신선도를 예측해 관리하는 수준이고, 생산·유통 관리자 및 소비자가 부패·변질·위해인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여전히 미진한 실정이다.
신선식품 및 비가열 식품은 생산·출하된 뒤 지속적으로 품질변화가 발생하고 위해 미생물의 오염과 증식에 따른 안전성 보장에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통관리가 필요하지만 실제 유통현장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식품을 구입한 뒤 개봉하기 전에는 식품의 변질 및 부패 여부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개봉한 뒤에야 식품의 외관, 향, 맛 등을 통한 개인의 감각적인 판단에 의존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산·유통·소비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품질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생산·유통 관리자 및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쉽고 빠르며, 간편하게 관리·판별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농식품 품질 및 신선도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현행의 검출 및 판별 기술들은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효소면역분석법(ELISA), 전기화학센서, 광학 센서 등의 고가 장비 및 장치, 복잡한 전 처리 과정, 긴 검출 시간, 전문인력 등이 필요하고 낮은 검출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반 센서들은 고비용과 여러 단계의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부피가 크고 강체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제한을 받게 된다.
변질 등 품질 정보, 인쇄전자 기반 센서로 실시간 모니터링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식품 인프라…세계 시장 5조 원 규모
식품연구원도 개발 추진…성사 땐 폐기물·환경 오염 저감
그러나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기반의 플렉시블 센서의 경우 기존 센서에 비해 빠른 제조공정, 저비용, 가벼움, 굽힘성 및 신축성, 대면적 센싱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용이 용이하고 적용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인쇄전자 기반의 플렉시블 센서는 센싱 및 정보 전달 등을 포함한 구성 요소의 모든 부분들을 플렉시블 기판 위에 인쇄 방식으로 제작된 센서를 말한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인쇄전자 기반의 플렉시블 센서 시장 규모는 2018년 4조2000억 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9년에는 5조 30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쇄전자 기반의 플렉시블 바이오센서, 압전센서, 압력센서, 전자섬유 심박센서, 유기광검출센서, 전기화학 가스센서, 온도센서, 습도센서 등이 활발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얇은 패치 형태의 센서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열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피부의 체온을 모니터링하거나 땀으로부터 혈당을 체크하는 패치가 있다.
식품분야에서는 신선식품의 온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색변화 라벨, 무선주파수 인식(RFID) 태그,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반 스마트 라벨 등이 개발되고 있다. 과일의 휘발성분을 감지해 부패 여부 또는 숙도를 판별할 수 있는 라벨과 육류에서 발생하는 기체 성분들을 감지, 부패 여부 및 신선도를 알려주는 라벨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유통관리자 및 일반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인쇄전자 기반의 플렉시블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포장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저가의 응용제품이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식품연구원 소비안전연구단에서는 올해부터 신선 육류 및 과채류의 품질변화를 실시간으로 쉽고 빠르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쇄전자 기반의 스마트 식품포장용 플렉시블 센싱 패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유통관리자는 포장된 해당 농식품의 품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쉽게 관리·확인할 수 있고 소비자는 구입한 식품을 대부분 상하기 전에 섭취함으로써 식품 폐기물 발생 및 환경오염의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능정보 기반의 품질·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4차산업혁명 시대와 제조업 혁신에 대응할 수 있는 농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인프라 및 플랫폼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