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허용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4)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허용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9.0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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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시장에 활력…식약처 소신 정책 필요

식약처는 지난 7월 3일 건강기능식품을 나눠 담아 맞춤 포장하는 소분 제조, 판매를 허용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빠르면 연말까지 건강기능식품을 필요에 따라 나누어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개정안은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가 휴대 또는 섭취하기 편하도록 1회 분량씩 소분, 조합해 포장해 주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강력한 니즈에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미래 개인 맞춤형 건강시대에 대비, 신산업 영역인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품 허용 등 혁신적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의협과 약사회가 이를 반대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 ·가공한 식품”을 말하며, 기능성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일상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을 보충해줘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기식의 안전성 확보, 품질 향상과 건전한 유통, 판매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2002년 8월에 제정되었다. 일본은 1991년부터 ‘특정보건용식품’을 허용했는데, 법 시행 이후 시장의 수요와 규제가 맞물려 급속한 성장세는 꺽였으나, 완만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기식 시장규모는 3조8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2% 성장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시장 성장률 약 6%를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다. 그러나 국내 식품산업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해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도 작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기식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엄격한 승인 제도 등 강력한 정부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직된 기능성 표시제도와 엄격한 규제로 건기식 시장의 무질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식약처에서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자 맞춤형 건기식 소분포장 판매를 허용하고자 한다. 이는 각 병에 나눠진 건기식을 소분해서 개인 맞춤형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개인형 팩 조제' 를 허용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에겐 당연히 여러 종류의 큰 병을 통째로 들고 다니며 한 알씩 두 알씩 꺼내 먹을 필요가 없으니 아주 편리한 제도다. 그러나 한의사와 약사들은 식품판매업자가 한의원에서 조제한 의약품과 유사한 형태로 건기식을 조제, 판매하게 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한다.

이 일은 반대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약사는 약으로 먹고 살도록 돼 있다. 식품은 식품으로 먹고 사는 사업자가 어디서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기식을 오남용한다고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정도라면 아예 허가를 해 줘선 안 되고 금지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일정량 배급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처방전 없이 여기저기서 사 먹을 수가 있어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식품을 약사와 한의사가 어떻게 관리한다는 말인가? 처방전으로만 제한된 양을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도 아니고 섭취량도 제한할 수 없는 식품을 왜 약사나 한의사들이 주인인 양 목소리를 키우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을 명분으로 삼았으나 실은 돈이 되는 건기식을 독점하고 싶은 탐욕이 깔려 있을 것이다.

사실 건기식 관리의 경우, 시장에 맡겨야할 부분과 정부가 제도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그 선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국가별로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최적화해서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도 도입 당시 정해졌던 기준선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완화 내지는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 정부도 건기식 제도를 약 15년간 운영 해오고 있는데,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의 부작용 중 하나인 건기식을 의약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단속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소비자의 오인 등 마이너 한 염려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기식 소분포장 제도를 반대하는 한의협과 약사회의 태도는 명분이 없다. 식약처의 이번 결정은 국민 대다수인 소비자의 이익과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소신껏 밀고 나가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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