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기한’ 적용 땐 식품 폐기물 상당량 절감
국내 ‘소비기한’ 적용 땐 식품 폐기물 상당량 절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9.0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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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일본 등 세계 각국 식품 낭비 줄이기 총력전
본지 주최, 수요포럼 ‘식품과 규제① : 바람직한 식품기한표시제도’ 서 박경진 군산대 교수 주장

유통기한 설정으로 인해 국내 제조·판매된 식품이 연평균 1.8% 반품되거나 폐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시간’ 중심의 유통기한을 ‘시간·온도’ 중심의 소비기한으로 변경할 경우 식품업체의 매출 증대는 물론 폐기물 발생 감소까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 주최 지난달 28일 식품산업협회(서울 서초구 소재)에서 열린 ‘제17회 글로벌 식품환경 조성을 위한 수요포럼’에서 박경진 군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품과 규제 : 바람직한 식품기한 표시제도’ 주제 발표를 통해 “소비자들은 식품 유통기한이 지나면 제품에 문제 있다고 판단해 이를 폐기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이 한해 제조·판매되는 전체 식품 출하액 20%가량에 달한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시간 위주의 유통기한을 시간과 온도를 동시에 충족하며 안전을 보장한 소비기한으로 변경할 경우 식품폐기물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진 교수
△박경진 교수

박 교수에 따르면 우유와 두부의 유통기한은 14일이지만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할 경우 우유는 최대 45일, 두부는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다. 즉 보관 요건만 제대로 지켜질 경우 30% 이상 유통기한이 향상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상적인 온도에서 유통 및 보관된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경과 식품과 식중독 발생과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대부분 문제 발생은 제조가공 실패, 가공 후 교차 오염, 적절하지 못한 온도에서의 유통 및 보관의 결과지만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은 유통기한 경과 식품이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 중심 유통기한 ‘시간·온도’로 변경해야
보관 요건 지키면 유효 기간 안전하게 연장
정부 홍보 통해 소비자에 올바른 정보 제공을

특히 박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시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오히려 시간과 온도 관계(올바른 보관법)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환경적 요소로 국내 소비자들은 식품이 적절한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관됐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덜 신선(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과 온도 중심의 소비기한 설정은 소비자들에게 식품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미국은 최상품질기한(이유식은 소비기한, 식육은 포장일자), 일본 상미기한(부패 쉬운 식품은 소비기한), EU는 최소보존일과 소비기한을 병행하며 식품 폐기물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품질유지기한을 도입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업체에서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식품업체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접근으로 유통기한을 단축해 식품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특히 “식품기한 설정에 있어 동일 식품이라도 위생관리 수준 등에 따라 품질(안전) 수준 변화 속도가 다르지만 현재 대부분 식품은 동일한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동일한 식품이라도 업체별 유통기한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민규 CJ제일제당 품질안전센터장은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기한 변경 시 소비자들의 보관 부주의에 따른 부분도 풀어야할 숙제다. 소비자들에게 식품의 보관 조건 등에 대해 홍보·교육하는 부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은하 대상 식품BU 품질경영실 부장은 “과거와 비교해 유통환경은 더욱 개선됐음에도 소비자 클레임은 더욱 늘고 있다. 소비기한 유통은 언젠가는 시도돼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시장, 마트 등 유통가의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 차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훈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 연구관은 “소비기한 도입 문제는 이해관계자 의견이 다양하게 때문에 현재는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그동안 연구사업, 자문회의 등을 거쳐 꾸준히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관은 “식품의 섭취기한은 적절한 보관을 위한 온도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기한 역시 소비자에게 제품이 넘어간 뒤 발생되는 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적절한 보관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또 다른 논쟁이 될 수 있고, 업체와의 분쟁 소지도 크다”며 “소비기한의 도입이 필요하기는 하나 유통 환경 개선 및 인프라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공감한다. 식약처 역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유통환경 조성 등 환경 구축이 마련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배송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신기술 도입에 한창이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기술은 초고압 살균 처리(HPP : High Pressure Processing)로, 식품에 수임 6만m와 비슷한 수압을 가해 살균 처리를 하는 기법이다. 높은 압력으로 인해 식품 속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사멸돼 유통기한을 최대 1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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