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 열풍과 안전성 논란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5)
세계적인 커피 열풍과 안전성 논란에 대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9.16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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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인당 매일 한 잔 마시는 커피 공화국
볶는 과정서 발암성 문제…증거 부족으로 종결

커피시장이 무섭게 성장 중이다. 벌써 유럽,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 됐다. 세계적으로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평균 132잔인데, 우리 국민은 3배가 넘는 1인당 연간 353잔이다. 매일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는 이야기다. 커피시장은 매출액 기준 2016년 5.9조원에서 2년 만에 6.8조원까지 커졌으며 2023년엔 약 8.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성장 덕인데, 이 시장은 2016년 3.5조원에서 작년 4.3조원까지 확대됐다고 한다. 소매시장은 2016년 이후 2.4조원에서 정체된 상태인데. 분말제품은 정체중이나 액상(RTD) 커피시장은 작년 1조 3천억 원으로 크게 신장중이라고 한다. 자가소비 확대로 커피머신을 갖추고 캡슐커피를 소비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coffee)는 커피나무의 씨(커피 콩, coffee bean)를 볶아 가루로 낸 것을 물 또는 증기로 우려낸 차(茶)다. 커피의 원산지는 북아프리카 에디오피아의 카파(kaffa)로 추정되며, 14세기 말 아라비아인들이 볶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이교도의 음식으로 거부되다가 교황 클레멘트 8세가 세례를 내려 기독교인도 마실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가 처음 마셨다고 한다. 커피를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써 ‘가배(珈琲)’라 쓰고,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해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으로 불렸다고 한다.

‘생두(green bean)’를 건조시키고, 300~400℃에서 볶으면 ‘원두’가 되고, 이를 분쇄하면 ‘레귤러커피’가 된다. ‘인스턴트커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 의해 보급됐으며, 분무 건조한 ‘분말커피’와 동결 건조한 ‘과립커피’가 있다. 주요 품종은 이디오피아의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 아프리카 서해안의 리베리카 커피(liberica coffee), 콩고산 로브스타 커피(robusta coffee) 3종이 있는데, 경제성 때문에 로브스타종이 가장 많이 시판된다. 커피의 쓴맛은 카페인, 떫은맛은 탄닌에 의한 것이며, 향기는 로스팅 또는 배전이라는 볶음과정에서 생긴다. 커피 추출방법은 드립, 에스프레스, 콜드브루, 더치로 나눈다.

우리나라의 커피산업은 전통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믹스가 주도했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커피시장이 양분되기 시작했다. 이후 헤이즐넛, 바닐라, 초콜릿 등 향(香) 커피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스타벅스를 위시하여 커피빈, 파스쿠치, 할리스 등 외국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업체가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배전두(원두) 커피시장이 에스프레소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던킨도너츠, 뚜레주르 등 외식업체들도 커피 판매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커피의 긍정적 효과로 피로해소, 각성효과, 이뇨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나 반면 카페인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커피의 위험성 문제도 늘 이슈다. 카페인(caffeine)은 코카인, 암페타민 등과 같은 흥분제 성분으로 분류되며, 콜라, 초콜릿 등에도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과잉 섭취 시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사람의 카페인 섭취량은 적은 편이라 美 식약청(FDA)에서도 안전한 식품첨가물 목록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첨가물로 허용돼 있다. 문제는 발암성 논란인데, 볶음 원두처럼 불을 사용해 음식을 굽거나 튀길 경우 발암성 물질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현재는 해결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했었다. 커피에 포함된 벤젠, 포름알데하이드 등과 같은 유해물질이 방광에 머물면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볶을 때 생기는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등 발암물질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25년 만에 커피가 발암가능물질 목록에서 제외됐다. 23명의 전문평가단을 구성해 커피의 발암성과 관련된 공개된 문헌 천 여 편을 검토한 결과, 커피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그 외 커피 관련 20여 종의 각종 암 유발 가능성에 관한 증거도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美 캘리포니아 소재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가 90개 커피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커피 회사들에 "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미 캘리포니아 주 보건당국인 환경건강유해성평가국(OEHHA)이 ‘개정 65조'라는 1986년에 제정된 법규에 따른 기존 입장을 철회해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 부착의무제품 목록에서 커피를 제외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해소된 상황이다.

사실 커피에 발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면 숯불구이 고기, 튀김 치킨, 참기름, 스모크햄 등 대부분의 불 맛이 더해진 음식에도 붙여야 한다. 美 캘리포니아 당국의 결정은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발암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은 그 어디에도 없고 오직 양(量)이 위해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도 다른 음식들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갖고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주식(主食)도 아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호(嗜好)식품일 뿐이다.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양으로만 즐긴다면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며, ‘사람(人)’에게 ‘좋은(良)’ 먹는(食) 상품(品)인 진정한 ‘식품(食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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