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석을 보내며 식혜를 생각한다
[기고] 추석을 보내며 식혜를 생각한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09.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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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우리나라 대표적인 감미기호음료인 식혜가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있다. 잔칫상이나 제례, 명절 때 빠지지 않았던, 감칠맛 나는 음료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식혜가 이제 특정 집안에서나 만들어먹고, 외식업체에서 후식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 맛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한때 인기 있는 상품으로 2,5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통음료 붐을 선도했던 우리 전통식혜가 이후 과도한 경쟁과 품질에서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가 크게 줄었고 지금은 몇몇 중소기업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으나 모두 합해도 판매액이 600억 원이 채 못 될 것으로 추정한다.

설탕이 일반화되기 전까지 식혜는 이 나라 서민의 유일한 단맛이 있는 기호음료였고,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빠지지 않는 마실 것이고 제사상에도 올라가는 주요 품목이었다. 꿀이 더 좋은 감미원이었으나 물량이 한정되고 가격이 고가라 일반 서민의 음료로는 크게 확대되지 못하였다.

봄에 수확한 겉보리로 가을에 엿기름을 길러 찬 서리를 맞혀서 말린 다음, 가루 내어 보관하면서 일 년 내내 식혜제조에 사용하였다. 식혜의 주요 단맛의 근원은 쌀밥이 분해되어 얻어지는 맥아당이고 이 당은 설탕과 다르게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여기에 더하여 엿기름에서 오는 독특한 향미는 우리 민족의 얼속에 녹아있다. 식혜는 정제된 설탕맛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복합된 감미로 특징이 있다.

단 맛의 강도가 더 높고 사용하기 간편한 설탕과 차별화하여 식혜를 더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관계가 서로 연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식혜는 우리 독특한 역사와 뿌리가 있는 전통음료이고 우리 조상의 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시장을 확대하고 세계 음료 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또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보리 사용처를 확대, 농민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엿기름용도 확대를 위하여 그자체로 이용하는 방법을 구상 할 필요가 있다. 엿기름은, 보리가 다음세대를 위하여 싹을 내는 과정에서 자체 생리작용으로 여러 가지 특수영양소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엿기름 자체로도 생성된 생리활성물질을 활용 하는 기능성음료를 만들거나 영양공급용 소재로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많이 연구된 새싹을 각종 스프 원료로 사용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엿기름으로 만든 식혜는 여과, 농축하면 조청이 되고 더 진하게 만들어 가공하면 엿이 된다. 조청과 엿은 그 자체로 식용도 가능하나 좋은 단맛소재로 이용할 수 있다. 상품화된 꽈배기 같은 과자는 조청으로 만들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유과는 바탕에 조청을 발라 고명을 뿌려야 제 맛이 난다. 끈적거림은 가공에서 단점이기 하나 그 특성이 꼭 필요한 제품도 있다. 따라서 식혜의 용도를 음료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판되는 식혜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하여 설탕을 첨가하여 감미를 높이는데 많은 소비자들은 비만의 원인으로 설탕을 지목하여 설탕첨가 음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설탕대체 감미료사용을 검토해 봐야한다. 예를 들면 발효 감미원인 알루로스나 천연식물에서 얻는 스테비아 같은 경우 거의 칼로리가 없으면서 감미를 주고 설탕과 맛이 아주 유사하여 소비자의 거부 반응이 거의 없다. 또한 전통식혜의 밥알은 친숙한 소비자 외에는 이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용을 제외하고 외국 수출용은 밥알을 제거하고 맑은 액으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도한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었던 고추나 생강을 부재료로 넣은 식혜는 다시 관심을 가져야하며 과실 주우스 혼합식혜는 새로운 소비자 확보가 가능하다.

식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단맛음료이긴 하지만 전승되어왔던 방법에 현대과학을 더하여 경제적인 제조방법을 개발하고 단맛을 개선하여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변화는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그러나 기본이 되는 제조방법 즉, 식혜의 가장 기본재료인 엿기름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쌀밥을 이용해야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단맛의 보강이나 조합 등은 개량하거나 개선하여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야한다.

우리 전통식품은 그 근본과 정신은 계승하되 사회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전통식품은 문헌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전통을 뒤에 업고 새롭게 탄생하면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고 세계 상품화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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