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건⑦:사회적 합의-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사건 분석과 대응 방법(61)
살충제 계란 사건⑦:사회적 합의-김태민 변호사의 식품사건 분석과 대응 방법(61)
  • 김태민 변호사
  • 승인 2019.09.23 0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현 불가능한 포장보다 정부의 결단 필요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전가지보(傳家至寶)’라는 고사성어의 뜻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칼’이라고 해석되는데 흔히 어려운 상황에서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을 한다는 것으로 식품안전 분야에서는 소비자보호, 사회적 합의가 전가의 보도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을 슬그머니 전가의 보도를 사용해서 피해나간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GMO 완전표시제다. 최근 국민청원에 따라 진행되어온 논의에 대해 시민단체가 사회적 협의회 참여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 GMO 완전표시제도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고, 시민단체 역시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라 애초부터 합의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누가 양보해서 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정책 의지에 대한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애꿎은 소비자단체 등과 산업계의 회의만 불필요하게 반복해서 진행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문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반식품의 기능성표시관련 회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식품축산부가 주도한 해커톤 토론회에서 6개월간의 민‧관공동TF 운영에 합의한 것은 맞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행할 지 결정한 것이 없었고,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합리화라를 추진하기 위함이 전부였다. 당시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합의고, 정부가 강행한 것이라 해커톤 토론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었다. 정부가 참석 자체를 막았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합의란 사전적 의미로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며, 협의란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하여 의논하는 것이다. 즉, 협의란 의논을 하면 되는 것이고, 합의는 의견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라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법률적으로도 합의란 단어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만큼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정부가 비난이든 비판이든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이 필요하며, 사회적 합의가 아닌 협의가 사전에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보호를 전가지보로 삼으며 편의에 따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직의 수장이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적절한 예산과 일정기간의 임기보장이 필수다. 특히 국민 건강을 위해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자리나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포장하려는 자들에게 맡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런 수장 밑에서는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고, 실현 불가능한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에 갇혀 아무 소득이나 진전 없는 논의만 반복될 것이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