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가닥
우리 농업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가닥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9.09.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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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대 조건에 모두 걸려…농업 선진화·차기 협상 등 과제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

정부가 우리 농업의 WTO 개도국 지위 상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17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개도국 지위 상실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WTO 일반이사회에서 현 개도국 지위 결정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OECD 가입국(32개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 고소득 국가(1인당 GNI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 등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에 해당할 경우 개도국이 아니라는 제안서를 WTO에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업 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관세가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으며, 국내 보조금도 1조49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국내 보조금은 1조49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감축되고, 쌀 관세율의 경우도 513%에서 20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4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자는 것이 정 국장의 해명이지만 이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를 위한 어떠한 주장도 펼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 농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 국장은 “전문가들과 협의를 진행할 결과 대내외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개도국 지위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사실상 바뀌는 건 없다. 차기 협상 시까지 현재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인데, 차기 협상 시기도 아직 정확한 시점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1995년 WTO국내이행계획서에 따라 WTO 다자간 협상체계 내에서 확립된 개도국 감축방식을 적용한 현재 관세·보조금 수준은 WTO 차기 협상 시까지 유효하다. 미국도 다양한 경로로 현행 관세나 보조금에는 영향이 없고 차기 WTO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차기 협상 시기 시점 미정이라는 이유로 농식품부는 어떠한 대책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법에 따른 일방적 보복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고, 향후 협상 재개 시 관세 감축에 따라 수입산 농식품의 역습이 예상되는 부분이지만 아직까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 국장은 “개도국 지위가 상실되더라도 우리 농업 피해가 발생되는 부분이 없어 농식품부에서 딜레마에 있다. 때문에 이런 논의를 계기로 농업분야의 패러다임 자체를 선진국형 체제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면서 “(개도국 지위는) 당연히 포기하기 싫지만 국제 정서를 살펴보면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든다.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하겠지만 통상 사정 상 지위가 상실될 경우 우리 농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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