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③:쌀(米)-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7)
식재료 이야기③:쌀(米)-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09.30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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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개념 무너져 쌀 소비 감소…1인당 61㎏
면·빵 등 가공 적성 높이고 맛·향 다양화해야

작년 연간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61 kg이라고 한다. 10년 전 76 kg에 비해 크게 줄었고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는 50 kg 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우리 국민의 주식(主食)은 더 이상 쌀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 ‘식량벨트’가 존재했었다. 각자가 살던 지역에서 기후와 토양에 가장 맞는 곡식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 변화로 다양한 식량이 지구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고 식량 생산에는 국경이 있지만 식탁에는 국경이 없는 시대가 됐다.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돼 돈만 있으면 식량벨트를 뛰어넘어 쌀, 밀, 콩 등 곡식과 고기를 얼마든 살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인류는 국가별, 인종별 주식(主食)의 개념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쌀이 주식인 나라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쌀을 연간 61 kg, 밀을 33 kg 먹고 있긴 하지만 그 격차가 급속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쌀(米)은 야생에서 자라다가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고, 이후 동남아시아와 인도, 네팔에도 확대되었다고 한다. 쌀은 화분과(禾本科)에 속하며, 초장(草長)은 1m 내외다. 벼 알은 겉껍질과 안 껍질이 서로 포개져 있는데 탈곡으로 벗겨 낸 쌀알을 현미(玄米)라 하며, 그 껍질을 왕겨라 한다. 그리고 쌀 전분의 찰기에 따라 멥쌀(粳米)과 찹쌀(儒米)로 나눈다.

쌀의 영양성분은 도정 정도와 수분함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미는 수분함량 15.5%를 기준으로 100 g당 당질 75.5 g, 단백질 6.8 g, 지질 1.3 g, 회분 0.3 g, 조섬유 0.3 g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정을 덜한 현미의 경우 겨층과 호분층에 단백질, 지질, 섬유질 및 회분 등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무기질, 비타민 함량이 백미보다 2~3배 높다. 그리고 쌀은 다른 곡류에 비해 소화 흡수율이 높다. 또한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옥수수, 조, 밀가루보다도 약 2배 정도 높은 라이신 함량을 갖고 있다. 쌀의 건강 기능성으로는 콜레스테롤 저하, 항산화, 혈압 조절, 당뇨 예방 및 다이어트 효과 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쌀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영양, 맛,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탄수화물원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사람들은 반대로 쌀을 비하하고 흠집을 내고 있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쌀에 포함된 무기비소의 위험성을 자주 언급한다.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이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제한적 섭취 권고지침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 조차도 품종 간 텃새가 있다. 중국산 등 수입식품은 나쁘고 국내산, 로컬푸드만 좋다고 떼쓰는 것처럼, 쌀도 길쭉한 장립종인 인디카종, 소위 안남미는 나쁜 쌀, 우리의 차지고 짧은 단립종 쌀인 자포니카 종은 좋은 쌀로 여긴다. 사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90%는 찰기가 없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에 좋고, 달라붙지 않아 손으로 먹기 좋은 안남미를 선호한다. 차진 쌀은 우리나라를 위시한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만 인기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이미 전통, 신토불이에 대한 충성심이 많이 약해져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워낙 다양하고 풍요로운 먹거리의 시대에 살다보니 주식이 고기인지 곡물인지, 쌀인지 밀인지도 모른다. 99% 이상을 수입하는 밀을 위시한 소위 수퍼푸드로 불리는 곡물들이 넘쳐나는 데다가 국내산 쌀 가격은 다른 곡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 쌀은 밥이나 떡, 막걸리 정도 만드는데 쓰이고 있는데, 그나마 대부분이 내수용이다. 수출은 가격 때문에 꿈도 못 꾼다.

기껏 생산자들이 비교우위로 내세우는 것이 ‘쌀의 건강기능적 우수성’이다. 음식에 건강기능성이나 약식동원(藥食同原)을 운운하며 효능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탁상논리로 쌀의 무덤을 더욱 더 깊게 파는 일이다. 쌀은 가격경쟁력은 고사하고 면, 파스타, 빵, 제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밀에 비해 가공 적성 또한 떨어져 애국심을 제외하고는 쌀을 주식으로 각인시키며, 먹게 할 유인책이 없다고 봐야 한다. 쌀 소비를 늘이려면 일본의 패트병 쌀처럼 판매단위도 줄이고 색깔과 문화를 넣고 다양한 가공식품에 원료로도 사용돼야 한다. 농진청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품종도 만드는 중이고 고품, 대보, 미품, 삼광, 수광, 영호진미, 예찬, 운광, 진광, 진수미, 청품, 칠보, 하이아미, 현품, 해담, 해들, 해품, 호품 등 18가지 최고 품질 쌀을 선정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으나 쌀의 맛과 향이 더욱 다양해져야 하며, 변신 또 변신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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