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망과 비전] ‘식품 사기’ 예방 땐 공정한 경쟁 활성화·안전관리 신뢰 회복
[특별기고:전망과 비전] ‘식품 사기’ 예방 땐 공정한 경쟁 활성화·안전관리 신뢰 회복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9.10.0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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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원산지 둔갑·유통기한 경과품 판매…안전 위협하지 않으면서 이익 취득 세계적으로 40조 규모
산업진흥과 안전관리의 상생·조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도전③
식품안전정보원 이주형 정책연구본부장
△이주형 본부장
△이주형 본부장

지난 2018년 9월, 한 수제 쿠키 전문점이 타사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SNS에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들어, 유기농 수제 쿠키 사건처럼 리스크의 가능성이나 심각성은 낮지만, 국민적 공문을 사는 식품안전 이슈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부정·불량 식품의 취급 동기가 경제적 이익으로 그 자체가 식품안전을 위협하지 않기에 소비자가 품질저하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적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보건·식품안전총국(DG-SANTE)은 매년 세계적인 식품사기의 피해규모가 40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타사 제품・영업 방식의 모방 및 베끼기, 유통기한을 넘은 식품을 판매, 농수축산물의 원산지를 유명 산지나 국내산으로 둔갑, 중량이나 신선함을 속이기 위하여 저질 재료·금지성분 등을 혼입하여 제조, 고객이 먹다 남은 식품을 재사용하여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시장 교란행위가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교란 행위는 안전의 영역이 아닌 안심의 영역이자,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될 여지가 많은 사안이다. 식품시장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규제를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이러한 신뢰 붕괴는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식품 사기의 확산은 세계화된 식품 공급망의 복잡한 특성과 경쟁에 살아남기 위하여 값싼 식품을 제공하려는 경제적 동기에서 출발한다. 결과적으로 식품사기가 만연하면 식품안전에 대한 국가의 신뢰는 하락하고, 기업은 손해를 입으며, 소비자는 안심하고 식품을 구매할 수 없는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즉, 식품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지만, 소비자의 신뢰는 낮은 역설의 상황이 발생한다.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식품과 자유로운 거래는 식품시장의 필수요소이고 국민의 건강과 복지 및 사회적, 경제적 이익에 크게 이바지한다. 식품사기(Food Fraud)를 예방하는 것은 공정경쟁을 통한 식품시장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가의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식품시장 교란행위에 대응하고자 식품사기 제도를 운용 중이다.

EU ‘공적 통제 협력 프로그램’ 마련 식품사기에 신속·체계적 대응
높은 수준 식품 안전 유지,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기업 경쟁력 강화

식품사기의 가장 큰 해악은 시장 효율성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식품사기는 식품 생산자의 품질 유지 및 향상 노력을 저해한다. 다시 말해, 정직한 생산자가 비용을 들여 고품질의 식품을 취급하더라도 올바른 시장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는 고질적 상황이 출현하게 된다. 식품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사기행위자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한 저질식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정직하게 품질의 유지·향상에 노력하는 기업은 노력과 비용에 비해서는 매출이 좋지 않고, 낮은 이윤으로 어려움을 겼게 될 것이다. 부정식품과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한 식품이 시장에 혼재하면 품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될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요도 감소한다. 올바른 식품을 만들려는 생산자는 자취를 감추고 저질식품이 만연한 수준 낮은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식품시장에서도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이 발생하게 된다. 품질향상을 통한 공정경쟁이 아닌 베끼기, 포장 갈이, 저가원료 혼입, 가짜 생선이나 식육 판매 등이 판치게 되어 식품시장의 왜곡 현상이 장기화・심화하면 단합이 형성된다. 이러한 단합 분위기 속에서 사업 손실을 부정한 방법으로 회복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되고 왜곡된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들도 다 그러니까 나도 괜찮다는 자기 정당화가 만연하게 된다. 정직한 생산자와 식품 스타트업이 식품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짐에 따라 성공사례의 비율이 급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식품법의 목적은 국민이 건강·안전하게 식생활(食生活)을 영위하도록 위해(危害)를 방지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 목적에 따라 국민의 식품안전을 위해 불량식품을 척결대상으로 선정하고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식품 관련 법령을 고의·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위반 이력이 있는 식품·축산물·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등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식품법상 법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의약용어집에 따르면 부정·불량식품을 “식품의 제조, 가공, 유통 등의 과정에서 식품위생관련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생산·유통·판매되는 식품으로, 질(質)이나 상태가 좋지 않아 식품 섭취 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식품법은 위생상 리스크에 집중되어 관리가 진행되다가 보니 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의 가능성이나 심각성은 낮고 공급자가 고의로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까지도 공중보건의 문제로 치부하고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 계란관련 이슈가 세계를 강타하였다. 문제의 시발이었던 EU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더욱 논란이 일었다. EU는 이 사건을 공중보건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고의의 식품사기로 보고 식품사업자 책임으로 일단락 지었다. 반면에 우리는 건강의 문제로 받아들여져 국가의 책임문제로 보고 국민적 갈등으로 확산되었다. 똑같은 사안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본 것이다.

식품사기에 대해 유럽연합의 발 빠른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우선, EU 공적통제를 위한 협력관리프로그램(EU Co-ordinated Control Programmes)을 마련하고 식품사기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최초로 말고기를 중점점검 대상으로 선정하고 다진 고기나 육류 제품에 식품라벨에 없는 말고기가 혼입되었는지와 금지된 페닐부타존(phenylbutazone)이 말고기에서 검출되는지 2가지를 집중적으로 단속하였다. 이후 생선, 꿀을 중점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2017년에는 품목이 아닌 온라인 식품사기를 관리하기 위한 규칙 등을 신설하였다. 이외에도 2016년 미허가의약품이 처리된 베트남 해산물 사건, 표시와 달리 땅콩을 헤이질럿으로 대체한 사건, 2017년 살충제(피프로닐) 계란사건, 2018년 가짜 참치사건, 2019년 유기농 식품사기 사건 등 모든 회원국과 관련 기관이 참여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였다.

둘째, 식품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한 사기 정보의 예방, 탐지 및 교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식품안전총국(DG-SANTE)과 각 회원국은 식품사기 네트워크를 신설하였고 수사 및 단속을 위하여 EU​​사기방지 사무소(OLAF)를 중심으로 각 회원국과 유로폴, 인터폴이 협력하고 있다. 셋째, EU식품의 표준물질관리, 품질분석, 분석기법 마련 등 과학적 분석을 위하여 JRC F(Joint Research Center Geel)에서 위변조를 분석할 표준물질(Reference Materials)을 구축하고 JRC F와 식품안전청(EFSA)이 위변조 및 품질분석을 시행하며 식품 사기 및 품질에 대한 지식 센터(JRC - Knowledge Centre for Food Fraud and Quality)를 통하여 사기정보와 관련된 정보들을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유사한 포장재로 판매된 식품의 구성과 특성을 비교·분석하는 식품의 이중품질(Dual quality of food) 방법론을 개발하였고 작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EU는 식품사기 제도를 활용하여 시장 관행의 정화를 통하여 EU 식품의 대외적 브랜드 이미지제고와 품질관리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식품안전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여 EU 시민의 신뢰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국내선 사후 수단 의존…불법 행위에 소송 통한 사법적 해결 어려워
기업보다 국가에 전가 경향…법령에 ‘경제적 위해’ 설정 경각심 필요

왜 형법상의 사기죄를 활용하지 않고 많은 국가가 식품사기를 신설하여 운영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가질 수 있다. 우선 경찰과 검찰 등도 역시 인력과 예산을 안배하는 측면에서 큰 사기 사건에 집중하다 보니 식품관련 사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또한, 푸드체인 전반에 걸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식품산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단속하기 어렵고 과학적 분석을 위한 표준물질 구축 및 분석 등 식품과학적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의 인력으로만은 어렵고 모든 국가가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이 중심이 되어 범정부적으로 협력하여 관리한다.

우리나라도 식품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EU​​사기방지 사무소(OLAF)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불량식품근절추진단이 국무총리훈령(불량식품 근절 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운영하고 있다. 표준물질의 구축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JRC F와 EU 식품안전청의 역할인 위변조 분석 등을 위하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를 중심으로 한국법 생물연구회를 발족하고 법생물 DNA 바코드 DB를 활용 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리체계는 수사 및 단속과 같은 사후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으며, 품질관리를 촉진 등 식품시장 활성화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식품안전규제에 상당한 변화가 요구된다. 먼저 식품에 대한 안전위험과 경제적 위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부정·불량식품이 식품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우리의 식품법은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법제처(생활법령정보 백문백답)가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부정식품과 불량식품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러한 문제는 식품안전법령에서 경제적 위해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고 관련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재정적 이득을 위해 고의로 소비자를 기망하여 식품법을 위반한 경우, 이를 식품사기라 정의한다. 그러므로 구성요건은 식품법 위반(Violation of Food Law), 고의/의도(Intention), 경제적 이득(Economic Gain), 소비자 기망(Deception of Customers) 4가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 식품안전법령은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책임성 확보가 미흡하다. 고의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기망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이나 대응방안이 부족하다. 영미법계 국가와 달리 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통한 사법적 해결이 어렵다. 국가주도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다 보니 식품 사고나 이슈가 발생하면 위반기업보다 국가에 책임이 전가되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규제는 소위 경제활동에 있어 게임의 규칙이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의 내용과 그에 따른 판단의 공정성이다. 지킬 수 없는 규칙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경기자에게 제대로 된 벌칙을 주지 않는 것도 게임을 망치는 일이다. 식품시장이라는 게임 속에서 식품사기를 벌이는 생산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다른 생산자들도 식품사기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규제는 식품사업자에게 부담되지 않아야 하지만 적어도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식품사업자에게 만큼은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합의다. 이를 위해 식품사기에 대한 규정 마련과 함께 식품사기 행위자에 대한 사후적 규제도 강화되어야 한다. 공정한 식품시장을 파괴하는 행위가 지속되면 식품산업이 침체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된다. 결국,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도가 함께 낮아진다. 국민은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회복을 위해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한 규칙으로 작동한다. 식품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식품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식품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제도입이 시급한 이유이다.

산업진흥과 안전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식품규제라는 열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동북아 식품시장 형성을 위한 규제의 시장 창출 기능을 논했고, 두 번째로 규제의 혁신유발 기능을 규제샌드박스와 공유주방 사례를 통해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고의로 부정・불량 식품을 취급하는 관행을 혁파하고 공정한 식품시장을 만들기 위한 식품안전규제의 역할에 관해 설명했다. 식품안전규제의 역할은 분명하다. 식품안전규제는 새로운 식품시장을 형성하고, 시장 내에서 혁신을 유발하며,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산업진흥과 식품안전의 조화를 위하여 식품안전규제라는 열쇠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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