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김치 규격’ 업계 요구 반영한 개정 시동
‘코덱스 김치 규격’ 업계 요구 반영한 개정 시동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10.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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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변화·소비자 니즈 충족 위해…공청회 개최

지난 2001년 김치의 국제규격(CODEX) 인정 이후 국제 식품 시장의 변화 등에 따라 김치 수출 확대와 산업 진흥을 위한 산업계의 국제 규격 개정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국제 규격화를 위한 기술지원사업을 수행하며 규격심사 단계별 대응논리 개발과 규격 내용의 과학적 제시를 위한 시험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로 2001년 6월에 개최된 제24차 CODEX 총회에서 김치규격안은 CODEX 김치규격으로 최종 심의 결정됐다.

△국제 규격 개정의 첫걸음으로 산업계의 수요 반영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30일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한국식품연구원과 세계김치연구소의 주관으로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사진=황서영 기자)
△국제 규격 개정의 첫걸음으로 산업계의 수요 반영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30일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한국식품연구원과 세계김치연구소의 주관으로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사진=황서영 기자)

2001년 당시 결정된 CODEX 규격상 김치는 ‘다양한 품종의 배추(Chinese cabbage)와 기타 채소들을 이용해 저온에서 발효시켜 광물성 불순물 0.03%이하, 염도 1.0~4.0%, 총산도 1.0% 이하의 붉은 색을 내고 아삭한 씹힌 맛이 나는’ 식품이다.

그러나 기존 국제규격이 글로벌 식품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엔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와 김치 수출증대 및 국제적 상품가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이에 국제 규격 개정의 첫걸음으로 산업계의 수요 반영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30일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한국식품연구원과 세계김치연구소의 주관으로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차이니즈 캐비지→김치 캐비지로 용어 바꿔야
산도 기준 1.2%로 높여 다양한 제품 개발 필요
농식품부 “수요 파악…개정된 표준으로 수출 지원”

△정찬민 사무관(사진=황서영 기자)
△정찬민 사무관(사진=황서영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정찬민 사무관은 김치의 CODEX 국제 규격 및 개정 수요에 대한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김치의 국제규격화는 채소발효식품으로는 유일한 국제규격으로 아시아 국가 최초의 고유 명칭에 의한 코덱스 규격이며, 김치 종주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된다”라며 “국제규격화에 따라 김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수출이 증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번 개정 시도 또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 사무관에 따르면 국제 규격화에 따라 1997~1999년 규격화 초기단계에 대일본 김치 수출이 200% 증가했으며, 2001~2012년 연간 269억 원의 수출 증대 효과와 일본 내 한국산 김치 브랜드 가치가 146억 원 상승(590억→736억 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재호 소장(사진=황서영 기자)
△하재호 소장(사진=황서영 기자)

반면 국제 규격의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이는 권장 규격으로서 강제성이 없으며, 경영자 및 관리자의 관심이 낮고 추가비용 부담의 오해 등 규격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정 사무관의 설명이다.

정 사무관은 “김치의 국제규격에 대한 적극적인 국내외 홍보를 통해 해외 바이어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비관세 장벽 완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생산·수출업체 대상 국제 규격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단기 교육 과정을 개설해 이에 대한 인지도 이해도 제고 및 규격 효과를 홍보하며, 국제 식품박람회에서 규격과 연계한 홍보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세계김치연구소 하재호 소장은 국제 규격 개정 현황 및 개정 수요 성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김치 주원료인 배추에 대한 용어 정리를 새롭게 해야 한다. 현재는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age) 등으로 표기된 것을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로 변환, 병행 표기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조상우 상무(사진=황서영 기자)
△조상우 상무(사진=황서영 기자)

강조하며 “이를 위해 세계김치연구소는 국제 저명 학술지에 관련 연구 결과를 제출할 때 김치 캐비지 용어를 사용하는 등 국제적으로 명칭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설명했다.

풀무원의 조상우 상무는 국내 김치 제품의 수출입 현황 및 애로사항에 대해 발표하며 “타국 김치들과 경쟁하며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에 김치를 수출하기 위해 우리 김치는 ‘프리미엄 김치’를 표방하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조된 김치에 PGI 지리적표시제 인증 등으로 단순 절임식품인 코리안 ‘피클’과는 다른 고유명사를 가진 식품이란 것을 강조하고, 김치 산도 기준 1.0% 이하를 1.2% 이하로 확대해 다양한 제품이 개발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토 론

온도 지키면 산도도 유지…온도에 주안점 두어야
농가·업체 보호하는 ‘지리적 표시제’ 좀 더 숙고를
산-학-연 공동 제조 기술·용어 등 개정 모색할 때

토론에서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 유통 온도를 -1~-10℃로 유지해 줘야 유통시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온도가 유지되면 산도도 지켜지므로 온도 유지에 대한 개정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라며 “지리적 표시제는 국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와 업체를 보호하는 취지로 보수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근 동국대 교수는 “김치 CODEX 규격 인정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기 때문에 제조기술이나 용어 등 수정할 때가 됐다. 농도, 온도 등 용어표현에 있어 현재 식품과학이 사용하는 것으로 개정이 필요하며, 제조공정에 대해서는 상한선과 정도를 정하는 정도로 규정해 제품 개발 다양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위해 업체, 연구소, 대학 등이 모여 규격 개정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기관과의 공조로 미래 식품인력들이 양성되는 대학에서 최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이로써 김치산업 인력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규격 개정을 위한 규격 사용 용어 및 공정기준 제개정, 지리적표시제 인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황서영 기자)
△토론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규격 개정을 위한 규격 사용 용어 및 공정기준 제개정, 지리적표시제 인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황서영 기자)

청중으로 참석한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규격상 산도, 염도, 온도 등에 대한 공정상 기준은 제품 간 차이로 인정해 과감히 삭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세계인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이 개발된다면 수출 확대 효과도 증대될 것”이라며 “지리적 인증제에 대해서도 물론 이러한 인증제도가 우리 김치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산 농산물 사용 등 국내 중소기업에 있어 수출과 인지도 확대에 높은 허들로 작용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CODEX 김치 규격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기 위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내년 중 CODEX 가공과채류분과에 개정을 제안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종주국으로서 식품의 국제기준인 CODEX에 김치 규격을 2001년 성공적으로 제정한 후 국내 식품업계의 현실과 요구를 반영하는 개정 노력이 미흡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면서 “이번 공청회를 통해 김치 CODEX 규격 개정 수요를 파악하고 새롭게 개정된 국제표준을 제공하는 등 우리 김치의 세계시장 확대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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