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④:밀(小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8)
식재료 이야기④:밀(小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7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0.07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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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식…1인당 소비 33kg으로 쌀의 절반
단백질 함량 높아…자급률 1%로 대부분 수입

미국이나 세계 어느 나라든 GMO 밀이 검출, 확인됐다는 뉴스가 뜨면 항상 반복되는 일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내려지는 밀(wheat) 수입금지나 잠정유통판매중단 조치다. 최근에도 지난 7월 12일 美 워싱턴 주 휴경지에서 미 승인된 GMO밀(MON 71300)이 확인돼 국내 미국산 밀과 밀가루 수입이 금지됐다. 얼마 전 MON 71800이 발견돼 수입 금지된 지 한 달 새 두 번째 금지조치다. 이들은 모두 美 몬산토社가 개발한 ‘농약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내성을 갖는 유전자변형 밀’이다. 지난 2013년에도 美 오리건주에서, 2014년 7월에는 몬태나주에서 미승인 유전자재조합(GMO) 밀이 발견돼 미국산 밀 수입이 금지되는 등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2013년 6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밀에 대해 GMO 검사를 실시 중이며, 지금까지 단 한 건도 GMO 밀이 통관 시 검출된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현재 GMO는 콩(50%), 옥수수(31%), 면화(14%), 캐놀라(유채, 5%) 등 4개 작물이 전 세계 상업적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밀과 쌀은 인류의 주식이라 상업적 재배와 유통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금지되어 있어 우리나라 시장에도 당연히 없고 없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밀 자급률이 1% 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밀가루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만 수입하고 있다. 이 중 美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서 수입하고 있는 물량이 전체 원료 수입 밀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밀(小麥, wheat, Triticum aestivum L.)은 줄기가 뭉쳐나고 곧게 서며 높이가 1 m 정도로 보리보다 빳빳하다. 밀의 뿌리는 보리보다 더 깊이 들어가 수분과 양분 흡수력이 강해 가뭄이나 척박한 땅에도 잘 견딘다. 밀은 농업의 기원과 더불어 재배되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식량작물인데, 주로 온대 지방의 밭에서 재배된다. 세계 밀 재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보통 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카프카스에 이르는 지역, 특히 카프카스 남부인 아르메니아 지방이 그 원산지로 추정된다. 1립계는 터키, 즉 흑해 연안이 원산지인 데 반해 2립계는 종에 따라 이집트, 알제리, 에티오피아, 지중해 북안, 이란 고원, 카프카스 등 다양한 곳에서 재배된다. 주로 기후에 따라 심은 밀의 종류가 결정되는데, 겨울 밀은 봄밀보다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되며 일반적으로 가을에 심고 이듬해 봄이나 여름에 수확해 봄밀보다 수확량이 많다.

밀은 서부아시아와 이집트의 경작민이 이미 만년에서 만 오천년 전부터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며 기원 전 2천 년 경 인도에 전래됐고, 버마를 거쳐 중국에 들어갔으며, 추운 지역인 투르케스탄, 몽고를 거치며 전래를 이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경주시 반월성지에서 개화된 소맥 립이 나왔고, 부여읍 부소산의 백제 군량고의 유적에서도 탄화된 소맥 립이 발견됐는데, 밀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밀가루는 제빵용, 제과용, 제면용 등 용도별로 구분하기도 하고 단백질 함량에 따라 강력분, 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눈다. 또한 밀가루의 회분 함량과 색상에 따라 1 등분, 2 등분, 3 등분 및 말분으로 구분된다. 밀가루의 등급이 떨어질수록 단백질 및 회분 함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겨 층의 혼입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제빵용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과자용은 낮으며, 국수용은 중간 것을 주로 사용한다. 밀의 100g 당 탄수화물 함량은 75~76g으로 쌀과 비슷하나 단백질 함량이 10.6g으로 6.8g인 쌀에 비해 높다.

다행히도 지난달 미국서 발견된 GMO 밀인 MON 71800은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았음이 확인된 직후 하루 만에 수입금지가 해제됐고, 이번 건은 식약처 수거 검사결과, 미승인 GM 밀이 검출되지 않아 해당 제품의 잠정유통판매중단 조치가 사흘 만에 해제됐다고 한다. 이런 수입금지와 해제가 반복되면 업계에서는 검사 비용도 비용이지만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돼 밀가루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밀은 이미 우리나라 국민 주식이라 봐야 한다. 작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61 kg, 밀이 33 kg 정도이니 이미 밀가루로 쌀의 절반 이상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판 중인 밀가루는 GMO와 관련이 없으나 몬산토와 같은 생명공학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농약 글리토세이트 저항성을 갖는 GM 밀을 연구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이 다른 곡물에 혼입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미국이나 캐나다산 미승인 GM 밀 오염사태로 제2의 주식으로 이미 자리 잡은 밀가루 음식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인류가 일 만 년 이상 먹어오면서 안전성을 검증한 먹거리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하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밀가루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마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 사람들은 지금 모두 정상이 아닐 것이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양과 방식으로 잘만 사용하면 밀이고 쌀이고 모든 음식이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이 될 수 있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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