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⑤:마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0)
식재료 이야기⑤:마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0.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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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으뜸 향신료…공급 늘어 농업 경쟁력 제고 과제

올 여름 마늘이 풍년이었다. 공급 초과로 가격이 하락해 정부와 생산자 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 수매를 해 주거나 마늘 소비촉진 판촉 행사를 열었다. 마늘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해 마늘 수매 규격을 완화해 주고 수매 물량도 늘이고 가격까지 높여 달라고 난리가 났었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토마토와 오레가노는 이태리 음식을 만들고, 와인과 타라곤은 프랑스 음식을, 사우어 크림은 러시아 음식을, 레몬과 계피는 그리스 음식을, 간장은 중국 음식을 만든다. 그러나 마늘은 음식을 맛있게 만든다.”라는 음식 관련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렇듯 마늘은 음식의 맛을 내는데 역할이 크다. 특히 마늘 냄새는 한국인의 냄새로 불릴 만큼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식재료의 으뜸이다.

마늘(garlic)은 백합과의 여러 해 살이 풀로서 속이 빈 원기둥꼴에 잎은 가늘고 길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900년경 축조된 피라미드 벽면에서 피라미드 건설 때 동원된 노동자에게 스테미너 식으로 마늘을 먹인 기록이 있다. 기원전 1,550년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고문서에도 마늘이 허약한 사람과 두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마늘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알려져 지중해 연안으로부터 유럽으로 전파됐다. 16세기 초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18세기 후반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6세기 초 코티즈(Cortez)가 멕시코를 정복한 직후 현지에서 마늘을 먹었다고 기록한 것이 신대륙에서의 첫 기록이다. 중국에는 마늘이 기원전 2세기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진나라 때 문헌 ‘박물지’에 등장한다. 인도에도 기원전부터 이미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에는 2천 년 전 한반도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일본서기’(720)와 ‘본초화명’(918)에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는 마늘이 중국을 거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군신화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나온다. 삼국사기에도 산(마늘)의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 향약구급방에도 마늘이 재배된 기록이 있다. 1527년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산(蒜)은 마늘, 소산(小蒜)은 달래, 야산(野蒜)은 족지라 했고, 동의보감에서는 대산은 마늘, 소산은 족지, 야산은 달랑괴로 구분했을 정도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1930년 ‘조선농회보(朝鮮農會報)’에는 재배 품종으로 소형종인 마늘과 대형종인 오랑캐 마늘에 대한 기록이 있다.

마늘의 품종으로는 서산, 의성, 삼척, 단양, 영덕 등 다양한 재래종이 있는데 대부분 육쪽마늘이며 내륙이나 고위도 지방에서 재배된다. 마늘의 종류로는 벌마늘(쪽이 많은 난지형), 육쪽마늘(쪽이 6~8개인 한지형), 올마늘(조생종), 백마늘, 통마늘, 쪽마늘, 깐마늘, 암마늘, 숫마늘(꽃장대가 있는 마늘), 장손마늘 등이 있다.

마늘은 강한 향기를 가져 향신료로서 쓰이며 아마노산의 일종인 알라인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생마늘은 그대로 씹거나 자르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효소 분해가 일어나 알라인이 알라신으로 변해 강한 냄새를 낸다. 마늘은 중국요리에도 널리 사용되는데, 건조분말로 요리나 육가공품 제조에 쓰이며, 구워 먹기도 한다. 또 마늘의 연한 꽃줄기는 고추장속에 넣어 보관했다가 반찬으로도 사용하고 아직 여물지 않은 마늘은 설탕, 초,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마늘은 비타민C가 많고 체온 보호효과가 있으며 살균효과도 크다. 그 외 유지의 산화를 막아주는 항산화제 역할도 한다.

특히 마늘은 보관 중 녹색으로 변하는 녹변현상이 일어나는데, 몸에 좋지 않은 위험한 물질이 아닐까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다. 사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마늘이 싹을 틔우기 위해 엽록소를 모으는 과정 중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조직 내 효소반응이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農業)은 변해야 한다. 농업도 산업(産業)이기 때문이다. 마늘 뿐 아니라 모든 국내산 농수축산물은 너무나 비싸다. 언제까지 농민들에게 보조금 지원해가며 농업을 할 것인가? 풍년이 들어 공급이 넘쳐 가격이 떨어져도 제값을 쳐주고 흉년이 들거나 병에 걸려 죽어나가도 보상해준다. 당연히 소비자에겐 혜택도 없다. 풍년이 되도 공급량을 줄여 가격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아직도 우리 정부가 글로벌 농업 개방의 시대에 역행해 우리 농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나랏돈에만 의존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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