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⑥:돼지고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2)
식재료 이야기⑥:돼지고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1.0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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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이후 중국 가격 상승-국내는 하락…위기 소통 미흡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올해 말까지 中國 전체 사육 돼지의 절반이 폐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 값이 1년 새 약 70% 급등하면서 물가에 비상이 걸려 난리라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돼지고기 값은 ASF 이전보다 오히려 훨씬 더 떨어졌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돼지열병 의심신고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접수된 지난달 9월 17일 돼지고기 1kg의 도매가격은 전날 4,693원에 비해 33.5% 상승한 6,268원으로, 확진된 다음 날에는 6,576원까지 오르면서 절정을 보였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부의 도축량 확대 공급정책과 맞물려 돼지열병이 주춤하면서 돼지고기 수급도 안정됐고, 우리 소비자들의 불안감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해 10월 25일 기준 돼지고기 1kg의 도매가격은 2,716원으로 오히려 ASF 발생 이전보다도 더 저렴해졌다고 한다.

돼지가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2천 년이 넘었는데, 돼지는 고조선 시대에 이미 가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의 고구려 동명성왕 탄생설화에도 등장한다. 정육 즉 살코기 뿐만 아니라 털, 가죽, 내장, 혈액(선지), 뼈, 지방, 힘줄, 머리, 족, 꼬리 등 부산물도 활용도가 높아 돼지는 한 마디로 버릴 것이 없는 가축이다. 돼지고기를 활용한 햄, 소시지 등 2차 가공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돼지콜레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출혈성급성열성돼지전염병’이다. 중국을 위시해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매우위험(high risk) 국가로 분류됐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1957년 오염된 기내식이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을 통해 유럽에 상륙, 농장의 돼지 먹이로 제공되면서부터 발생했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과 프랑스로까지 확산되며 30년 간 유럽 각 나라를 괴롭혔다. 그러다 2018년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아시아 최초로 ASF가 발생했고, 이후 중국 전 지역,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 경기 북부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이 ASF가 위협적인 이유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어 감염된 돼지의 치사율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돼지과 동물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가축에게는 전염되지는 않아 안심해도 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상반된 돼지고기 가격의 원인을 생각해 봤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문제, 식품에 대한 인식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소비자들은 ASF가 발생해 그 나라 돼지의 절반이 살처분 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딸리는 것이다. 소고기도 있고 닭고기도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정말로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ASF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내 몸을 망치고 생명을 위협한다면 입맛이 당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소비자들은 아직도 돼지에게만 병을 일으키는 ASF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는 돼지고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고, 반면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는 10~20%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품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언론은 언론대로 시청률을 의식해 아직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팩트보다는 공포와 관심을 유발하는데 초점을 맞춰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 또한 대책이나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부의 정책과 보도내용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를 발표하는 정부를 소비자들은 아직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 말라카잇그린사건, 계란 살충제 사건 등등 안전 당국의 엇박자 행정과 안전문제 발생 시 감추기 또는 축소 논란을 기억하는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정부가 하는 이야기에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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