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갈색 페트병 맥주’ 존폐 기로
세계 유일 ‘갈색 페트병 맥주’ 존폐 기로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11.06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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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 따라 무색으로 바꿔야

오는 연말부터 재활용이 힘든 기존 갈색 맥주 페트병을 퇴출해야 해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음료·주류업체들은 페트병 생산 시 무색만 사용해야 한다. 색상 이외에 페트병 재활용 비용을 증가시키는 종이라벨 사용이나 몸체에 대한 직접 인쇄 등도 제한되며, 라벨의 접착제는 비접착식 라벨을 사용하거나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계도기간은 9개월이다.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재활용이 힘든 기존 갈색 맥주 페트병을 퇴출해야 해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DB)
△오는 12월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재활용이 힘든 기존 갈색 맥주 페트병을 퇴출해야 해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DB)

이에 음료업계는 일찌감치 기존 유색 페트병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에는 일반 사이다보다 탄산이 강한 ‘스트롱 사이다’를 선보이면서 아예 무색 페트병으로 출시했으며 지난 3월 초록색 페트병을 사용하던 ‘밀키스’ 용기를 투명으로 바꿨다. ‘칠성사이다’ ‘트레비’ ‘마운틴 듀’ 등은 교체를 위한 안전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 역시 올 초부터 ‘씨그램’ ‘스프라이트’ 페트 제품을 투명으로 바꾸고, 이후 출시된 ‘씨그램 THE 탄산’도 투명 페트병으로 내놨다. 라벨도 비접착식 라벨로 순차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 웅진식품도 지난 7월 탄산수 ‘빅토리아’를 친환경 패키지로 교체했다. 옥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고 이중 절취선을 적용한 에코라벨을 부착했다.

맥주업계와 마찬가지로 고민이 깊었던 소주도 초록색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참이슬’의 페트병 제품 4종을 모두 무색으로 바꿨고, 롯데주류 역시 ‘처음처럼’을 순차적으로 무색 페트병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맥주의 경우 현재로선 대체품이 마땅치 않아 환경부도 맥주 페트병을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다만 이는 유예기간일 뿐 연말까지 별도의 퇴출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음료·소주, 정부 시책 부응 투명 소재로 교체 중
맥주는 변질 우려…매출 20%로 비중 커 고심
환경 보증금, 캔 맥주 증량, 단종 등 다각 검토

aT에 따르면 올 1분기 맥주 소매판매액은 6971억여 원을 기록했으며, 유형별 매출을 살펴보면 캔(69.6%), 페트병(20.5%), 병(9.8%), 드럼(0.1%) 타입 순으로 나타났다. 2분기 또한 전체 맥주 매출은 8039억여 원으로 늘었으나 페트 제품의 매출 비중은 18.4%로 낮아졌다. 이처럼 페트 제품은 전체 시장의 20% 내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또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용량 발포주 페트병 제품까지 더하자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에 불구하고 단종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맥주 페트병을 변경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변질 문제 때문이다. 발효주인 맥주의 특성상 투명 페트병으로 바꿀 경우 제품 변질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판매 중인 페트병 맥주의 용기는 갈색 맥주 페트병은 3중막 복합재질로 나일론과 페트(PET)가 혼합돼 있어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일반 페트병과 달리 맥주 페트병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3중 구조로 돼 있다.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 차폐재를 넣어 외부 산소 유입을 막으며, 갈색으로 햇빛을 차단해 맥주의 주원료인 홉의 단백질 성분이 변하는 것을 방지한다.

국내 맥주 3사는 갈색 페트병을 없애는 정부 방침대로 따르며 환경 보증금 등이 정해진 이후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페트가 아닌 기존 캔맥주의 용량을 700ml대까지 키우는 등 생산 변경도 검토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패키지 변경에 따르는 이미지 제고, 비용 등에 따른 염려도 적지 않다. 특히 업계는 유색 페트병에 대한 추가 환경부담금이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통 주류가격은 출고가에 빈병보증금과 유통마진을 더해 산정되는데, 환경 보증금은 빈병보증금에 포함한다. 또 대용량 캔이나 유리병으로 바꾸면 올라갈 수 있는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페트병 형태의 대용량 맥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만 출시되고 있어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거나 무색 페트병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참고할 사례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 올 연말부터 전면 교체해야 해 업계는 예방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소연하며 생산라인 구축 비용을 생각하면 퇴출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페트병 맥주의 매출 비중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약 페트병 교체 비용이나 환경 보증금에 수지타산을 맞춰본 뒤 단종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환경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업계 입장에선 페트병의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 페트병 교체에 대한 영향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명 페트병과 맥주의 품질 변화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는 오는 12월 나올 예정으로, 환경부는 업계 협의, 연구 등을 거쳐 갈색 페트병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기한 등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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