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과 온도관리, 콜드체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3)
식품안전과 온도관리, 콜드체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1.11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선·냉장식품 등 생물학적 위해 사고 예방에 필수

해양수산부가 안전한 수산물 공급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소득 증대를 목표로 2022년까지 1,900억원을 투입해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수산물 저온유통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위판장, 도매시장에는 저온경매장을 설치하고, 냉장ㆍ냉동창고 등 저온유통시설을 확충하며 산지와 소비지 간 저온운송을 위한 냉장ㆍ냉동차량을 지원하는 등 어종별ㆍ유통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저온유통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도 새벽배송에 콜드체인 도입 목소리가 높다. 새벽배송의 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는 물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컬리는 e-commerce 업계 최초로 식품전용 냉장·냉동창고를 구축했다. 품목별로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체인시스템도 갖췄다고 하는데 신선식품이 포장부터 문 앞 도착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관리시스템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여름철이 되면 온도와 습도가 높아 상온에 노출된 식품은 부패하기 쉽고, 세균성 식중독 또한 많이 발생한다. 특히 냉장, 냉동하거나 가열하지 않고 생(raw)으로 섭취하는 음식은 상해서 버리거나 잘못 섭취 시 식중독을 경험하기 일쑤다. 식품에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존재한다. 그 중 온도에 민감한 것이 바로 생물학적 위해요소인데,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식품원료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으며, 작업장, 종업원, 제조․가공과정에서도 오염될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9월 전국 55개 학교에서 2,207명의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냉동 초코케익이 원인이었는데, 환자 가검물, 보존식, 완제품, 원료 난백액에서 모두 유전자 지문 유형까지 동일한 살모넬라 톰슨균이 검출됐다. 수 년 전 충암고 발 불량 급식사건도 있었다. 학생들의 먹거리를 담보로 원산지 허위표시, 비위생적인 저질급식 제공 등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축산물이나 수산물을 냉동차량이 아닌 일반 탑차나 트럭으로 실어 나르거나 신선식품을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광경이 쉽게 목격될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의 낙후된 식품 유통구조가 제대로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식품안전 문제는 대부분 원료 유래다. 원료 식자재는 유통단계에서도 교차오염 또는 생물학적 위해요소가 증식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적절한 온도에서 유통시켜야 한다. 결국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원재료 관리부터 유통단계별 관리까지 빈틈없는 온도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콜드체인 같은 ‘정온물류관리’가 유통 상 안전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냉동차량을 확보하거나 정온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과정상 식자재의 변질이나 오염으로 인해 언제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 또한 90% 이상을 물류센터나 보관창고는 꿈도 꾸지 못하는 중소 유통업체가 점유하고 있어 더욱 더 우려가 크다.

냉동식품은 냉동상태로, 냉장식품은 냉장상태로 보관·유통되지 않으면 오염된 세균이 급격히 증식할 수 있어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보관온도가 낮을수록 유통기한 연장효과, 식중독 발생 감소 등 편익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법적 냉장온도인 10℃ 보다 더 낮은 법적 냉장 보관온도가 제안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제조·유통업체 뿐 아니라 운반트럭도 ‘냉장·냉동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급식소에서도 해동 시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 또는 오랜 시간 보관하다가 급식하면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당장 냉장·냉동식품 콜드체인 유통시스템의 대대적인 도입 또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결국 식품의 유통기한과도 연동되는데, 냉장식품은 반드시 낮은 냉장온도가 뒷받침 돼야 유통기한 내 안전성이 담보된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보관온도 감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안전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하자는 것이고 과학적 온도감시자인 스티커형 ‘시간-온도 지시계(Time-Temp. Indicator, TTI)’를 식품포장에 도입해 냉장식품이 보관온도와 유통기한을 벗어나거나 냉동식품이 해동됐을 때 색깔 등으로 경고를 줄 수 있는 간편하고 객관적인 이중 감시장치의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불량먹거리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인 ‘콜드체인’이 신선 농수축산물 수요 확대, 전자상거래에 의한 배달산업의 성장과 함께 활성화길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