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페스트)의 역사와 중국에서의 발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4)
흑사병(페스트)의 역사와 중국에서의 발생-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1.18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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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초토화시킨 공포의 전염병…발생 지역 여행 주의를

중국에서 쥐벼룩을 매개로 전염되는 흑사병 환자가 발생해 전염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11월 13일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에 따르면, 네이멍구 자치구 시린궈러맹에서 최근 흑사병 환자 2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보건당국도 중국에서 흑사병(페스트) 환자 2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신속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재처럼 ‘관심단계’를 유지하기로 해 다행스럽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흑사병’(黑死病, plague, The black death)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열성감염병(전염병)인데 몸이 새까맣게 변하며 죽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흑사병은 세균인 페스트균을 보균하는 쥐나 다람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전파되는 인수공통 법정감염병이다. 이는 증상에 따라 가래톳 흑사병(bubonic plague), 패혈증형 흑사병(septicemic plague), 폐렴형 흑사병(pneumonic plague)으로 구분한다. 치사율은 30~100%로 매우 높으나 지금은 항생제가 개발돼 있어 치료가 용이하다.

중세 유럽에서는 1347년 흑사병이 처음 창궐해 유럽에서만 7,500만~2억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인류 최고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흑사병은 14세기에 중세 유럽 인구의 약 1/3인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인류 최대의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세 차례의 흑사병이 크게 유행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14세기 중세 발생했던 것이 가장 컸고 그 보다 앞선 로마시대에 지중해 지역에서 한 차례 유행했었고, 근래에는 1800년대 말 중국에서 발생해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발병 보고가 없다. 특히 요즘엔 마다가스카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2012년 총 256건의 흑사병이 발병해 이 중 60명이 목숨을 잃어 세계 최대 사망자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염병(傳染病)’은 인류의 역사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었다. 과거 항생제 등 의약품이 제대로 보급되기 못한 시절엔 그야말로 면역에 의존해 눈 뜨고 죽어 가며 하늘만 바라봐야 했었다. 또한 굿과 푸닥거리, 주술, 종교로 이겨내려 한 적이 많았다. 16세기 천연두는 유럽인들에 의해 신대륙으로 전파돼 중남미 아스텍 제국과 잉카 제국의 멸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는데, 흑사병은 반대로 아시아에서 전파돼 유럽 전역을 초토화가 시킨 사례로 알려져 있다. 원래 흑사병은 중국 서남부 운남지방의 쥐에게서 많이 발생했던 풍토병이었는데, 14세기 몽골군이 유럽을 침략하는 경로를 따라 아시아의 페스트균이 유럽으로 옮겨 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몽골군은 흑사병에 걸려 죽은 군인의 시체를 투석기에 담아 유럽을 방어하던 페도시아란 도시의 성벽 안으로 던져 넣어 일부러 흑사병을 퍼뜨리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실크로드(비단길)를 통한 상인들의 이동과 배를 통한 무역도 흑사병 전파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추정된다. 1347년 흑해에서 출발한 상선들이 첫 기항지인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 닿았을 때 흑사병 페스트균을 보균한 쥐벼룩이 기생하던 쥐가 부두에 묶인 밧줄을 타고 육지로 올라와 병을 퍼뜨리고 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흑사병은 최근 국내 발생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한해 2,500여명 정도가 걸리는 퇴치되지 못한 전염병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는 콩고,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모잠비크, 우간다 등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미얀마, 베트남, 인도, 중국, 몽골 등지에서 발생한다. 또 브라질, 페루, 미국 남서부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환자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증상으로는 1~7일(폐 페스트는 평균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두통, 전신 통증, 전신 허약감, 구토 및 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페스트 종류(림프절 페스트, 폐 페스트, 패혈증 페스트)에 따라 림프절 부종이나, 수양성 혈담과 기침, 호흡곤란, 출혈, 조직괴사, 쇼크 등의 임상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피부의 조직이 괴사가 돼 손끝, 발끝, 다리 쪽부터 피부가 까맣게 썩어들어 가는 증세를 보인다. 그래서 흑사병(黑死病)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는 세균성 질환이라 항생제가 개발돼 있으니 치료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페스트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중국 등 페스트(흑사병)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의 사체를 만지지 않아야 하며, 발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의심 환자와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페스트균에 감염돼도 조기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 치료가 되므로 유행지역 여행 뒤 발열, 오한, 두통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가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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