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북아 발효문화의 기원과 장(醬)문화에 관하여
[칼럼] 동북아 발효문화의 기원과 장(醬)문화에 관하여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19.12.0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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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2019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맞추어 개최된 한-아세안 발효음식문화포럼이 aT센터에서 성대히 열렸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발효음식들이 소개되었다. 이들 발효음식들을 보면서 동아시아 발효음식문화의 기원을 생각해 보았다.

동북아 발효음식의 기원은 기원전 6000년 전후에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규슈 북서해안, 즉 대한해협 연안에서 번성한 원시토기문화시대(Primitive Pottery Age)에서 유래하였다고 본다.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한반도 남해안과 규슈 북서해안의 선사유적과 조개무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만년 전후의 토기가 발견되고 있다. 토기의 사용은 물이나 젖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며, 젖은 음식을 담아놓으면 자연발생적으로 부패나 발효가 일어난다. 따라서 토기를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인류 최초로 끓임문화와 발효문화를 시작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발효음식 만주 일대 동이족 고조선서 중국으로 전파
두장 문화·어장 문화 모두 보유…발효문화의 발상지
식량안보연구재단 ’한-아세아 포럼’서 관련 책자 기증

오늘날 곡주, 김치, 젓갈 등 한국의 발효음식들은 기원전 6000년경에 이미 한반도 전역에서 만들어졌으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빵, 치즈, 발효유 제조와 동시대에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는 ‘고조선문명의 사회사(2018)’에서 아놀드 토인비의 농업의 시작으로 형성된 세계 6대 독립문명에 고조선문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고문헌 시경에 나오는 ‘요쥬천종(堯酒千種)'은 기원전 2000년경의 요나라에 천여종의 술이 만들어 졌다는 기록으로, 한반도(고조선)에서 유래한 곡주 제조법이 4000년 후에 중국의 다양한 술로 발전한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장(醬)문화의 기원은 콩의 원산지인 남만주와 한반도의 동이족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콩은 신석기말에서 청동기초(기원전 2000년경)에 동이족에 의해 처음으로 식용으로 사용되었다. 이 때는 이미 발효기술이 수천년 동안 이 지역에 정착된 시기이므로 콩의 식용과 동시에 장 발효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중국 고전 관자(管子)에 의하면 콩은 기원전 7세기에 동이족의 근거지인 남만주에서 중국으로 전래되었으며, 기원전 200년경에 시작된 중국의 한(漢)나라에 각종 콩 발효식품이 있었다는 기록을 보면 동이족의 장문화가 콩과 거의 같은 시기에 중국으로 전래되었다고 판단된다. 콩이 일본으로 전파된 것은 기원전 3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전파된 것은 4세기부터 시작된 중국 화교들의 동남아 이주와 함께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우 교수는 동아시아의 음식문화를 동북아의 두장문화권과 동남아의 어장문화권으로 구분하였다. 그중에서 한국은 전통적으로 두장문화와 어장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어 동아시아 발효문화의 발상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이번 한-아세안 발효문화포럼에 참석한 외국인 연사들에게 ‘콩스토리텔링(Soybean Storytelling, 2017)을 기증했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콩의 기원과 동북아 발효문화의 역사에 대해 국문판과 영문판을 합본하여 출간한 것이다. 동이족의 후예인 한민족이 동북아 발효문화의 기원을 이룩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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