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6)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2.0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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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과 느림의 미학…여건 맞춰 선택을

식약처는 지난 11월 1~15일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147곳을 점검해 식품위생법 위반 19곳을 적발했다. 위반 내용은 조리장 위생불량(14곳), 유통기한 경과원료 사용(2곳), 영업장 면적 변경 미신고(1곳), 보관기준 위반(1곳), 냉동제품 해동 후 재냉동(1곳)이었다. 안전 당국은 적발 업체에 행정처분을 실시했으며,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햄버거 업체 안전관리 강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소통·지원 강화, 조리기준 개정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요즘 패스트푸드에 대한 눈총이 따갑다. 한때 바쁜 현대인들에게 식사시간을 절약해 주고 한끼 식사로 충분한 열량을 제공해줘 고마운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고열량이라 정크푸드라 불리고 1회용 포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제는 먹고 살만해 여유를 찾고 과거의 향수와 식도락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슬로푸드’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패스트푸드(fast food)’는 매장에서 간단한 조리를 거쳐 빠르게 제공되는 음식을 말한다. 주문하면 즉시 제공되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는 서양에서 온 샌드위치, 햄버거, 닭튀김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김밥, 만두라 볼 수 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바쁘게 일하기 시작한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들어왔고 1980년대 중·후반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때 국내 관광산업과 함께 급성장했다. 패스트푸드는 간편하다는 장점과 젊은 층의 양식 선호 트랜드에 따라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 ‘핑크슬라임’(쇠고기 부산물에다 암모늄수산화물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 등 저질 식재료를 사용해 햄버거를 만들었던 것이 정크푸드라는 오명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선하고 고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는 조리 시간이 짧고 편리하므로 오히려 위생·안전 측면에선 나쁜 미생물의 번식 시간을 허용하는 슬로푸드에 비해 장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최근 슬로푸드가 떠오른다. 슬로푸드는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미국의 맥도날드가 진출하자 그에 반감을 가진 이탈리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대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 사회에 반해 삶의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라고 본다. 즉,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전통음식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즐기며 사람답게 살자는 취지가 있다. 이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현재 40 여개 국에 7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슬로푸드는 특정한 음식이라기보다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방식, 먹는 습관 등과 관련된 포괄적 개념이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천천히 생산한 것, 즉 인공적인 가공이 아니라 자연적인 숙성이나 발효를 거친 것,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배한 재료, 사람의 손맛이 깃든 것 등을 말한다, 게다가 슬로푸드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이른바 ‘여유롭고 느리게 살기 운동’이라고 봐야 한다.

패스트푸드, 슬로푸드 모두 좋은 것이고 일장일단이 있다. 여건이 맞을 때 선택하면 된다. 바쁜 현대인들은 항상 슬로푸드를 즐길 수가 없어 주말을 활용하면 되고 평일 점심 등 바쁠 때엔 패스트푸드를 즐기면 된다.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42%의 점유율을 보이는 햄버거였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친 웰빙 바람에 편승해 영양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강과 장수를 위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으로 전락되고 있다. 사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태생적으로 나쁜 음식이 아니다. 바쁜 현대에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우리의 김밥, 만두와 같이 고기, 채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에 각종 비타민, 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완전식이라 봐야 한다.

음식은 죄가 없다. 음식을 나쁘게 만든 건 바로 사람이다. 소비자는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패스트푸드 등 음식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 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균형되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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