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식품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7)
나노식품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2.0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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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적용 음료 등 프리미엄은 오해…국내도 규격 제정 예상

요즘 온 세상이 나노식품 열풍이다. 소비자들도 나노!, 나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는 정작 나노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냥 멋진 용어에 몸에 좋은 프리미엄인 줄로만 안다. 기업들도 미세한 분말이나 작은 입자로 구성돼 있기만 하면 그냥 ‘나노’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아주 작은 것을 말한다. 희랍어의 난쟁이를 뜻하는‘나노스(Nanos)’에서 유래돼 현재 과학계에서는 크기의 단위로 사용된다. 우리 선조들도 서양인 못지않게 과거부터 자세하게 물질의 크기를 세분화했었다. 10-6미터를 '미(微)'(작다)라고 불렀다. 그래서 1 μm 크기의 세균 등을 미생물(微生物)이라 불렀고 영어에서는 'fine'(미세하다)이라고 표현했다. 1 nm(10-9 미터)는 ‘진(塵)’(먼지)이라는 표현을 썼고 영어로는 ‘Nano’라고 불렀다.

이 나노는 1 나노미터(nano meter, nm)의 준 말인데, 10-9미터 즉, 10억 분의 1 미터다. 이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1/50,000에 해당하고, 수소원자 지름의 10배에 해당한다. 보통 원자의 크기가 0.2~0.3 나노미터이니 원자 3개를 일렬로 배열하면 1 나노미터가 되고 전형적인 세균의 크기가 1 마이크로미터(μm)이니, 세균의 1/1,000 정도다. 요즘 과학계에서도 뜨는 기술인 ‘나노기술’은 물질의 특성을 나노 수준에서 밝히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1950년대 미국의 파인만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 시장에서 알려진 나노식품으로는 은 나노입자, 산화티탄 등 저장기간 연장을 위한 맞춤형 보존료, 식품 미세가공, 향, 냄새, 맛, 색이 강화된 나노캡슐식품, 영양소나 기능성성분 나노 운반체, 장 점막 흡수율을 높이는 나노 건강기능식품(α-토코페롤, β-카로틴, β-글루칸, 오메가3 지방산, EPA, DHA, 쿠르쿠민, 코엔자임 Q10 등), 나노스케일로 분쇄한 곡물, 항산화 물질 등을 함유한 에멀젼, 공기와 산소가스 등 마이크로/나노버블, 나노화 전분, 나노식이섬유, 나노비타민, 나노칼슘, 나노철분, 표적 나노캡슐, 나노스테롤 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나와 있다. 이산화규소(실리카)의 나노입자가 고화방지제로 식염, 다시, 콘소메, 후리카케 등 조미료에도 첨가되고 있고 백금 나노콜로이드는 미네럴워터, 요구르트 등 건강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산화티탄은 식품착색료로 멘토스, 트라이덴트나 덴틴 껌, 앤&엠즈 등 과자류, 위핑크림, 젤로 바나나 푸딩, 바닐라 밀크쉐이크, 치즈, 소스, 파우더 슈거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치약과 가공식품, 씹는 사탕으로 유명한 멘토스는 나노기술로 만든 병에 든 껌을 판매하고 있는데, 식품 포장제로서의 나노물질 또한 각광 받고 있다. 산화 아연, 산화 마그네슘의 나노입자들과 무정형 실라카가 식품포장재로 주로 쓰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맥주의 가스 손실을 방지하는 데 나노기술이 쓰이고 있다. 사브 밀러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맥주병에는 진흙으로 만든 나노입자가 들어있어 병의 벽에 더 많은 공간을 채움으로써 맥주에서 탄산이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맥주 향을 더 오래 유지한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나노식품의 작은 입자인 나노물질이 기관과 세포를 쉽게 관통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특징 때문에 나노식품은 양날의 칼로 불린다. 즉, 좋은 물질은 흡수가 빨리돼 좋지만 나쁜 물질 또한 세포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노식품의 안전성은 아직까지 명확히 평가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나노입자나 나노소재의 건강 위험성을 평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EU)에서도 아직은 나노입자의 유전자독성, 발암성 등 독성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노식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용어이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언젠간 우리나라에서도 나노식품의 관리기준과 규격이 만들어지고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식품에 사용되는 ‘나노’라는 용어를 허황된 유행이나 컨셉 정도로 보고 있다. 즉, 나노는 길이의 단위일 뿐, 신기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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