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의 위해성과 해독식품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9)
중금속의 위해성과 해독식품의 진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8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19.12.24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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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으로 중금속 흡수 줄여도 배출 어려워…노출 예방이 최선

얼마 전 화장품 립스틱에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한 보도가 있었다. 또 낙지 머리 카드뮴 사건, 수입 꽃게 납 혼입, 참치 수은검출, 비소 농산물 등 중금속에 오염된 음식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중금속은 몸에 한번 들어오면 잘 빠져나가지 않고 독성이 매우 강한데, 이전 공장폐수, 농약 등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몸에 쌓인 중금속을 제거한다’고 하는 건강식품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중금속(重金屬, heavy metal)은 ‘비중 4 이상의 무거운 금속원소’를 말한다. 중독되면 신경 손상은 물론, 발암성, 불임, 실명 등 치명적인 증상을 보인다. 여러 중금속 중에서도 일본 공업화시대에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을 유발한 카드뮴과 수은, 납, 크롬이 가장 무섭다. 이는 체내에 흡수되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일정량에 도달할 때 체내에서 독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뼈 조직에 흡수돼 칼슘을 무력화시키고 혈액으로 이동해 각종 중독증상을 만들어 낸다. 구토, 설사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장장애, 세뇨관장애, 행동장애, 뇌손상,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사실 중금속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혁명에 의한 공업화시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슈화됐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납과 수은 등에 의한 중독사건은 계속 있었다. 나폴레옹은 비소중독으로 사망했고 중종도 비소가 든 타락죽을 먹고 호혹병(狐惑病)에 걸렸었다. 중세 서양에서도 귀족들은 납으로 만든 맥주잔을 많이 사용했고, 신도시를 건설할 때 수도관을 납으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납중독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자기에 무늬와 그림을 넣을 때 중금속인 유약을 사용했는데, 술이나 김치 등 산성식품에 의해 중금속이 용출되는 일이 허다했다. 또한 조선시대 기생들이 사용하던 맑고 화려한 색을 가진 화장품도 대부분 중금속이라 기생들은 늙어서 중독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과일과 채소를 갈아서 만든 ‘해독(解毒)주스(디톡스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해 준다고 해 먹기도 하고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찾는다. 해독주스의 가격은 일반주스 대비 2-3배 비싸 소비자들의 기대와 믿음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거의 모든 해독주스는 실제 해독 능력이 없거나 인체 내에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해독(解毒, detoxifi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몸 안에 들어간 독성물질의 작용을 없앰”이다. 즉, 이미 몸 안에 흡수돼 체내 축적된 독성물질을 제거하거나 작용을 없애주는 식품이라야 해독식품이라 칭할 수가 있다. 불행히도 이미 축적되고 흡수된 독성물질을 빼 낼 수 있는 음식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효능을 가진 약도 없다. 물론 미세하게나마 제거하는 기능이 있고 시험관에서 그런 작용을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인체에서 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한 음식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식품이나 환경에 의한 중금속, 환경유래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은 흡착제, 석회석 등을 이용해 부착, 제거함으로써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줄일 수는 있다. 삼겹살과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가 중금속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속설은 사실상 중금속이나 환경유래 독성물질에 오염된 식품과 함께 섭취했을 때 중금속의 인체 흡수율을 줄여준다는 것이지 체내에 이미 축적된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을 배출시켜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채소의 식이섬유도 마찬가지 효과라 보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해독주스란 과채류에 들어있는 미량의 농약, 중금속, 자연독 등의 흡수를 줄여줘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여주는 예방적 성격이기 때문에 엄밀히 이야기하면 해독주스라 해서는 안 된다. 중금속은 우리 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첨가물도 아니다. 섭취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사람의 몸에 축적된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평소 조심하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해독식품은 모두 근거 없는 환상이라고 보면 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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