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쟁’ 뛰어든 오리온, 내수 판매 제한으로 발목…일전 벼르던 생수업계 ‘안도의 한숨’
‘물의 전쟁’ 뛰어든 오리온, 내수 판매 제한으로 발목…일전 벼르던 생수업계 ‘안도의 한숨’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9.12.23 0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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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 가장 큰 타격 예상…유례없는 할인 행사까지
롯데칠성 품질 높이고 ‘아이시스 8.0’ 개명…유통망 강화
중국서 잘 나가는 ‘농심 백산수’는 오리온과 경쟁 불가피
초저가 생수 강세…프리미엄 입증 못하면 ‘찻잔 속의 태풍’

지난달 26일 오리온이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를 표방하는 ‘제주 용암수’의 출시로 1조원 생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지 20여 일이 지난 현재 국내 판매에 제동이 걸리며 경쟁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오리온은 신제품인 제주 용암수를 국내 생수시장 상위 3위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프리미엄 생수 시장의 진출을 발표한 데 이어 도 측이 제주 용암수의 국내 시장 판매에 반발, ‘취수량 통제’ 카드를 들고 나선 것.

△오리온의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 브랜드 ‘제주 용암수’가 수원지인 제주도 측과의 대립으로 국내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쟁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의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 브랜드 ‘제주 용암수’가 수원지인 제주도 측과의 대립으로 국내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쟁업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주도청은 오리온 측이 애초에 해외 판매만 약속해 공급 허가를 냈다고 주장 중이며 오리온이 제출한 제주 용암수 판매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후 원수 공급 여부를 결정, 응하지 않을 경우 용암해수단지를 관리하는 출연기관을 통해 취수량을 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오리온 측은 국내 시장에 선보이지 않고 해외 수출은 불가능하며 국내 판매를 제한해 삼다수와의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7년 3900억원이던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8260억원으로 매년 10%씩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은 제주 삼다수(점유율 39.8%)를 필두로 아이시스(13.2%), 백산수(8.5%) 평창수(4.5%)가 뒤를 잇고 있다. 이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 편의점까지 자사 브랜드 제품을 통해 생수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온의 프리미엄 생수 출시에 수원지가 제주도로 같은 삼다수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막강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오리온이 생수 판매에 나서면 자칫 제주 대표 브랜드인 삼다수 아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었다.

이에 삼다수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21년 만에 할인·증정 행사를 꺼내 들었다. 그간 삼다수는 다른 브랜드 대비 높은 가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삼다수 유통·판매권을 가진 광동제약은 지난 10월 편의점에서 1+1 행사를 진행했다. 삼다수가 편의점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경우는 이례적으로 점유율 하락에 따른 위기감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반 소매점에서도 증정,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몰에서는 증정, 할인 행사는 물론 무료배송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제주개발공사는 내년 하반기 '1리터'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용량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추세에 주목해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삼다수 바이럴 영상 삼다스톤의 비밀을 공개했다.

2위 생수 제조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물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아이시스는 전국 곳곳에 수원지를 확보하고 유통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었으며, ‘목 넘김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PH 8.0의 약알칼리성 물이 목 넘김이 좋다는 의미로 2011년 아이시스 이름을 ‘아이시스8.0’으로 바꿨다.

농심의 백산수는 백두산 북쪽 안투현의 물로 백산수 생산을 하고 마지막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시장을 함께 노렸다. 중국의 생수 시장은 2014년에는 3247만9000달러였는데 2016년 5195만7000달러로 무려 60% 가까이 성장했다. 농심은 국내에서는 ‘백산수’ 중국에는 ‘백산성수(白山聖水)’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시장을 고려했을 때는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리온이 큰 경쟁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와는 달리 제주용암수가 출시 초반 기존 미네랄 워터보다 나은 점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지 못할 경우 신세계와 아워홈 같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생수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는 ‘프리미엄·미네랄’ 등 품질적인 면보다는 초저가, 더 낮은 가격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도 유통업체, 이커머스 등이 시장에 합세해 더 낮은 가격에 물을 사서 마실 수 있다면 품질적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이상 초저가 생수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리온은 제주도청에 제주 용암수에 대한 국내 출시 여부 등 사업계획서를 제출, 협의를 진행했으나 제주도는 사업계획 보완을 요구했다.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시판을 위한 염지하수 공급에 대해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리온에) 공급의무가 없다”며 “공급계약 자체가 없으며 계약조건의 합의도 없다”며 국내 출시에 대한 입장과 구체적인 염지하수 사용량에 대한 사업계획을 제출해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는 염지하수를 원수로 쓴다. 염지하수는 바닷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만들어진 지하수다. 염분을 제거한 후 각종 미네랄을 추가해 혼합음료로 제조한다. 제주도는 염지하수도 먹는샘물처럼 공공재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2011년 제주시 구좌읍에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를 만들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오리온은 용암 해수 산업단지 입주계약은 체결했으나 물을 관리하는 제주테크노파크 측과 용암 해수 공급 계약은 맺지 않았다. 오리온은 2016년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제주 용암수’ 지분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1200억 원을 투자해 단지 내 공장을 건설했고 지난 2일 시제품을 내놓으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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