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장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식품산업 성장 둔화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0)
두부, 장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식품산업 성장 둔화 우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0)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1.0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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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中企 ‘동반 하락’ 예상…글로벌 식품 기업 출현 막아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작년 기준 국내 장류 시장은 7,929억 원 규모이며, 이 중 80%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두부 시장 또한 5,463억 원 규모로 대기업이 76%를 점유하고 있어 그야말로 이들 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업종들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소상공인 사업영역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관련 신기술, 신제품 개발과 해외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사업영역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 예외를 두긴 했다. 수출용 제품과 혼합장·소스류, 가공두부 등은 업종 범위에서 제외했고, 대기업이 주로 진출한 프리미엄급 소형제품도 허용한다고 한다. 아울러 두부의 경우 국내 농가를 고려해 국산 콩으로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생산·판매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중기적합 업종’,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사업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포퓰리즘적 용어다. 누구나 생계형으로 창업했다 하더라도 햄버거, 김밥, 떡볶이, 초컬릿, 사탕, 과자, 음료로도 전 세계를 주름 잡을 수 있고 네슬레, 맥도날드,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될 수가 있어야 한다. 과거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중기적합업종’ 지정(상생법)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지난 8년을 돌이켜 보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한 게 아니라 ‘동반 하락’ 했다고 생각된다.

이 제도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영세한 소상공인들, 즉 약자를 보호해 주기 위한 일종의 복지제도다.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규제를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고, 소상공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중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주도해 추진하다 보니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당연히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벗어난 인위적 특별조치다. 앞으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고 국가 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우리 후손이 더 큰 댓가를 치를 것임에 틀림없다. 과연 이 제도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게 될지를 생각해 봤다. 국내 대기업들은 당연히 손해다. 게다가 소비자도 손해라 본다. 제품의 선택권이 제한돼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영세업체 제품만을 선택해야 하고 식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식품은 대부분 위생적으로 위험한 식품군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생계형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의 위생시스템은 매우 열악해 부정·불량식품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영세업체가 안전문제로 행정처분, 리콜, 형사고발 등에 직면하면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또한, 영세업체의 독점을 보장해 줄 경우 생산성이 떨어져 대량 생산하던 대기업에 비해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인력을 감축하거나 저가의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두부, 장류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앞으로 우리 정부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예외를 두긴 했으나 이 제도로는 우리나라 식품업계에서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 생각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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