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득(得)과 실(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2)
항생제의 득(得)과 실(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1.20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항생제, 식품으로도 유입 알레르기·내성 유발…오·남용 막아야

작년 12월 9일 강원도 평창에서 49개국, 1개 국가연합, 13개 옵서버가 참여하는 제3회 CODEX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가 열렸다. 이는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별 관리기준을 만들기 위함이다. 항생제 내성문제는 기후변화와 함께 UN 차원의 글로벌 최우선 당면문제다. 지난 2016년 UN총회 때 반기문 사무총장이 “향후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매년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 2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항생제(抗生劑)는 인류를 구한 최고의 명약(名藥)이자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무서운 독(毒)이기도 하다. 항생제와 항균제,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균제는 미생물을 억제하는 물질을 총칭하며, 항생제는 미생물이 생산한 대사산물 중 미생물을 억제하는 물질을 말하므로 항생제가 더 좁은 의미이지만, 대중적으로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항생제는 1929년 영국의 플레밍(Fleming)이 푸른곰팡이인 페니실리움(Penicillium)에서 발견했는데, 1940년 영국 오스포드대학의 플로리(Florey)와 체인(Chain)에 의해 주사약으로 개발된 페니실린(Penicillin)으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이는 2차 대전 당시 인류의 희망으로 부상하면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꼽히며 1945년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많은 항생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볼리비아에서 발진티푸스 환자를 완치시킨 클로람페니콜, 화이자 Pfizer의 테라마이신, 바다로 흘러드는 하수 속에서 발견된 세팔로스포린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플레밍은 항생제 발견과 더불어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의 효과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이미 내성 문제를 예언했었다고 한다. 항생제의 사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익과 손해를 모두 갖고 있다. 즉, 항생제는 세균 감염의 치료제로서 이익이 매우 크나, 한편으로 독성이 강하고, 알레르기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해 세균들의 저항성이 점점 강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해마다 25,000명이 항생제가 듣지 않아 사망한다고 하고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의 위협을 테러리즘과 같은 수준의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뉴욕대학의 Martin Blaser 박사는 “항생제는 공짜가 아니라 값을 치러야 하는데, 사람이 항생제를 먹으면 이로운 장내세균도 죽여 면역력 약화로 인해 알레르기에 더욱 민감하게 된다”고도 한다. 미국의 경우, 식품알레르기 환자가 약 1,500만명이며, 이 중 600만명이 어린이 환자라고 한다. 美 FDA는 미국에서만 식품알레르기로 매년 약 3만명이 응급실을 찾고, 그 중 약 2천명이 병원에 입원하며, 약 15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했다.

독일에서는 시중 판매되는 그릴 소스를 발라 판매되는 고기의 14%에서 메티실린 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독일의 위해평가연구소는 해당 병원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며, 호흡기 염증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후추양념의 돼지고기 목살스테이크와 양념된 간 칠면조 스테이크 고기에서도 MRSA균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원인은 대량 사육된 가축들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항생제가 오·남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의 하나라 걱정된다. 물론 항생제는 모든 국가에서 그 사용량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뿐아니라 가축이나 식물, 물고기의 질병 치료와 예방차원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약 두 배 정도 더 많아 이들이 식품을 거쳐 사람으로 되돌아와 유발시키는 항생제 내성문제가 더욱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 뿐아니라 보건의료 관계자, 농수축산업 생산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고 소비자들도 오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미래의 재앙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