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醱酵乳)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3)
발효유(醱酵乳) 열풍-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3)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1.28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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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면역력 강화·피부미용으로 인기
다이어트용으로도 사용…지나친 환상은 금물

요즘 장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뜨겁다. 배탈, 설사, 변비를 예방하고 싶기도 하고 체내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위치한 장 건강을 관리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피부 미용 등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를 캡슐이나 가루형태의 건강기능 식품으로 섭취하기도 하고 간편하게 마시는 요구르트나 요거트 등 발효유를 찾아 마신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대부분 유산균(乳酸菌) 등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세균 또는 효모를 포함한 식이보충제를 말한다. 이는 오랫동안 식품산업에 사용돼 왔는데, Kefir(우유 발효음료), 요구르트, Sauerkraut(발효 양배추, 독일식 김치), 한국김치 등 유산균 발효식품이 대표적이다.

발효유는 식품공전 상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유산균 또는 효모로 발효시킨 것 또는 이에 식품 및 식품첨가물을 가한 것”을 말하며, 시장에서는 주로 요구르트, 요거트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발효유 시장규모는 1조원을 넘는 거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유산균을 활용한 발효유 시장은 최근 장 건강 개선은 물론, 면역력 강화,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성분 검색 앱 ‘엄선’의 데이터랩과 식품음료신문이 발효유 제품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시장조사 결과, 호상 발효유(일반 떠먹는 요구르트), 액상 발효유(일반 마시는 요구르트), 드링크 요구르트(장건강 마시는 요구르트), 요거트 파우더 순으로 구매 추천수가 높았다고 한다. 키워드로는 플레인(그릭) 요거트가 가장 선호되며, 그 다음으로 과일이 든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고 한다. 주된 용도로는 장 건강 지키기, 다이어트, 식사대용, 간식으로의 섭취가 높게 나타났고, 설탕 대신 사용하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함유에 대한 염려도 높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프로바이오틱스, 헬리코박터균, 변비, 화장실 등의 단어가 유산균 음료의 효과와 함께 자주 검색됐다고 한다.

발효식품은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보존하고자 했던 인류의 슬기로운 지혜의 산물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수확이나 수렵 후 먹다 남은 식재료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말리거나 발효(醱酵)시켜 먹었다. 해산물은 젓갈을 담가 먹었고, 농산물 중 배추는 김치로, 무는 단무지로, 오이는 오이지(오이피클)로, 콩은 메주로 만들어 장을 담그거나 일본의 낫토처럼 먹기도 했다. 과일은 당 함량이 높아 포도주, 매실주 등 술을 만들어 마셨고, 식초로 만들기도 했다. 우유는 발효유를 만들거나 치즈를 만들었다.

이렇듯 발효는 사람 몸에 좋아서 만들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점도 많다. 그래서 "유산균이 몸에 좋다”, “유해한 세균, 바이러스도 죽인다”는 긍정적 이야기가 있는 반면 “건강한 사람에게 유산균은 불필요하다”, “유산균도 독성이 있는 경우가 있어 민감자에게는 치명적이다”등 상반된 주장도 있다. 부작용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는데, 복통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설사, 위장 불편, 구토 등 위장관계 장애증상, 피부발진, 두드러기까지 겪었다는 신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얼마 전 한 50대 여성이 분말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사망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해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도 서 있기도 하다.

이들 프로바이오틱스와 관련된 상반된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다. 유산균은 대부분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하지만 그 중 일부 균들은 독성이 밝혀져 식용으로 허용됐다가 취소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산균 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 해당되는 만물의 이치다. 조물주가 모든 만물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공평하게 다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려는 사람은 좋은 점만 부각시켜 좋다고만 하고, 다소 부정적인 소비자나 100% 안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나쁜 점만 찾아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발효유가 무조건 좋고 유익한 음식이라 맹신해 왔을 것인데, 이제부턴 부작용도 있는 양면적 성격의 음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발효유도 일장일단이 있는 식품임을 제대로 알고 앞으로는 더 이상 만병통치의 명약(名藥)이라는 환상이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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